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훈과 김효주가 메모리얼 토너먼트와 US여자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아프리카 초원의 생태계를 보여주는 장면의 대표적 주인공의 하나가 치타다. 치타가 가젤이나 임팔라 영양 등을 추격하는 모습은 동물세계 추격전의 압권이다. 풀숲에 잠복해 있다가 목표 먹이를 정해 추격하는 모습은 아름다움 그 자체다.
사자나 늑대, 들개, 하이에나 등은 무리지어 먹이를 사냥하기에 추격의 아름다움을 찾는다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치타나 표범은 혼자서 추격하는데 시속 90km 이상으로 달리면서도 먹이의 움직임에 따라 순간적으로 대응하는 동작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LPGA투어 US 여자오픈에서 김효주(23)가, PGA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안병훈(27)이 초원의 치타를 연상케 하는 인상적인 대추격전을 펼쳤다.
두 선수 모두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불가능해 보이는 추격전을 펼쳐 연장전에 나간 것만으로도 대단한 전과가 아닐 수 없다.

4일(한국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엄 숄 크리크에서 열린 US 여자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김효주가 펼친 대추격전은 하나의 작품이었다.
무려 7타 차이로 앞선 태국의 아리야 주타누간(23)을 추격하는 김효주의 플레이는 내 눈엔 여태껏 보아온 그의 플레이 중 가장 아름다웠다.

지난 2016년 1월 퓨어실크 바하마 챔피언십 우승 이후 2년 5개월을 우승 없이 보내면서 다듬어진 그의 스윙은 천의무봉(天衣無縫) 그 자체였고 경기에 임하는 자세 또한 한층 성숙해 있었다. 항상 미소가 샘솟았고 주위와 잘 어울렸다. 고행을 끝내고 돌아온 구도자의 모습을 방불케 했다.

특히 그의 퍼팅은 마술을 보는 듯했다. 후반전 들어 무려 7타 차이를 따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아리야 주타누간의 어이없는 실수 탓도 있지만 신들린 듯 홀로 빨려 들어가는 그의 퍼팅이 큰 몫을 했다.

14번 홀(파4)에서 펼쳐진 1차 연장전에서 김효주가 성공시킨 9.1m 버디 퍼팅은 경쟁자인 아리야 주타누간마저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마술 같았다.
이어 연장 두 번째 홀에서 김효주는 보기를 범해 서든데스 연장전을 허용했고 연장 4번째 홀에서 아리야 주타누간이 버디에 성공, 김효주의 대추격전은 막을 내렸다.

2년 5개월 만에 우승을 보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으니 어찌 아쉽지 않을까마는 김효주는 아리야 주타누간과 연장 승부를 펼친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기뻐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이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아리야 주타누간은 집요한 김효주의 추격에 흔들리는 듯하다가 평정심을 되찾아 두 번째 메이저 우승으로 LPGA 통산 9승을 올리는 기쁨을 누렸다.

2013년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2타 차 선두를 달리다가 마지막 18번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기록하며 박인비에게 우승을 내주고, 2016년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도 2타 차 선두로 달리다 16번 홀부터 줄 보기를 범하면서 리디아 고가 우승컵을 차지하는 모습을 괴로운 시선으로 지켜봤던 아리야 주타누간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특히 경쟁자인 김효주의 좋은 플레이에 박수를 아끼지 않는 그의 자세는 골프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보여주는 듯했다. 주타누간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김효주의 좋은 퍼트를 보고 나까지 기분이 좋았다”며 박수 친 장면을 설명했는데 이런 생각과 행동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안병훈도 4일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 뮤어필드 빌리지GC에서 열린 PGA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마지막 라운드에서 근래 보기 드문 화려한 추격전을 펼쳤다.

5위로 마지막 라운드를 맞은 안병훈은 불안한 출발을 했으나 금방 정상을 되찾아 버디 5개와 보기 2개로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 합계 15언더파로 브라이슨 디섐보, 카일 스탠리와 연장전에 돌입했다.
18번 홀에서 열린 첫 번째 연장전에서 보기를 한 스탠리가 먼저 떨어져 나가고 연장 두 번째 홀에서 디섐보가 버디 퍼트를 성공하면서 안병훈의 PGA투어 첫 승의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2009년 US 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실력을 검증받은 안병훈은 EPGA(유럽프로골프)투어에서 1승(BMW PGA챔피언십)을 올렸으나 PGA투어에선 2016년 취리히 클래식 준우승이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안병훈 역시 비록 연장전에서 패했지만 대추격전으로 시즌 최고 성적을 거두며 부진 탈출에 성공했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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