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매일이다시피 연습장을 찾아 열심히 연습하는데도 진전이 없는 골퍼들이 의외로 많다. 구력 20년 30년이 넘었는데도 잘못 배운 스윙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괴기한 스윙의 주인공으로 낙인찍힌 경우도 드물지 않다.

골프장을 향할 때마다 ‘이번엔 제대로 쳐봐야지’ 하고 다짐을 하지만 어김없이 ‘자기 환멸’에 가까운 절망을 경험한다. 골프장을 떠나면서 골프를 그만 둬야 하는 문제를 심각히 생각하지만 대개는 다시 연습장을 찾는다. 그러면서도 개선은커녕 고질병, 괴물만 키우는 연습을 되풀이한다.

골프란 운동이 ‘끝이 없는 경기(Endless game)'이긴 하다. 일정한 단계에 도달하면 만족하며 즐기기만 하면 되는 운동이 아니다.’이 정도면 됐다‘ 싶은 경지에 도달했다고 생각할 때 저 만치에서 또 다른 새로운 목표가 신기루처럼 어른거린다. 골프채를 잡은 이상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신기루로부터 자유롭기는 어렵다.

이 신기루에 이끌리는 골퍼는 필경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말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은 그리스 신화의 시지프스와 다를 바 없다. 불가사의한 골프의 묘미에 빠진 사람이라면 골프채를 놓지 않는 한 피할 수 없는 숙명적 형벌이다.

골프의 고수들은 자신이 시지프스의 형벌을 받은 불행한 사람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무술 수련자들이 소림사의 관문을 통과하듯 보다 높은 골프의 세계를 체험하며 열락을 느낀다. 이른바 싱글 핸디캐퍼들이 경험하는 세계다. 산악등반가들이 세계의 고봉을 차례로 등정하며 느끼는 희열과 비슷하다.

열심히 연습하는데도 진전이 없는 골퍼들은 고봉을 올라보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만 중턱은커녕 산 치맛자락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반가와 다를 바 없다. 이렇다면 등반가라는 말도 들을 수 없듯, 골프를 한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다.

많은 골퍼들이 시간과 돈을 들이고 땀을 흘리면서도 가장 초보적인 신기루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이유는 ‘의미 없는 연습’을 되풀이하기 때문이다.

골프를 잘 쳐야겠다는 열망은 있는데 잘 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내가 고치고 익혀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타성에 적은 기계적 연습만 되풀이하기 때문이다. 한 동작 한 동작에 의도와 목표가 없는 연습은 아무리 연습시간이 길어도 고질병만 더 악화시킬 뿐이다. 

연습장을 둘러보면 이렇게 연습하는 사람들이 적어도 절반은 넘는 것 같다. 입문 초기엔 꽤 열성을 보이며 고수의 스윙을 따라 하며 익히려 노력하다가도 자기만의 타성에 젖기 시작하면서 ‘스윙은 개성’이라는 아집에 사로잡힌다.
주변에서 연습하는 사람들의 스윙을 관찰하지도 않고 기계가 토해내는 볼을 열심히 쳐내는 데만 열중한다. 이런 연습은 시간이 얼마나 길든, 소비한 볼이 몇 박스가 되든 몸을 움직이는 정도의 운동 수준을 벗어날 수가 없다.   

화두(話頭) 없는 연습의 전형이다.

불교의 선(禪) 수행자들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해답을 찾는 데 도움을 줄 과제를 머릿속에 담아두고 한시도 이 과제에 대한 탐구를 중단하지 않는다.

아무리 구력이 길고 연습을 많이 해도 화두 없는 골프연습은 결코 골프의 진수로 안내하지 않는다.
자신의 신체조건, 운동 습관 범위 안에서 얼마든지 보다 나은 스윙의 길을 찾을 수 있다. 막연하게 잘 치기를 바랄 게 아니라 잘 치는데 필요한 동작이 무엇인지, 자신의 나쁜 버릇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연습하는 습관을 가져야 고질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막힌 개울을 흐르게 하는 데 필요한 것은 흐름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없애는 일이다. 막연하게 묘방을 바랄 게 아니라 원활한 스윙을 막는 장애물을 스스로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골프에 필요한 근육의 기억력은 길어야 3일이라고 한다. 지금 익혔다고 해서 며칠 후 그대로 재현할 수 없는 게 골프다.
볼을 하나 쳐내는 순간마다 어떤 스윙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화두를 놓치지 않아야 다음 봉우리로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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