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시절 성은정과 최혜진. 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골퍼로서 최혜진과 성은정은 비슷한 듯 다르다.
모두 만 18세로 최혜진이 두 달 가량 일찍 태어났다. 키는 최혜진이 167cm, 성은정이 174cm로 성은정이 크다. 그렇다고 신체조건에서 유불리가 드러나지는 않는다. 최혜진은 큰 키는 아니지만 유연한 몸으로 비거리에 대해 결핍감을 느끼지 않는다. 성은정은 듬직한 체격에 남자선수를 방불케 하는 호쾌한 스윙을 자랑한다.

두 선수 모두 한국 아마추어 여자골프의 쌍두마차로 불릴 만큼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냈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제2의 김효주’로 주목 받은 최혜진은 아마시절 국내 대회는 물론 국제대회에서도 우승 아니면 준우승 퍼레이드를 펼쳤다.
2014년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에 한국대표로 출전, 여자 단체전 은메달을 따고 2015년 16세 나이로 세계 주니어 여자골프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괴물 아마추어’로 명성을 날렸다. 2016년 리디아 고가 우승한 뉴질랜드 여자오픈에서 최혜진이 준우승하자 호주와 뉴질랜드 골프계가 발칵 뒤집힐 정도였다.

지난해에는 US 여자오픈에 참가, 박성현과 우승경쟁을 벌이다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해 트럼프 미국대통령을 놀라게 했다. 아마추어로 2017 시즌 KLPGA투어 2개 대회와 이벤트대회에서 우승컵을 거머쥐었고 지난해 말 프로로 전향한 뒤 효성챔피언십과 비씨카드 한경레이디스 2018 대회에서 우승했다.
최근의 MY 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에서도 공동2위를 차지하며 신인왕뿐만 아니라 대상, 상금, 평균타수, 다승 부문에서 모두 1위로 나서 '특급 신인' 면모를 자랑하고 있다.

성은정 역시 초중고 시절 각종 대회를 휩쓸다시피 했다. 최혜진이 US여자오픈 외에는 미국무대 진출에 소극적이었다면 성은정은 15세 때부터 미국무대를 두드렸다. 2014년 US 여자아마추어 퍼블릭링크스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하며 자신감을 얻는 성은정은 2015년과 2016년 US 여자주니어 골프선수권대회에서 2연패했다. 이 대회 2연패는 그가 처음이다. 여세를 몰아 2016년 US 여자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미래 LPGA투어의 무서운 신인으로 주목받았다. 

최혜진이 준우승한 2017년 US여자오픈에서 컷 탈락하는 아픔을 맛본 성은정은 국내무대 대신 LPGA투어로 직행하기로 결심, 올 초 프로전향을 선언하고 LPGA 2부 투어인 시메트라 투어에 뛰어들었다. 최혜진이 아마추어로서 KLPGA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면 성은정은 기회를 맞고도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한 것도 미국 무대로 눈을 돌리게 된 원인의 하나였다.

이런 성은정이 23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로체스터에서 끝난 시즌 12번째 대회인 대니얼 도우니 크레딧 유니언 클래식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 프로 데뷔 첫 승을 올렸다. 샷을 가다듬느라 대회를 건너뛰기도 한 그는 7개 대회 참가 만에 귀중한 1승을 건진 것이다.
이번 우승으로 성은정은 시메트라투어 상금랭킹이 6위로 올라서 10위까지 받을 수 있는 LPGA투어 시드 획득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시즌 3승을 거둬 LPGA투어로 직행을 꿈꾼다.

KLPGA투어에서도 독주체제를 보이고 있는 최혜진이 물설고 낯설고 말마저 선 LPGA 행을 택할지는 미지수다. 국내무대에서 성공적인 프로생활을 하며 기회 날 때마다 LPGA무대를 밟는 것이 그로선 여러 면에서 편할 것이다. 먼저 LPGA투어에 진출했다 언어문제로 좌절을 겪은 선배들의 예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LPGA투어를 노리더라도 좀 더 국내대회에서 이정은6(22)와의 쌍두체제를 만끽한 뒤가 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다.

반면 KLPGA투어에서 좋은 기억을 갖고 있지 않은 성은정은 아마추어와 프로로서 미국 무대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LPGA투어 직행이 당면목표일 수밖에 없다.
통역 없이 인터뷰를 할 정도로 말문이 트인 그로서는 이정은6나 최혜진 등에 비하면 LPGA투어에 관한 한 유리한 조건인 셈이다.  

출중한 두 선수의 가는 길은 다르지만 한국 여자골프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KLPGA이든 LPGA이든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해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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