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박성현(25)이 우여곡절 끝에 시즌 첫 승을 낚았다. 지난해 8월 캐네디안 퍼시픽 여자오픈 우승 이후 9개월 만이자 LPGA 통산 3승째다.

지난 4~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더 콜로니의 올드 아메리칸GC에서 열린 ‘볼런티어 오브 아메리카 LPGA 텍사스 클래식’은 시작부터 악천후 때문에 난산이 예견되었다. 마지막 날을 제외하곤 정상적으로 경기가 진행되지 못해 온전한 대회로 보기엔 부족함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보면 온갖 악조건이 망라된 대회에서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승리를 챙긴 박성현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대회이기도 했다.

이번 대회만큼 악조건이 겹친 대회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린에서 볼이 멈추지 않을 정도의 강풍으로 경기가 지연되다 모든 스코어를 없었던 것으로 하고 3라운드로 조정되었다가 끝내 2라운드로 축소되었다. 그러고도 일몰로 경기가 중단되어 다음날로 이어지는 변칙 진행이 불가피했다. 선수들은 언제 경기가 속개될지 몰라 대회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10시간 가까이 무작정 기다려야 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골프선수가 겪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한 곳에서 압축해서 체험하는 희귀한 경험을 한 셈이다.

공수특전단이나 UDT, SEAL 같은 특수요원들은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맞은 상황이 특수요원들의 그것과 흡사하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언제 경기가 속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신체적 감성적 리듬을 유지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고 실전에선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특수요원 훈련을 받아보지 않은 선수들로서는 견뎌내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박성현은 마지막 2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5개, 보기 2개로 다섯 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11언더파 131타로, 이날 7타를 줄인 미국의 린디 던컨을 한 타 차이로 누르고 우승했다.

9개월 만의 그의 우승이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다. 1라운드가 끝났을 때만 해도 박성현은 덴마크의 니콜 브로크 라르센에 한 타 뒤져 신지은과 함께 공동 2위였으나 라르센이 4번 홀(파5)에서 칩샷을 할 때 어드레스 과정에서 볼이 움직인 것이 비디오 판독으로 밝혀짐에 따라 1벌타를 받으면서 공동선두로 합류했다.

박성현과 신지은이 2라운드를 시작하기도 전에 공동선두가 5명으로 늘어나면서 우승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1번 홀 보기로 불안하게 시작했으나 4번홀(파5)에서 이글을 잡으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미국의 린디 던컨이 7타를 줄이며 우승컵에 다가가는 듯했으나 박성현이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칩인 버디에 성공하면서 던컨의 추격을 뿌리쳤다.

사흘 내내 이어진 어수선한 상황을 겪으면서도 박성현이 마지막 라운드에서 만들어낸 이글과 마지막 홀 칩인 버디는 LPGA투어에서 그의 위상을 높이는데 걸 맞는 작품이었다.

그의 스윙이 탁월하며 비거리는 길고 아이언이 날카롭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안다. 그러나 실전에서는 종종 자신감 없는 행동을 보이며 집중력을 잃는 경우가 나타나곤 했는데 어수선한 장바닥 같은 난장(亂場)에서 그는 전혀 새로운 면모를 보였다. 이런 모습을 보이기까지 그가 기울인 노력과 쏟은 땀이 어느 정도일까 짐작이 간다.
마치 게릴라 소굴에서 구출한 어린 아이를 안은 채 먼지를 뚫고 모습을 드러낸 특수부대 요원처럼 자랑스러웠다.

그러고 보니 박성현에게 베레모를 씌워주면 정말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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