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투어 파운더스컵 우승컵을 차지한 박인비.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지구촌 최강의 남녀 골프투어에 귀환(歸還)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PGA투어에선 타이거 우즈, 로리 매킬로이, 제이슨 데이 등이 귀환 돌풍을 일으켰다면 LPGA투어는 박인비, 미셸 위가 귀환 돌풍의 중심에 있다.

타이거 우즈가 황제의 귀환을 꿈꾸며 투어에 본격적으로 복귀한 뒤 PGA투어는 현재 세계 톱랭커들을 중심으로 한 현상유지파와 과거 세계랭킹 1위를 경험했다가 뒷전으로 밀려난 부활세력 사이에 예측불허의 전선이 형성된 듯한 분위기다.
당장 별 기대를 모으지 못했던 타이거 우즈가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면서 어느 새 4월초 열릴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가 하면 부상과 결혼으로 2년 가까이 우승과 거리가 멀었던 로리 매킬로이가 19일(한국시간) 끝난 아놀드파머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헨릭 스텐슨, 저스틴 로즈, 브라이슨 디샘보, 라이언 무어, 패트릭 리드, 리키 파울러 등을 제치고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LPGA투어에선 이달 초 열린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미셸 위가 마지막 홀 극적인 버디 퍼트 성공으로 브룩 핸더슨, 넬리 코다, 다니엘 강과의 연장 승부를 생략하고 감격의 우승컵을 안았다.
어렸을 때부터 골프천재 소리를 들었지만 지난 2014년 US 여자오픈 우승 이후 3년8개월을 우승 없이 지내온 미셸 위에게 터널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한때 ‘여자 타이거 우즈’란 별명이 따라붙은 탓인지 LPGA투어에서 차지하는 그의 비중은 우즈 못지않아 투어 흥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미셸 위에 이어 귀환에 성공한 박인비의 경우는 단순한 귀환이 아니라 부활(復活)로 평가해야 할 것 같다.
16~1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와일드 파이어 GC에서 열린 LPGA투어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서의 박인비는 2016년 이후 부상과 슬럼프로 ‘골프여제’라는 수식어를 부담스러워하던 그가 아니었다.
2013년 6승, 2014년 3승, 2015년 5승 등 3년간 메이저 6승을 포함해 14승을 거둬 일찌감치 최연소 명예의 전당 입성을 확정한 박인비로선 이후에 찾아온 부상에 따른 슬럼프는 악몽과 같았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으나 내내 손가락 부상으로 시달렸고 2017년에도 HSBC 위민스 챔피언스 우승 외에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재활훈련과 간헐적 출전, 결혼이라는 생활의 변화로 과연 그가 왕년의 박인비로 돌아올 수 있을까 의문을 갖는 팬들이 적지 않았다.
이번 시즌 첫 복귀전이 지난해 우승했던 HSBC 위민스 챔피언스 대회였는데 성적은 공동 31위로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러나 박인비는 복귀 두 번째 대회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서 공동2위 그룹에 5타 앞선 완벽 우승으로 부활을 선포했다.
자신도 놀라 우승 후 가진 인터뷰에서 “긴 휴식 뒤에 이렇게 빨리 우승할 줄 몰랐다”고 털어놨다.
돌부처 같은 표정과 기복 없는 담담한 플레이야 그의 전매특허지만 파운더스컵에서의 박인비는 예전의 그와 여러모로 차원이 달랐다. 
 
전엔 4분의3 스윙으로 비거리를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역력했는데 지금은 스윙이 한결 자연스럽게 힘차게 변했다. 특히 몸통 회전에 더 강력해져 거리도 좋아졌고 아이언 샷의 정확도도 높았다.
원래부터 정평 있는 컴퓨터 퍼팅이었지만 퍼터를 헤드가 큰 말렛형에서 일자형 퍼터로 바꾸면서 퍼팅 성공률도 현저히 높아졌다.
 
박인비는 비슷한 또래나 후배의 경쟁자가 아니라 우러러 배워야 할 우상(偶像)으로 변해 있었다.
역전의 전사 로라 데이비스와 마리아나 알렉스, 아리야 주타누간이 추격전을 펼쳤지만 박인비는 이미 다리를 건넌 뒤였다.
부상과 재활, 결혼 등으로 리듬을 잃기 쉬운 환경 속에서 남모를 노력으로 체력과 기량을 한 차원 높게 업그레이드 시킨 그의 집념에 놀랄 뿐이다. 후배나 동료들이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셸 위와 박인비가 재기와 부활에 불을 지폈으니 LPGA투어의 우승 경쟁은 한층 뜨거워지게 됐다. 리디아 고, 전인지, 김효주, 최나연, 김세영, 청 야니, 크리스티나 김, 유소연, 유선영 등이 가만히 있을 턱이 없다. 박성현도 명성에 걸맞게 역할을 해야 하고 고진영도 슈퍼루키의 이름값을 하고 싶을 것이다. 여기에 미국 선수들의 자존심을 건 대반격도 예상된다.

유래가 없는 격랑의 바다로 변한 LPGA투어에서 누가 성공적인 항해를 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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