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문. 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연어의 모천회귀(母川回歸)는 아무리 과학적인 설명을 들어도 불가사의하다.

강의 상류에서 태어나 바다에 이르기까지 치어로 자라다 제멋대로 바다로 흩어져 살다가 산란기가 되면 수만 km를 마다하고 자신이 태어난 모천(home river)을 찾는 연어의 생태학은 인간 인지력의 한계 밖에 있다는 느낌이다.

태어난 강의 냄새를 잊지 않고 기억한다거나 태양의 위치나 지구의 자기장 도움으로 장거리 산란여행을 한다고 하지만 실감나지 않는다.
특히 모천에 이르러 폭포와 같은 급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소상(遡上) 장면은 더욱 불가사의해 보인다. 알래스카나 시베리아 동부의 경우 길목을 지키는 곰의 먹이가 되는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모천으로의 소상을 포기하지 않는 것을 보면 마치 이슬람 신봉자들의 메카 순례를 보는 듯하다.

PGA투어 시드 상실 위기에 처한 배상문(32)이 웹닷컴투어 파이널시리즈 3차전 앨버트슨스 보이시 오픈 우승으로 2018-2019시즌 PGA투어 카드를 확보한 것은 연어가 모천회귀에 성공한 만큼 불가사의해 보인다. 적어도 내 눈엔 그렇다.

그의 객관적 기량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그동안 군 복무에 따른 2년간의 공백과 PGA투어에 복귀해서 좀처럼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다음 시즌 PGA투어 시드를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상금순위 125위 밖으로 밀려난 상황에서 웹닷컴 투어 파이널시리즈를 통해 재기한다는 것은 불가능해보였다.

지난해 9월 군 복무를 마치고 PGA투어로 복귀한 그로선 컷 통과 자체가 높은 벽이었다.
한국투어, 일본투어, 아시아투어 등에서 12승, PGA투어에서 2승을 올린 그는 군 입대 전까지만 해도 한국골프의 개척자 최경주의 뒤를 이를 선수로 주목 받았으나 2년간의 공백 기간을 보낸 뒤 필드로 돌아온 그에게 펼쳐진 PGA투어는 그가 왕성하게 활동하던 때와는 사정이 달랐다. 

그는 복귀 후 PGA투어 대회에 8차례 출전했으나 컷이 없는 CJ컵을 제외한 나머지 7개 대회에서 모두 컷 탈락했다. 복귀 6개월이 채 안 된 지난 2월 페블비치 프로암대회에서 처음 컷을 통과하고 공동 15위에 오른 것이 최고성적이다. 

드라이버 비거리나 아이언 샷의 감각은 거의 예전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나 그린 주변에서의 어프로치나 퍼팅에서 전성기 때의 정밀함에 도달하지는 못한 듯했다. 여기엔 긴 공백 기간을 보낸 선수들의 공통적인 취약점인 조급증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우승으로 단번에 공백 기간을 만회하겠다는 조급증은 선수를 더욱 부진의 늪으로 끌어들이게 마련이다.

지난 17일(한국시간)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 힐크리스트CC에서에서 열린 웹닷컴 투어 파이널시리즈 3차전 최종일 4라운드에서 보인 배상문의 경기 모습은 폭포를 뛰어오르려고 도전을 되풀이하는 연어를 보는 듯했다.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선 사람처럼 결연한 의지가 넘쳤다. 공동선두로 마지막 라운드에 나선 배상문은 한때 선두에 2타 차이까지 벌어졌지만 상황에 따라 고도의 담대함과 배짱, 냉정과 평정심을 발휘하면서 공동선두 그룹에 합류한 뒤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성공시키며 한 타 차이로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4라운드 5언더파 66타, 최종합계 19언더파 265타다.

웹닷컴 투어를 통해 PGA투어 티켓을 확보하려면 웹닷컴투어 시즌 상금순위 25위 안에 들거나 네 차례의 웹닷컴투어 파이널시리즈에서 상금순위 25위 안에 들어야 한다. 파이널시리즈는 웹닷컴 투어 상금순위 26~100위 안에 있는 선수와 PGA투어에서 상금순위 126~200위에 있는 선수들이 대거 참여하기 때문에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3차전 우승으로 최종 4차전에 관계없이 PGA투어 카드를 확보한 배상문은 웹닷컴투어 파이널 투어챔피언십에 출전하지 않고 다음달 4일 캘리포니아주 나파의 실버라도 리조트 앤 스파노스에서 열리는 2018-2019시즌 개막전 세이프웨이 오픈에 출전할 예정이라고 한다.

죽음을 무릅쓰고 폭포를 뛰어오르는 연어의 결기로 PGA투어 티켓을 거머쥔 배상문의 내년 시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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