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11~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 비치의 TPC 소그래스 스타디움코스에서 열린 PGA투어 제5의 메이저대회 플레이이어스 챔피언십은 여러모로 드라마틱했다.

21억 원이란 우승상금 규모도 그렇지만 참가선수들의 면면이 모두 주인공을 자처할 수 있는 정상급들이어서 이들이 펼치는 우승 경쟁은 보통 대회와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PGA투어 흥행의 중심에 서있는 타이거 우즈가 존재감을 보였고 더스틴 존슨, 저스틴 토마스, 조던 스피스, 존 람, 저스틴 로즈, 리키 파울러, 로리 매킬로이, 마쓰야마 히데키, 브룩스 켑카, 세르히오 가르시아, 패트릭 리드 등 세계랭킹 톱10이 모두 출전했다.

지난해 기라성 같은 톱랭커들을 제치고 최연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김시우가 전년도 우승자는 이듬해 대회에서 참패를 맛본다는 징크스를 깰 수 있을 것인가도 한국의 골프팬들에겐 놓칠 수 없는 관전 포인트였다.

여기에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한국이름 이진명)의 선전이 극적인 요소를 보탰다.
 

21억원의 우승 상금은 4라운드 내내 기복 없는 탄탄한 플레이를 펼친 웹 심슨(미국)이 차지했지만 미디어와 갤러리들의 시선은 타이거 우즈에 모아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웹 심슨의 플레이는 극적인 요소는 덜 했지만 경기 그 자체로는 많은 선수들의 귀감이 될 만했다. 보통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4개 라운드 중 3개 라운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야 하는데 웹 심슨은 첫 라운드에서부터 3개 라운드를 66, 63, 68타로 훌륭하게 이끌었다. 마지막 라운드를 유일하게 60대타수를 벗어난 73타를 기록했지만 2위와 7타 차이로 출발한 것을 감안하면 공동 2위 지미 워커, 찰 슈워젤(남아공) 등 추격자들을 4타 차이로 따돌린 것만으로도 성공적인 마무리였다.

2011년 윈덤챔피언십에서 데뷔 첫 승을 거둔 뒤 델 테크놀로지 챔피언십에 이어 2012년 US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심슨은 2013년 슈라이너스 호스피털스 우승 이후 4년 넘게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올 시즌도 13개 대회에 출전해 소니오픈 공동 4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으니 그에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은 인생의 흐름을 바꿔놓을 만한 큰 사건이다. 
 

한국 골프팬의 입장에선 김시우도, 대니 리도 아쉬웠다.

첫 라운드를 6명의 공동선두와 1타 차 공동7위로 출발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듯했던 김시우는 둘째 라운드서부터 마지막 라운드까지 서행과 지체를 거듭하다 결국 3언더파 공동 63위로 또 한명의 대회 징크스 희생양이 되었다. 굵직한 목 때문에 변강쇠 이미지를 풍기는 그는 자주 보여주는 묵직한 플레이로 경험만 더 축적되면 최경주의 대를 이를 선수로 성장하리라는 믿음을 주었다. 

초등학생 때 골프선수로 대성하기 위해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 리디아 고와 함께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남녀 골퍼로 성장한 대니 리는 첫 라운드 68타, 둘째 라운드 66타로 선전하며 우승 경쟁의 발판을 마련하고 셋째 라운드에서 다시 2타를 줄여 합계 12언더파로 단독 선두 웹 심슨에 7타는 뒤졌지만 마지막 라운드에서 심슨과 함께 챔피언조에 편성돼 우승 경쟁을 벌이는 기회를 얻었다.
 대니 리는 좋은 체격조건에 비거리에서도 웹 심슨을 앞섰지만 종종 욕심 부린 스윙으로 위기를 자초, 타수를 줄이는 데 실패했다.

2008년 US 아마추어 골프선수권 우승 이후 PGA투어로 진출, 유러피언투어 조니워커 클래식 우승, PGA 2부투어인 네이션와이드 투어 우승에 이어 2014년 PGA투어 푸에르토리코 오픈 준우승, 2015년 그린브라이어 클래식에서 PGA투어 첫 승을 올린 그는 큰 대회 경험 부족에 따른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공동 7위에 만족해야 했다. 
 

우승컵은 웹 심슨이 차지했지만 스포트라이트는 타이거 우즈에 집중됐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두 차례 제패한 좋은 추억을 가진 타이거 우즈로선 이 대회가 자신의 귀환을 확실히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터였다. 마스터스 이후 일부 대회를 건너 뛴 것도 그만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거는 기대가 컸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황제의 귀환을 시도해 실패와 성공을 경험했던 그는 3승을 올린 2012년, 4승을 거둔 2014년과 비슷한 화려한 복귀를 꿈꾸고 있는 듯하다.

산천초목을 떨게 하며 구름 관중을 모았던 그가 우승을 거두지 못하고 북만 요란하게 울리는 현재의 자신을 용납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더욱 탄탄하게 단련된 몸매나 군더더기가 제거된 스윙, 불필요한 과욕의 자제 등 달라진 모습을 보면 그의 복귀가 단순하게 필드로의 복귀를 의미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희망과 절망을 함께 보여주었다.

72타와 71타로 끝낸 1,2 라운드는 평범했다. 과연 이번 복귀에서 1승이라도 건질 수 있을까, 샘 스니드의 PGA투어 통산 우승기록(82승)이나 잭 니클라우스의 메이저 우승기록(14승)에 한 발짝이라도 다가갈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셋째 라운드는 완전히 달랐다. 경계선에서 컷을 겨우 통과한 우즈는 그런 자신을 채찍질 하듯 분노의 샷을 날렸다. 첫 홀부터 버디를 낚은 그는 전반에만 6개 버디를 쓸어 담았다. 후반에 2개의 버디와 한 개의 보기로 합계 8언더파를 만들었다.        

마스터스(공동 35위)와 웰스 파고 챔피언십(공동 55위)에서의 경기 모습은 물론 1, 2라운드의 모습과는 비교되지 않았다.
티샷은 신뢰가 실렸고, 아이언 샷은 예전처럼 날카로웠다. 퍼트도 좋았다. 전반만 놓고 보면 삼박자가 맞아 들어가는 모습이 왕년의 타이거 우즈를 보는 듯했다.
아쉬움이 있다면 불꽃을 길게 가져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전반의 파죽지세가 후반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다행인 것은 마지막 라운드 전반에서 4타를 줄이고 후반에 한 타를 잃어 다시 불씨를 살리는 능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4라운드 중 두 라운드는 성공했고 두 라운드는 실패한 셈이다. 성공한 라운드를 세 개로 늘리지 못하는 한계가 타이거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3, 4 라운드 전반에 보여준 타이거 우즈의 경기모습에 많은 골프팬들이 그가 거의 전성기 수준에 가까이 다가왔음을 느꼈을 것이다.
요란한 북소리 뒤에서 붉은 셔츠의 타이거 우즈가 승리의 포효를 하는 장면을 그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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