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진면목을 직시하고 인정하라’

이정은6 프로. 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지난해 ‘괴물 신인’ 최혜진(19)과 함께 KLPGA 투어를 지배했던 이정은6(22)의 올 시즌 행보가 마뜩찮다.

2015년 KLPGA투어에 진입, 2016년 신인왕을 거쳐 2017년 KLPGA투어 4승을 올리면서 대상을 비롯해 상금왕, 다승왕, 최저타수상, 베스트플레이어상 등 최혜진에게 돌아간 특별상을 제외한 모든 상을 휩쓴 이정은6의 존재는 실력자들이 즐비한 KLPGA투어에서 유난히 돋보였다. 그러나 올 시즌 그의 골프여정은 그 자신은 물론 골프팬들의 기대를 벗어나고 있다.

지난해 아마추어로 US 여자오픈에서 준우승에 오른 것을 비롯, 공식대회 우승 2회, 이벤트대회 우승 1회 등 발군의 실력을 보인 뒤 프로로 전향하자마자 시즌 첫 대회에서 우승한 최혜진은 지난 12일 제주도에서 끝난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이정은6, 조윤지(27)와 함께 공동2위에 오르는 등 불꽃같은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 대회에서 압도적인 스코어 차이로 우승한 오지현(22)이 시즌 2승으로 네 번째 다승자 대열에 합류하면서 각종 개인 타이틀에서 앞선 최혜진과의 경쟁체제를 형성했지만 루키로서 신인왕은 물론 대상, 상금왕, 최저타수상, 다승왕 등 전관왕을 노리는 최혜진의 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KLPGA 투어 사상 신인으로서 전관왕의 진기록을 세운 선수는 2006년 신지애가 유일한데 최혜진은 12년 만에 신지애의 대기록을 재현하겠다는 포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최혜진과 함께 KLPGA투어의 쌍두마차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이정은6로서는 여태 우승 없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자존심 상할 것이다.

특히 신인인 최혜진이 시즌 첫 대회 우승에 이어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2위, 비씨카드 한경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 그 밖의 대회에서 세 차례 공동2위에 오르는 등 신인으로서 전관왕을 욕심 낼 만큼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 것에 비하면 초라함을 느낄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정은6가 슬럼프에 빠진 것은 아니다.

대회마다 우승 경쟁을 벌이면서도 마지막 스퍼트에서 몇 %가 모자라 공동 2~3위에 머무르는 불운을 겪고 있을 뿐이다. 상반기 대회에서 2위 또는 공동2위가 두 번, 3위 또는 공동 3위가 두 번이나 된다. LPGA투어 메이저대회에 참가하느라 국내 대회 집중도가 떨어진 점은 이유가 될 수 있다.

장타를 뿜어내는 스윙이나 코스를 읽고 적응하는 경기력 또한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그의 경기를 볼 때마다 수준 높은 세련미를 느끼게 된다. 특히 그는 다양한 면에서 다른 선수에게서 발견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국내 골프팬들이 쉽게 그에 대한 사랑을 접을 수 없는 것은 그만이 뿜어내는 매력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이정은6의 이런 매력이 발산한 대표적인 대회가 지난 5월 일본 이바라키에서 열린 JLPGA투어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스 살롱파스컵이다.

이 대회에서 1라운드를 공동4위로 무난한 출발을 한 이정은6는 2라운드부터 선두로 올라서 3라운드까지 2위에 4타 앞선 선두를 지켰다.

동명이인 이정은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핫6 이정은’에 대한 일본 골프팬들의 반응은 상상을 초월했다. 힘차면서도 우아한 스윙에 세련된 복장, 한두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매력이 흘러넘치는 얼굴, 그리고 신비함마저 풍기는 얼굴에서 배어나오는 깊은 미소 등은 일본 골프팬 입장에선 평소 JLPGA투어 대회에서 경험할 수 없는 ‘진경(珍景)’이었다.
 이보미(29), 김하늘(29)의 매력에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호감을 표시하는 일본 골프팬들이지만 이정은6에게서는 이보미나 김하늘과는 다른 독특한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았다.

이보미는 성실한 태도와 늘 웃음이 떠나지 않는 모습, 팬에 대한 진정어린 정성, 누이동생 같은 친근함으로, 김하늘은 서구적인 외모와 훤칠한 키, 마주치는 눈빛에서 느끼는 강렬한 아우라, 그리고 어느 정도 도도한 자세 등으로 일본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면 이정은6는 가까이 다가가고 싶으나 쉬이 다가갈 수 없는 ‘이상야릇한 안타까움’으로 일본 팬들의 마음을 빼앗는 것 같다.

그를 따르는 일본 팬들의 표정, 휴대폰 카메라에 이정은6를 담기에 바쁜 모습은 일본 골프팬들이 얼마나 이정은6 같은 선수의 출현을 기다려왔나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여기에 스윙이 천의무봉처럼 멋진데다 비거리마저 좋으니 그를 좋아하지 않곤 배길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정은6가 살롱파스컵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타수를 까먹지만 않았어도 여유 있게 우승했을 것이고 그의 인기는 JLPGA투어를 뒤집어놓았을 것이다. 대형스폰서들이 다투어 그에게 접근하고 JLPGA측에서도 일본골프의 활성화를 위해 주무대를 JLPGA투어로 옮겨줄 것을 간절히 요청했을 것이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4타 선두를 지키지 못하고 오히려 4타를 잃는 바람에 신지애에게 우승, 일본의 스즈키 아이에게 2위를 내주고 3위로 밀려났지만 일본팬들은 내심 매력 투성이 이정은6가 우승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3개월 전의 대회를 반추하는 것은 이정은6가 자신의 진면목(眞面目)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기우 때문이다.

아름다운 스윙, 자연스런 미모, 경기에 임하는 모습 등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내 눈엔 보석이다. 소박미와 청순미가 우러난다. 난향(蘭香)처럼 신비한 향기마저 풍긴다.

이번 삼다수 마스터스 대회를 보면 이정은6 스스로 자신의 참모습을 알아채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우승 없이 시즌을 보내면서 스스로 자신에게 실망한 나머지 경기에서도 자신에 대한 불만이 배어나왔다. 좋은 플레이를 하고도 적극적인 퍼포먼스를 취하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넘길 사소한 실수에도 불만 섞인 표정을 짓는 모습은 자신의 참모습을 알아챈 사람의 자세가 아니었다. 평소의 긍정적인 습관과 퍼포먼스가 자신의 리듬을 살려주듯 매력 투성이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야 자신감에 찬 경기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정은6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진면목을 알고 그것을 인정하고, 그에 어울리는 당당하고 자신감 넘친 경기를 펼쳐나가는 지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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