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8회 US오픈 골프대회 챔피언 트로피.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세계의 골프스타들이 제118회 US오픈이 열리는 뉴욕주 사우샘턴 시네콕 힐스 GC에서 별똥별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메이저대회가 열리는 골프코스이니 어렵게 세팅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다수의 전 세계랭킹 1위들을 포함해 이른바 세계 남자골프의 성층권을 형성하고 있는 선수들이 1라운드부터 시네콕 힐스 GC의 마술에 걸려 오버파의 블랙홀로 빨려든 형국이다.

우리에게 낯선 스콧 그레고리(잉글랜드)의 한 라운드 22오버파는 이례적인 것으로 제쳐두더라도 귀에 익은 스타들이 무더기로 오버파를 기록한 것은 골프팬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독일의 강자 마틴 카이머(13오버파)를 비롯, 로리 매킬로이(10오버파), 그래엄 맥도웰, 제이슨 데이(이상 9오버파), 타이거 우즈, 아담 스콧, 어니 엘스, 조던 스피스, 존 람(이상 8오버파) 등 전설적 스타들이 시네콕 힐스에서 호된 첫 라운드를 경험했다.

브라이스 디샘보, 임성재(6오버파), 세르히오 가르시아, 마쓰야마 히데키(이상 5오버파), 저스틴 토머스(4오버파), 김시우(3오버파) 등은 앞선 거물들과 비교하면 낙담할 정도는 아니다.

공동선두가 1언더파(스콧 피어시, 이언 풀터, 러셀 헨리, 더스틴 존슨), 5위가 이븐파(제이슨 더프너)인 것을 감안하며 헨릭 스텐슨, 저스틴 로즈, 찰리 호프먼, 찰스 하웰 3세 등과 함께 1오버파로 공동 6위에 오른 안병훈의 선전은 기적에 가깝게 느껴진다.

1891년에 세워진 이 코스는 USGA 창립코스 5곳 중 하나로 1896년 처음 US오픈이 열렸고 이후 1986년, 1995년, 2004년에 이어 이번이 5번째다.

파70인 이 코스는 2004년 대회에는 전장이 6천996야드였으나 올해는 7천445야드로 늘렸다. 페어웨이의 평균 너비도 2004년 26.6야드에서 올해는 41.6야드로 넓어졌다. 그만큼 장타자들은 마음껏 클럽을 휘두르며 타수를 줄일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코스가 그리 길지도 않고 워터 해저드 등 장애물도 적은 편이지만 러프의 풀 길이를 길게 하고 그린과 그린 주변의 풀을 짧게 깎아 그린 주변에서의 난이도를 대폭 높였다. 여기에 핀 위치가 까다로운 데다 시속 30km의 강풍이 수시로 방향을 바꾸면서 코스를 휘저어 선수들이 더욱 어려움을 겪었다.

주최 측이 최대 흥행조로 편성한 조던 스피스, 필 미켈슨, 로리 매킬로이 등 3명의 합계 스코어가 25오버파에 달했으니 선수들이 불만을 토로할 만도 하다.

2015년 컷 탈락 이후 3년 만에 대회에 출전한 우즈는 2008년 이후 10년 만의 패권 탈환은 고사하고 컷 통과도 어려운 상황이다.

별들의 경연장이 되어야 할 US오픈이 별들의 무덤으로 변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난이도를 높여 선수들이 순도 높은 기량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은 골프 발전을 위해, 골프팬들을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지나친 난이도에 선수들이 익사해버린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올해 시네콕 힐스 GC는 마치 선수들의 인내와 분노의 한계를 시험하려는 악마의 손길이 닿은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필경 언더파 우승자가 나타날 테니 그의 명성은 더 빛날 것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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