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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안젤라 스탠포드, 유머 넘친 신에 안기다!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2018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자 안젤라 스탠포드. 사진제공=LPGA

[골프한국] 프로골프의 세계에서 우승은 신이 점지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들끼리 경쟁을 벌이지만 우승을 목표로 삼지 않는 선수는 없다. 객관적으로 기량 차이가 있지만 기량이 뒤진다고 해서 우승을 희망하지 않는 선수는 없다.

무엇보다 객관적인 기량 차이로 등위가 정해지지 않는다는 게 골프의 특징이기도 하다. 선수 개개인의 생체리듬이나 멘탈 리듬에 따라, 돌발적인 상황에 대응하는 자세에 따라 우승의 향방은 수시로 변하기 마련이다.
경기에서 선수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밖에 없다. 자신의 능력껏 최선을 다한 뒤 결과를 기다릴 뿐이다.

경쟁자들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 해도 우승자는 한 명 이상일 수 없다. 치열한 각축전 끝에 극적인 우승을 할 경우 언론은 ‘우승은 신이 점지한다’며 의외의 우승을 조명한다. 행운이 따랐든 기적 같은 샷이 도움이 되었든, 신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고선 승리하기 어려웠을 분위기를 설명하기에 이만큼 적절한 말을 찾기도 어렵다.
기독교의 ‘주의 뜻대로’(Deo Volente)나 이슬람권의 ‘신의 뜻대로’(Inch'Alla)가 이런 상황을 명쾌하게 가름해준다.

지난 16일 막을 내린 올 시즌 LPGA투어 마지막 5번째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미국의 안젤라 스탠포드(40)의 경우 신의 손길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전형적인 예가 아닐까.

1977년 11월 28일 생으로 두 달 후면 만 41세가 되는 스탠포드는 아무도 우승후보로 지목하지 않았다. 오빠의 영향으로 두 살 때부터 골프채를 잡은 그는 2001년 LPGA투어에 데뷔, 통산 5승을 올렸으나 2012년 HSBC 위민스 챔피언스가 마지막 우승이다. 이후 6년간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번 대회 참가자 면면도 그가 감당하기엔 벅차보였다. 박성현, 박인비, 유소연, 이미향, 이민지, 전인지, 신지은, 김효주 등 한국 또는 한국계 선수를 비롯해 브룩 핸더슨, 조지아 홀, 주타누간 자매 등 이른바 이번 시즌 대세들이 즐비했다.
그럼에도 그는 나이를 무색케 하는 강인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선두에 5타 뒤진 4위라는 좋은 성적으로 3라운드를 마쳤다. 이 정도만으로도 그는 사실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그에 앞선 선수들과 거리를 유지하기만 하면 성공적으로 보였다. 3라운드 내내 선두를 지킨 에이미 올슨, 저돌적인 김세영, 오스틴 언스트, 노련한 모 마틴의 벽이 워낙 견고했기 때문이다.
스탠포드는 14번 홀까지 2타를 줄이고 15번 홀(파5)에서 이글에 성공하며 올슨과 공동 선두에 올랐으나 16번 홀(파3)에서 두 번의 샷 미스로 더블 보기를 기록, 사실상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다.
한계를 느끼며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으나 암 투병하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마음을 고쳐먹었다. 17번 홀(파4)에서 7.6m 버디를 잡아냈다. 올슨과는 1타 차.
18번 홀에서 버디 기회를 잡았으나 놓치고 최종합계 12 언더파로 마치며 생애 첫 메이저 우승 앞에서 멈춘 것을 아쉬워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순간 신은 스탠포드 곁으로 다가왔다.
지난 6년간 거두지 못한 우승에 대한 갈증, 데뷔 이후 18년을 기다려온 메이저 우승에 대한 간절함, 유방암으로 투병 중인 어머니의 아픔을 잊게 할 선물에 대한 절실함이 신의 마음을 감동시켰는지 갑자기 상황이 변했다.

한때 공동 선두에 오르며 절호의 메이저 우승 기회을 잡았던 김세영은 9번 홀(파5)에서 2m 거리의 버디를 놓친 뒤 흔들리기 시작했다. 4라운드 내내 선두를 지켜온 에이미 올슨도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드라이브 미스로 볼을 세 번 만에 그린에 올리고 3 퍼트로 더블 보기를 범했다. 김세영과 모 마틴도 버디 퍼트에 실패했다.

이미 경기를 끝내고 팬들에게 사인을 하고 있던 스탠포드는 한 타 차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눈물을 쏟았다.

우승 트로피를 받아든 스탠포드의 소감이 인상적이다.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신도 참 재미있는 분이다. 기독교 신자지만 그렇다고 신이나 그의 계획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신의 계획이라면 메이저 우승 없이 은퇴해야 하나 싶었는데 이렇게 되니 신의 유머 감각도 대단한 것 같다."
유머감각이 풍부한 신의 품에 안긴 스탠포드가 그렇게 행복해보일 수가 없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18-09-19 06:1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