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디오픈에서 우승했던 조던 스피스가 클라레 저그를 들고 기념 촬영하던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매년 7월 셋째 주 목요일 지구촌 골프팬들의 눈은 한곳에 쏠린다. 디 오픈(The Open)이 열리는 잉글랜드 혹은 스코틀랜드의 어느 해안가 골프장으로.  

마스터스, US오픈, PGA챔피언십과 함께 세계 4대 메이저 대회의 하나로 꼽히는 디 오픈은 명실 공히 세계 최고의 골프대회다. 마스터스 대회와 함께 골프선수라면 평생 한번이라도 참가하는 것 자체를 최상의 영광으로 받아들인다.

그만한 까닭이 있다. 우선 지구촌에서 가장 오래 된 대회다. 1860년 10월 17일 스코틀랜드 프레스트위크 코스에서 첫 대회가 열렸으니 올해로 158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전쟁 등으로 대회가 열리지 않은 경우도 있어 횟수로 따지면 올해 대회가 147회째다. 

디 오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골프의 본고장에서 열리는 대회라는 점이다. 물론 8개 코스(스코틀랜드 5곳, 잉글랜드 3곳)를 순회하지만 모두 바다를 낀 링크스 코스로 골프의 원형(archetype)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양떼가 훑고 지나간듯한 페어웨이와 그린, 바닷가의 갈대와 잡풀들이 뒤엉킨 러프지역, 목동들이 바람을 피하기 위한 구덩이였던 항아리 벙커, 그리고 변화무쌍한 북해의 기후가 어우러진 링크스 코스는 처음 골프가 발원했던 10세기경 스코틀랜드의 풍경을 그대로 재현해준다.

골프의 기본 정신과 규칙이 탄생한 산실 역시 디 오픈이다. 자연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게임을 즐기되, 상대방을 철저하게 배려하고 속임수에 대해 철저하게 징벌을 가하는 ‘신사의 스포츠’ 원형을 읽을 수 있다. 골프 룰이 이 대회를 통해 탄생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디 오픈을 주관하는 왕립골프협회를 뜻하는 Royal and Ancient Golf Club of St. Andrews는 엄격히 말하면 협회가 아닌 프라이빗 클럽이다. 디 오픈이 열리기 100여년도 전인 1754년 세인트앤드루스에서 골프를 사랑하는 동호인들이 클럽을 결성했는데 역사도 깊고 정통성도 있어 영국 왕으로부터 Royal & Ancient라는 칭호를 쓰도록 허가받았다.
1897년 영국 클럽들이 모여 골프의 공통 규칙을 제정했는데 그 기본은 물론 R&A 규칙이었다. 지금도 R&A는 미국의 PGA와 함께 골프 규칙과 클럽 디자인 등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린다.

탁월한 골프기량을 갖춘 골퍼라면 프로 아마추어 제한 없이 문호가 개방돼 있다는 점은 원래의 대회명칭인 'The British Open Championship'보다 'The Open'으로 불려지는 이유를 말해준다. 영국인들은 세계의 모든 실력있는 골프선수들에게 개방돼있는 유일한 대회라는 자부심으로 디 오픈이란 명칭을 고집한다. 미국 PGA투어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엄격히 제한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디 오픈은 실력만 갖추었다면 모두에게 개방된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R&A골프클럽은 정말 우수한 기량을 갖춘 골퍼를 가리기 위해 매우 촘촘한 선발과정을 두고 있다. 영국, 유럽, 미국, 아시아 등 세계 각종대회 우승자와 상금순위 상위에 랭크된 선수를 비롯해 국제 아마추어대회에서의 우승자 등 30여개가 넘는 카테고리를 두어 참가자격을 부여한다.
이런 카테고리에 포함되지 않는 골퍼를 위하여 세계를 몇 개 지역으로 나눈 지역예선과 영국 내 지역예선 대회를 거쳐 상위 1~2명에 대해 참가자격을 부여하는데 물론 프로 아마추어의 구분이 없다.

이처럼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야만 디 오픈에 참가할 수 있으니 아마추어는 물론 프로선수 역시 참가하는 것 자체를 대단한 영광으로 여기지 않을 수 없다.

지구촌 최고의 골프대회인 디 오픈도 출발은 초라했다.
1860년 10월 17일에 12홀의 프레스트위크(Prestwick) 코스에서 열린 1회 대회에는 겨우 8명의 선수가 참가해 윌리 파크(Willie Park)라는 선수가 초대 챔피언이 되었다. 우승자에겐 은화 5파운드와 은제 벨트가 주어졌다. 1872년부터 상금이 현금과 은제 컵으로 바뀌었고 상금규모도 해마다 늘어났다.

상금규모가 작아 한때 참가자가 줄기도 했으나 1960년대부터 잭 니클라우스와 아놀드 파머 등 골프영웅들이 참가하면서 권위를 되찾았고 존 댈리가 우승한 1995년 대회부터 미국 PGA투어의 공식대회로 인정되면서 세계 최고, 최대의 대회로 자리를 굳혔다.

초기엔 스코틀랜드 남부 글래스고우의 프래스트위크 골프클럽에서만 개최하다 매년 장소를 옮겨가며 열린다. 바닷가 코스, 즉 링크스를 대회장으로 쓰는 전통과 골프의 발상지인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5년마다 반드시 디 오픈을 열도록 한 규정은 엄격히 지켜지고 있다.

오는 19~22일 북해와 면한 스코틀랜드 동부 앵거스지역의 작은 해안도시 커누스티(Carnoustie) 골프링크스에서 열리는 147회 디 오픈에는 5명의 한국선수와 1명의 한국계 재미교포선수가 출전한다.

김시우(23)는 지난해 제5의 메이저대회인 더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3년간 출전이 보장된 상태고, 안병훈(27)은 PGA투어 상위랭킹에 들어 출전자격을 얻었다. 강성훈(31)은 최근 열린 퀴큰론스 내셔널 단독 3위에 오르면서 티켓을 거머쥐었고, 한국오픈 우승자 최민철(30)과 준우승자 박상현(35)이 KPGA투어에 배당된 두 장의 티켓을 차지했다. 재미교포 케빈 나(34)는 최근 PGA투어 밀리터리 트리뷰터 대회에서 7년 만에 2승째를 올리며 디 오픈 티켓을 쥐었다.

이밖에 김민휘(26)와 재미교포 마이클 김(25.한국이름 김상원)이 미국 일리노이주 실비스TPC에서 열리고 있는 존디어 클래식에서 티켓 확보를 위한 상위 입상을 노리고 있고 유러피언에서 활약 중인 이수민(25)도 유러피언투어 스코티시오픈에 출전, 티켓 확보기회를 엿보고 있다.
R&A의 특별초청으로도 출전기회를 얻을 수 있는데, 최근 ‘낚시꾼 스윙’으로 화제를 일으킨 최호성(44)에게 그런 기회가 올 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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