프레드 커플스가 PGA 투어 세이프웨이 오픈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잭 니클라우스, 아놀드 파머, 닉 팔도, 그렉 노먼, 타이거 우즈, 존 댈리 등 당대를 풍미했던 골프영웅들에겐 많은 경배자들이 따른다. 이들은 골프의 신이 질투할 경지의 멋지고 화려한 플레이로 수많은 추종자들을 몰고 다니며 필드를 환호와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이들 골프영웅들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강렬한 아우라의 카리스마를 내뿜는다는 것이다. 이들의 한 샷 한 샷에 광팬들은 열광과 탄식을 쏟아낸다. 골프영웅들의 카리스마에 포로가 되는 것 자체를 추종자들은 축복으로 여긴다.

카리스마(charisma)란 원래 그리스어로 ‘은혜’ ‘무상의 선물’을 의미했다. 다시 거둬들이지 않는 하느님의 선물, 또는 예수가 인간에게 베푸는 은총이란 뜻이다.
카리스마가 오늘날의 개념으로 사용된 것은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에 의해서였다. 그는 원래 뜻을 확대하여 사회과학의 개념으로 사용, 보통의 인간과는 다른 초자연적 초인간적 재능이나 힘을 지칭했다. 그리고 이런 재능이나 힘을 지닌 대상에 대한 절대적인 신앙을 근거로 맺어지는 지배와 복종의 관계를 카리스마적 지배로 불렀다.
일반적으로는 강력한 인상과 호소력, 흡인력, 지배력 등으로 대중의 마음을 움직여 믿고 따르게 하는 능력이나 자질을 나타낸다.    

10월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의 실버라도 리조트 앤드 스파 노스 골프코스에서 막을 내린 PGA투어 2018-19 시즌 개막전 세이프웨이 오픈을 끝으로 PGA투어에서 은퇴하는 프레드 커플스는 앞에 예를 든 골프영웅들과 달리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풍기는 대표적인 골프영웅이다.

필 미켈슨(48)이 ‘필드의 신사’로 알려져 있지만 원조는 프레드 커플스다.
휴스턴 대를 졸업한 그는 21세 때인 1980년 프로로 전향, 1981년부터 PGA투어에서 활약했으니 37년간 PGA투어 선수로 뛴 셈이다.

지난 10월 3일로 만 59세 생일을 맞은 그는 PGA투어 500번째 컷 통과를 달성하고 최종합계 5언더파로 공동41위에 오르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2010년부터는 만 50세 이상 선수들이 뛰는 챔피언스 투어에 입문한 시니어골퍼로서 PGA투어도 겸업해왔다는 것은 그의 체력관리가 얼마나 철저했는가를 말해준다.

그는 단지 긴 선수생활을 한 것만이 아니다. PGA투어에서만 통산 15승을 올렸다. 그 중에는 1992년 마스터스 우승도 포함된다. 그 밖의 국제대회에서 5승, 기타 대회에서 25승을 거뒀다. 2013년에 일찌감치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프레지던츠컵, 라이더컵, 월드컵, 던힐컵 등 각종 대항전에도 미국대표로 참가해 전형적인 ‘필드의 신사’로 세계 골프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프레드 커플스는 마스터스를 제외하곤 챔피언스 투어대회에 집중하고 있지만 기량만은 녹슬지 않아 마스터스 참가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2017년과 2018년 마스터스에만 출전해 각각 공동18위, 공동38위에 올라 젊은 선수들을 놀라게 했다. 커플스는 마스터스에서만 모두 30회 컷을 통과해 잭 니클라우스의 37회에 이은 2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화려한 전적이 그를 만인이 숭배하는 ‘필드의 신사’로 만든 것은 아니다.
미소년의 단아한 외모에 늘 미소를 잃지 않는 표정, 동반자들과 교환하는 따뜻한 눈길, 주변 팬들과의 친절한 교류 등도 매력 포인트였지만 무엇보다 골프팬들을 매료시킨 것은 그의 스윙이다.
30~40대의 그가 경기하는 모습을 본 골프팬이라면 그의 부드럽고도 절제된 스윙을 부러워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게리 플레이어, 닉 팔도, 그렉 노먼 등이 스윙 교본을 내 큰 인기를 끌었지만 ‘스윙의 교과서’는 역시 프레드 커플스였다.
결코 무리하지 않고 축을 지키면서 만들어내는 아름답고도 간결한 그의 스윙은 예술의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지금도 프레드 커플스의 그 교과서는 녹슬거나 변형되지 않고 잘 보존되고 있으니 골프팬들이 어찌 그를 숭배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골프팬들에게 프레드 커플스는 존재 자체만으로 은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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