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신지애의 인스타그램



[골프한국] 신지애(申智愛·30)의 골프 행로는 경이롭다. 이제 갓 30을 넘는 삶의 궤적 자체가 경이로 점철돼 있다.

지난 6~9일 일본 도야마현 고스키CC에서 열린 JLPGA 챔피언십 코니카 미놀타컵 대회에서 신지애는 상금왕 2연패를 노리는 일본의 대표선수 스즈키 아이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우승했다.

일본은 물론 세계의 골프계가 그의 이번 우승을 주목하는 것은 그가 세계 여자 골프에서 아무도 걸어간 적 없는 이색 행로를 당당히 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대회에서 1라운드부터 4라운드까지 한 번도 선두를 놓치지 않고 공동 2위 그룹과 무려 9타 차이의 압도적 스코어 차이로 우승한 신지애의 모습은 2008년 LPGA 비멤버로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 미즈노 클래식, ADT 챔피언십 등 3승을 거둔 뒤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때를 연상케 했다.
156cm의 단신에 장타도 아니면서 세계의 골프여걸들이 모인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무소의 뿔처럼 당당히 코스를 걸어가는 그의 모습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안겨주었다.

신지애가 10년의 세월을 훌쩍 건너뛰어 20대의 다이내믹한 활력으로 코스를 점령하는 모습은 아마도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한 투어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며 우뚝 선 선수들은 있지만 신지애처럼 3개 투어를 옮겨 다니며 정복의 역사를 쓴 예는 없다.
아니카 소렌스탐, 로레나 오초아, 줄리 잉스터, 캐리 웹 등 훌륭한 선수들이 남이 흉내 내기 어려운 족적을 남겼지만 모두 LPGA투어에서 이룬 업적이다.  

그러나 신지애는 KLPGA투어, LPGA투어, JLPGA투어 등 이른바 세계 3대 빅 투어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중고시절 아마추어 무대를 석권한 신지애는 2005년 프로선수로 KLPGA투어에 입문하자마자 돌풍을 일으키며 상금왕, 다승왕, 신인상, 최저타수상을 휩쓸었다. 이후 3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했다. KLPGA투어에서 그가 거둔 우승횟수만 21승이나 된다.
2008년 LPGA 비 멤머로 메이저를 포함해 3개 대회에 우승한 그는 그길로 LPGA로 무대를 옮겨 데뷔 첫해인 2009년 상금왕과 신인상을 차지하며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2014년 돌연 LPGA투어와 이별하고 JLPGA투어로 옮길 때까지 그가 LPGA투어에서 거둔 승수는 11승으로, 여기엔 브리티시 여자오픈 2회(2008, 2012년), 에비앙 마스터스(2010년)가 포함돼있다.

JLPGA투어로 옮겨서도 그의 전성기는 지속되었다. 지금까지 거둔 우승이 20회에 이른다.
올 시즌엔 5월 메이저대회인 살롱파스컵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 지난 2일 끝난 골프5 레이디스 토너먼트에 이어 다시 이번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며 시즌 3승을 올렸다. 4개 메이저대회(살롱파스컵 월드 레이디시 챔피언십, JLPGA 선수권, 일본여자오픈, 리코컵 챔피언십) 중 일본여자오픈만 빼고 우승했다. 오는 27일부터 열리는 일본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 JLPGA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는 셈이다.

JLPGA투어 그랜드 슬램과 함께 KLPGA투어, LPGA투어 상금왕에 이어 JLPGA투어에서도 상금왕에 오른다면 여자 골프선수로서 전인미답의 고지에 오르게 된다.
각종 대회 우승 53회도 대단하다. 세계 여자 프로골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데 이보다 더한 업적을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무엇이 신지애를 노마드(nomad) 골프의 길로 들어서게 한 것일까. 지치지 않고 새로운 목축지를 찾아 정복자로 우뚝 설 수 있는 원천은 무엇일까.

그에게선 남이 흉내 내기 힘든 평정심, 안주를 거부하는 도전정신이 읽힌다. 그러면서 세상을 낙천적으로 보는 안목도 보인다.

그의 장점이자 특징으로 융합된 이 같은 정신세계는 아마도 2004년 겪은 아픈 가족사가 산실이 아닐까 여겨진다.
그는 16살 때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동생 남매도 큰 부상을 입었다. 화를 면한 아버지는 신지애가 충격에서 헤어나 골프를 계속하도록 독려했고 어머니를 잃고 받은 보상금이 신지애 골프의 밑바탕이 되었다.
어떻게 어깨가 가벼울 수 있겠는가. 그를 위해 희생한 가족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픔을 숨기고 미소를 지으면서도 승리를 갈구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가 아닐까.

여기에 타고난 지혜가 그를 뒷받침했다. 자신이 지배할 수 있는 목초지를 찾아 기득권을 과감히 던지고 짐을 싸는 용기도 대단하다.

이름에 들어간 ‘지혜 智’자가 돋보일 수밖에 없는 지혜로 아픔을 극복하고 노마드 골프의 세계를 개척해온 신지애의 골프 여정에 머리가 숙여진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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