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 시니어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로라 데이비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전설(傳說)은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말이나 이야기다. 자연스럽게 전설의 주인공은 과거의 사람이다.
이미 전설(legend)의 반열에 오른 위대한 여성골퍼 로라 데이비스(Laura Davies·55.잉글랜드)가 과거의 전설이 아닌 살아있는 전설을 쓰고 있다.

미국골프협회(USGA)가 50세 이상의 여자 골프선수들을 위해 처음 창설한 US 시니어여자오픈에서 55세의 나이를 무색케 하는 맹타를 휘두르며 우승, 케케묵은 전설의 딱지를 떼어버린 것이다. 

데이비스는 지난 16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인근 시카고GC(파73)에서 열린 제1회 US 시니어여자오픈 마지막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보태며 최종합계 16언더파 276타로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파73짜리 코스를 나흘간 도는 것도 벅찬 나이임에도 16언더파를 기록했다는 점, 2위인 줄리 잉스터(58.미국)와 10타 차이의 완벽한 우승을 했다는 점 때문에 매스컴은 로라 데이비스를 재조명했다.

50세 이상 남자선수들이 참가하는 시니어투어인 챔피언스투어가 PGA투어와 함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 비하면 여태 여자선수들의 시니어투어가 없다는 것이 이상하다.
이런 현실을 간파한 USGA가 용기를 내 여자선수들을 위한 시니어오픈을 창설한 것이다. 아직 시즌 내내 일정한 기간을 두고 정기 투어를 여는 단계는 아니지만 단일 대회만이라도 여자 시니어 대회가 생겼다는 것 자체가 여자선수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전설적인 선수들이 한결같이 감격해 마지않는 것을 보면 노장 여자골퍼들이 얼마나 시니어투어를 갈망해왔는지 알 수 있다.
골프팬으로선 PGA투어에서 낯익은 선수들이 나이를 먹어서도 시니어투어에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행운이다. 마찬가지로 많은 골프팬들은 LPGA투어의 전설적인 선수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젊은 시절을 방불케 하는 기량을 자랑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다행히 이번에 처음 열린 US 시니어여자오픈은 전설적인 시니어선수들과 골프팬들이 만나 회포를 푸는 감격적인 대회로 치러졌다.

50줄을 넘기고도 LPGA와 LET(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에서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로라 데이비스의 플레이가 여자 시니어투어의 품질을 보장함으로써 시니어투어의 미래를 밝게 했다.
데이비스는 파 73인 시카고GC에서 3라운드까지 11언더파를 기록, 일반 LPGA투어의 우승 경쟁자들이 보여주는 기량을 과시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그는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잡았다. 이 버디가 모두 파5에서 나왔다. 파5에서 그는 모두 투온에 성공, 쉽게 버디를 건졌다.

데이비스와 함께 챔피언조로 경기한 역시 ‘살아있는 전설’ 줄리 잉스터가 선두 데이비스에 6타 차이까지 격차를 좁혔으나 라운드 스코어는 이븐파에 그쳐 최종합계 6언더파 286타로 2위에 만족해야 했다. 함께 경기한 영국의 트리시 존슨(52)이 최종합계 4언더파 288타로 단독 3위를 차지했다.

초대 챔피언으로 1회 US 시니어여자오픈 우승트로피에 이름을 새기는 영광을 차지한 데이비스는 설명이 필요 없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아직 LPGA투어와 LET에서 뛰고 있는 그는 지난 3월 LPGA투어 호프 오브 뱅크 파운더스컵 3라운드에 63타를 치며 박인비에 이어 준우승을 올랐다. 2010년 유럽여자투어 인도여자오픈 우승 후 무려 8년 만의 이번 우승으로 개인통산 우승기록은 85승으로 늘어났다. 
LPGA투어에서 20승(메이저 4승), LET에서 45승을 거뒀고 1987년엔 유럽선수로는 두 번째로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잉글랜드 출신 여자골퍼로서의 뛰어난 활약으로 그는 1988, 1995, 2014년 영국여왕으로부터 대영제국훈장(C.B.E)을 받았고 2015년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대회장인 시카고GC를 찾은 골프팬들은 좋아하는 전설들의 사인을 받고 페어웨이를 함께 걷는 특전도 누렸다.

우승자 로라 데이비스 외에도 LPGA 통산 31승(메이저 7승)의 줄리 잉스터, LPGA 통산 28승(메이저 5승)의 에이미 앨코트(62.미국), US 걸스주니어와 US 여자아마추어, US여자오픈을 모두 석권한 유일한 선수로, LPGA에서 43승을 거둔 조안 카너(79.미국), LET 19승에 LPGA 3승 등 프로대회 26승의 트리시 존슨, LPGA 통산 8승의 다니엘 아마카폰(55.미국), US여자오픈을 3회나 우승하는 등 메이저 4승을 포함해 18승을 올린 홀리시 스테이시(64.미국) 등 살아있는 골프의 전설들이 총출동했다.

LPGA 통산 8승에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낸시 로페즈(61.미국)도 참석했으나 무릎 수술로 라운드는 하지 않고 스타트 홀에서 출전선수의 이름을 호명하며 골프팬들과 교감했다.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자신들을 잊지 않고 찾아온 골프팬들과, 긴 사인 행렬, 팬들과 함께 한 페어웨이 산책 등에 감격하며 비슷한 대회가 열리면 무조건 참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30대에 접어들면 노장 소리를 듣고. 40이 가까우면 은퇴를 당연시 하는 우리나라 여자 프로골프 풍토에선 별세계 소식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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