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 우승자 티다파 수완나푸라.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세계 여자골프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한류골프에 강력한 도전자가 나타났다. 아리야 주타누간(22) 모리야 주타누간(23) 자매를 앞세워 세찬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태국 여자골프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16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일랜드 메도스GC(파71)에서 끝난 LPGA투어 마라톤 클래식에서 태국의 티다파 수완나푸라(25)가 최종합계 14언더파 270타로 미국의 브리타니 린시컴(32)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전 끝에 LPGA투어 데뷔 7년 만에 우승컵을 품었다.

2011년 프로로 전향해 2012년 LPGA투어 Q스쿨을 단번에 통과한 뒤 7년을 무승으로 보내다 120개 대회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그로서는 감격의 순간이었지만 시즌 8승, 3주 연속 우승을 노린 한국선수들에겐 흐름이 끊기는 순간이기도 했다. 태국 선수로는 주타누간 자매에 이어 LPGA투어 우승컵을 안은 세 번째다.

태국 여자골프가 한국 여자골프의 강력한 도전자로 느껴지는 것은 주타누간 자매나 이번에 우승한 수완나푸라의 존재 때문이 아니다. 주타누간 자매의 탁월한 경쟁력을 인정하더라도 우리에겐 그를 상대할 자원이 풍부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주타누간 자매의 급부상으로 태국에서 예사롭지 않은 골프열풍이 일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박세리 선수가 LPGA투어에서 대성공을 거두면서 ‘박세리 키즈’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듯 태국에서도 ‘주타누간 키즈’가 급증하고 있다.
‘주타누간 키즈’들이 기량을 닦아 LPGA투어에 본격 등장할 3~4년 후에 ‘박세리 키즈’들이 그랬듯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런 조짐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올 시즌 들어 태국은 LPGA투어에서 이미 한국에 이어 두 번째로 승수가 많은 국가다. 한국이 7승, 태국이 4승으로 미국과 같고 캐나다 스웨덴 일본 뉴질랜드 호주 등이 각각 1승을 올렸다.
LPGA투어 공식홈페이지가 밝힌 상금랭킹(179위까지 집계)에도 한국선수가 19명이 포함돼있는데 놀랍게도 이 랭킹에 이름을 올린 태국선수가 10명에 이른다. 우리가 이름을 잘 모르고 있을 뿐 많은 태국선수들이 LPGA투어에서 꾸준하게 활약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들의 잠재력은 가볍게 볼 수 없다. 이번에 우승한 수완나푸라만 해도 아마추어시절 2006, 2008, 2010년 혼다 LPGA 타일랜드 대회에 참가하고 2010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리버우드 주니어오픈에서 우승할 정도의 기량을 갖추고 있다. LPGA투어 리더보드에서 이름을 자주 대하는 포나농 파트룸, 위차니 미차이 등 우승 기회를 엿보는 선수가 여럿 된다.

주타누간 자매가 일으킨 골프 붐은 조만간 KLPGA투어 못지않게 뛰어난 신인 배출로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태국 여자골프는 LPGA투어에서 한국 여자골프를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가 될 게 뻔하다.

무엇보다 주타누간 자매나 티다파 수완나푸라, 포나농 파트룸의 경기에서 느낄 수 있듯 태국 여자골프의 DNA가 우수하다는 사실은 위협적이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이미림, 전인지, 최운정, 김인경, 김세영, 김효주 등 우승경쟁을 벌일 한국선수들이 대부분 출전했는데 이런 선수들 틈에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는 것은 수완나푸라의 경쟁력이 예사롭지 않음을 증명한다.

한국 여자골프의 위협은 태국만이 아니다. 골프 영재 육성에 한창인 중국이 LPGA투어 무대에 본격 등장할 때 한국 여자골프가 지금처럼 주류로 LPGA를 계속 지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펑샨샨, 청야니 같은 선수가 속속 등장한다면 주타누간 자매가 LPGA투어에서 일으킨 판도 변화를 뛰어넘는 도도한 ‘차이나 쇼크’를 예상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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