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 김해림, 신지애, 박성현 프로 등이 보여준 사례

박성현이 LPGA 텍사스 클래식에서 2018시즌 첫 우승을 기록했다. 사진제공=하나금융그룹
[골프한국] 골프에서 최고의 덕목은 기복 없이 경기하는 능력이다.

한 라운드가 4~5시간 소요되고 3~4라운드를 소화해야 하는 골프에서 경기기간 내내 꾸준한 기량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기량 20%, 정신력 80%’가 지배한다는 골프의 특성상 3~4일 계속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승리는 대개 한순간 화려한 경기를 펼친 선수보다는 덜 무너지며 꾸준하게 경기를 이끌어나간 선수의 몫이다.

그러나 기량도 일정수준 이상이고 기복 없이 경기를 끌어가는 능력도 탁월한 선수들끼리 경쟁을 벌일 땐 사정이 다르다.
이때 필요한 것이 결정적 한방이다. 복싱의 피니시 블로우나 카운터펀치 같은 것이다. 지난 2009년 PGA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타이거 우즈의 얼을 빼버린 양용은의 기막힌 하이브리드 샷과 긴 버디 퍼팅은 매직 샷 중의 매직 샷이다.
 
요즘처럼 경쟁이 치열해져 선수의 기량이나 체력 등이 상향평준화된 상황에선 기복 없는 경기력에 더해 ‘결정적 한방’이 승리의 향방을 가른다. 그만큼 매직 같은 마법의 샷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최근 미국 LPGA투어, 일본 JGTO 및 JLPGA투어, 그리고 국내 투어에서 결정적 한방의 매직 샷이 승리를 결정지은 실증적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4월 30일 열린 LPGA투어 메디힐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 호주교포 이민지와의 연장전 18번홀(파5)에서 리디아 고는 회심의 우드 샷으로 볼을 홀 75cm에 붙여 가볍게 이글을 하며 우승 없이 보낸 1년9개월이란 우울한 뒤안길을 한 번에 날려버렸다. LPGA 통산 승수를 15승으로 늘리면서 골프천재의 귀환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전설의 반열에 오를 만한 이글”이라는 미국 CBS 해설자의 극찬은 과장이 아니다.
 
5월 7일 LPGA투어 '볼런티어 오브 아메리카 LPGA 텍사스 클래식' 마지막 라운드에서 박성현이 창조해낸 이글 한방과 마지막 홀 칩인 버디도 보기 드문 매직 샷이었다.

4번홀(파5)에서 투 온에 실패했지만 정교한 칩샷으로 이글을 기록하며 우승 경쟁에 불을 붙이는데 성공했고 마지막 18번홀(파4) 그린 밖에서 절묘한 어프로치로 칩인 버디를 낚으면서 우승 없이 보낸 9개월간의 가슴앓이를 툴툴 털어냈다.

특히 박성현이 만들어낸 기적 같은 샷은 악천후로 경기 지연, 중단, 라운드 축소 등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롱런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지난 5월 6일 열린 J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에서 신지애(30)가 역전 우승에 성공한 것도 결정적 이글 한방 덕이었다.
 
3라운드까지 1언더파 215타로 단독 선두 이정은(22)에게 4타 뒤진 공동 2위에 머물렀던 신지애는 ‘핫식스’ 이정은와 지난해 JLPGA투어 상금왕 스즈키 아이(일본)와 챔피언조에 편성돼 우승 경쟁에 돌입했다.
 
이정은6가 부진한 사이 스즈키 아이가 단독선두로 나서고 신지애는 3위로 따라가다 17번홀(파5)에서 기적 같은 우드 샷으로 투 온에 성공한 뒤 이글로 연결, 한순간에 순위를 뒤집었다. ‘전 세계랭킹 1위’라는 일본TV 중계화면의 문자가 유난히 빛나 보이는 순간이었다.

신지애는 올 2월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캔버라 클래식 이후 3개월 만의 우승이자, LPGA 투어와 공동 주관한 2008, 2010년 미즈노 클래식 우승을 포함해 JLPGA투어 통산 18승째다.
 
6일 막을 내린 KLPGA투어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도 선두 이다연(21)에게 2타 뒤진 김해림(29)이 17번홀(파4)에서 7m 내리막 훅 라인 퍼팅을 기적적으로 성공시키면서 이 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한 이다연을 제치며 우승을 결정지었다. 티샷부터 승부를 걸었던 그는 위험한 퍼팅 라인임에도 불구하고 버디를 노리는 매직 퍼팅을 했고 이 노림은 성공했다.

2016년 이 대회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던 김해림은 지난해 타이틀 방어 성공에 이어 또 다시 정상에 올라 3년 연속 타이틀을 지키는 기록을 세웠다.
 
같은 6일 막을 내린 KPGA 코리안투어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우승한 박상현(35)은 다른 의미의 매직 골프를 한 경우가 아닐까.

박상현은 마지막 라운드를 마친 뒤 최종합계 1언더파 283타로 장이근, 황중곤, 가간지트 불라(인도)와 연장전에 들어가 3차 연장에서 장이근을 따돌리고 우승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티샷, 세컨드 샷, 퍼트 등 전체적으로 감이 안 좋았다”며 “골프 삼박자가 다 안 맞아도 우승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박상현은 2라운드에만 1언더파를 쳤을 뿐 1, 3, 4라운드는 이븐파에 그쳤으니 이번 대회에서 그에겐 매직 샷은 없었던 셈이다.
그동안 소홀했던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동계 전지훈련도 포기하고 둘째를 임신한 부인 곁을 지키며 출산을 지켜본 그는 최근 장모상을 당해 연습에 전념할 수 없었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절감했다고 하니 새삼 깨달은 가족사랑이 경기 집중력을 높이는 마법을 발휘할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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