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메디힐 챔피언십에서 초대 우승을 차지한 리디아 고.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1)만큼 '천재골퍼'라는 수식어에 딱 어울리는 골퍼를 찾기도 힘들 것이다.

미셸 위(28), 렉시 톰슨(23), 제시카 코다(25), 브룩 헨더슨(20) 등이 LPGA투어에 데뷔하기 전부터 ‘천재골퍼’로 명성을 얻었지만 LPGA투어에 들어와서도 꾸준하게 천재성을 입증한 선수로 따지면 리디아 고가 단연 독보적이다.

우선 LPGA투어 누적 승수에서 차이가 난다. 렉시 톰슨이 9승, 미셸 위가 5승, 브룩 헨더슨이 6승, 제시카 코다가 5승을 올린 데 비해 리디아 고는 LPGA 메디힐 챔피언십까지 포함해 15승을 거두었다.

그는 태국의 아리야 주타누간에게 세계랭킹 1위를 내어 줄 때까지 85주 연속을 포함해 총 104주간 골프 여왕의 자리를 지키며 그에 걸 맞는 기량으로 우승권에서 벗어난 적이 별로 없었다. 

이런 리디아 고가 2016년 7월20일 LPGA투어 마라톤클래식 우승 이후 ‘우승 가뭄’에 빠졌다. 중위권 이하로 떨어지기도 하고 컷 탈락의 수모도 겪었다.

공교롭게도 리디아 고의 추락은 클럽 교체, 캐디 교체, 스윙코치 변경 등의 시기와 겹치면서 많은 소문을 낳았다.

골프에서 차지하는 리듬의 변화는 절대적이다. 클럽, 스윙, 캐디를 한꺼번에 바꾼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상식적 우려대로 리디아 고는 갑작스런 변화에 따른 후유증에 시달렸다.

오랜 기간 그의 스윙을 지도해온 스윙코치 데이비드 리드베터는 리디아 고의 부진과 관련,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그의 아버지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며 잘 나가던 리디아 고를 아버지가 망치고 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리드베터의 지적대로 리디아 고가 그동안 쉴 틈 없이 우승 경쟁에 몰입하면서 체력과 정신이 고갈상태에 빠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리디아 고에게 우승 없는 기간이 1년 9개월 동안 장기화했다는 것은 골프팬들로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아버지의 제안에 대책 없는 구조조정을 시도하다 이대로 스러져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꽤 긴 침묵의 기간을 보며 나는 리디아 고에 대한 믿음을 접은 적이 없다. 골프에 대한 철학이 그만큼 확고한 선수도 없기 때문이다.

누구의 강요에 의해 골프를 시작하지도 않았고 자신이 하고 싶어 부모를 졸랐다. 골프를 하기 위해 뉴질랜드 이민을 결행했고 아마추어선수를 거쳐 프로선수로 활동하면서 골프의 진수를 찾아냈다.

앞으로 펼쳐질 그의 골프인생에서 우승이 없는 1년 9개월이라는 기간은 결코 그에게 손실의  기간은 아닐 것이다. 잠시 늘 걷던 길에서 벗어나 낯설지만 새로운 길을 경험하는 귀중한 시간으로 그의 골프여정을 더욱 옹골차게 할 것으로 믿는다.

아버지의 충고나 제안이 옳은지 여부를 떠나 리디아 고의 입장에선 자식으로서 아버지의 말씀을 따르는 과정도 필요하고 아버지로선 그 결과에 대한 깨달음이 없을 수 없기에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예방주사를 맞은 격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릴 때부터 함께 경쟁해온 호주 교포 이민지(21)와 동타로 연장전에 돌입한 리디아 고는 연장 첫 홀에서 멋진 이글을 잡아내며 제 길로 접어드는 데 성공했다.

사실 돌이켜보면 리디아 고가 무너지거나 감을 잃은 적은 없어 보인다. 늘 가던 길이 아닌 길로 접어들어 탐색하면서 다소 불안해하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린 적은 있겠지만 타고난 골프천재로서 리디아 고의 진면목은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총 104주간 랭킹 1위를 지키다 1년 9개월이란 꽤 긴 시간 어두운 숲길을 헤맨 그로선 눈물을 숨길 수 없었을 것이다.

지난 24일이 만 20세 생일이었던 리디아 고는 마지막 라운드 공동선두로 우승경쟁을 벌인 제시카 코다로부터 생일선물로 보드카 한 병을 받았다고 한다.

보드카를 나누는 리디아 고와 제시카 코다, 얼마나 멋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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