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위가 LPGA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우승컵을 들고 있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미셸 위(28·한국이름 위성미)가 진정한 골퍼로 다시 태어났다. 그것도 생애 가장 극적인 퍼트 성공으로, 다섯 번의 LPGA투어 우승 중 가장 빛나는 경기로 제2의 탄생을 예고했다.

4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일어난 사건은 아마도 미셸 위의 골프노트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한 타 차이 선두로 나가던 신지은(25)이 마지막 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미셸 위는 재미교포 다니엘 강(25), 캐나다의 브룩 핸더슨(20), 미국의 넬리 코다(19)와 함께 공동 선두에 합류했다. 18번 홀에서 미셸 위는 투 온에 실패, 파를 세이브 해 연장전에 나가는 것이 최선으로 보였다. 그의 두 번째 샷은 그린 바깥에 멈췄고 홀까지는 11m가 넘었다. 파 세이브를 하면 성공인 상황이었다.
그는 신중하게 퍼트를 잡았고 퍼트 페이스를 떠난 볼은 그린 밖 잔디를 지나 홀로 향했다. 볼은 홀까지 연결되어 파인 홈을 구르듯 거짓말처럼 홀로 빨려 들어갔다.

이번 대회에서 나온 가장 극적인 퍼트였고 미셸 위로서도 생애 가장 기억에 남을 퍼트였다.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는 모습은 타이거 우즈의 그것과 흡사했다.
‘천재 골프소녀’로 골프전문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미래의 ‘여자 타이거 우즈’로 촉망받던 그 소녀가 골프여제의 후보로 다시 부상하는 순간이었다.
 
2014년 6월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3년8개월 만에 그렇게 갈구하던 우승컵을 거머쥔 미셸 위의 모습을 보는 순간 미국 가수 돈 매클린(Don McLean)이 짓고 부른 '빈센트(Vincent)'의 멜로디가 뇌리에 흘렀다.
이 노래는 네델란드의 인상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고통과 고독으로 점철된 삶을 빛이 넘치는 가사로 전해준다.
 
- Starry, starry night
  Paint your palette blue and gray
  Look out on a summer's day
  With eyes that know the darkness in my soul
  (별이 빛나는 밤, 당신의 팔레트를 파랑과 회색으로 칠하고 바깥 여름날을 내다보세요. 내 영혼의 어둠을 알아채는 그 눈으로)
 
  Shadows on the hills
  Sketch the trees and the daffodils
  Catch the breeze and the winter chills
  In colors on the snowy linen land
  (언덕에 드리운 그림자, 나무와 수선화를 스케치하고 미풍과 겨울의 한기를 색깔로 표현해    요. 눈처럼 하얀 리넨 캔버스 위에) 
 
  Now I understand what you tried to say to me
  And how you suffered for your sanity
  And how you tried to set them free
  They would not listen, they did not know how
  Perhaps they'll listen now
 (이제야 이해해요. 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을. 그리고 당신이 온전하기 위해 얼마나 고 통 받았는지,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사람들은 들으려 하지 않았고, 어떻게 듣는지도 몰랐지요. 아마 지금은 귀를 기울이겠지요.) - 이하 생략-
 
물론 이 노래의 전체 가사 내용이 미셸 위의 골프여정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고흐의 처연하리만치 화려한 색체가 미셸 위의 이미지에 오버랩 된다.

마지막 라운드에서의 그의 모습은 캔버스에서 튀어나온 주인공을 방불케 한다. 독특한 디자인의 모자, 노랗게 물들인 머리, 야광 분홍색 티, 검은 치마, 다리를 감싼 검은 테이프. 무엇보다 9등신의 몸매는 모두에게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대회마다, 라운드마다 그는 자신이 표현하고픈 화려한 색상으로 자신을 장식하고 그때그때의 감정을 숨김없이 표출한다.
길고 긴 슬럼프와 이어지는 부상, 외부의 불편한 눈총, 몸부림칠수록 깊어지는 수렁을 경험한 그였기에 최근의 그의 화려한 변신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지난 1월 미국의 골프전문 매체 ‘골프닷컴’이 그를 렉시 톰슨, 폴라 크리머와 함께 ‘가장 스타일리시한 골퍼'로 선정한 이유가 납득된다.
골프닷컴은 “미셸 위는 유행을 따르지 않는다. 유행을 만들어낸다. 하이탑, 골프 스니커즈 역시 그녀의 아이디어였다. 미셸 위는 굉장히 여성스러운 스타일부터 기능성 운동복까지 세련되게 소화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미셸 위의 외적 스타일을 조명해보는 것은 그의 골프 기량의 향상과 관계가 깊다고 보기 때문이다.
‘남자 타이거 우즈’의 기대감 속에 남다른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미셸 위의 골프 여정은 굴곡으로 점철되었다. 
어릴 때부터 ‘골프천재’ 소리를 들은 그는 2005년 15세의 나이로 LPGA투어에 뛰어든 뒤 단숨에 스타반열에 올랐다. 장타력에 어프로치나 퍼팅도 뛰어나 남자대회에 자주 초청받아 경기를 치를 정도였다.

스스로 여자대회는 시시하게 여겼고 남자들과 겨루는 것을 즐겼다. 그러나 이게 화근이 되었다. 골프시장의 시각에선 고객을 모으는 좋은 상품이었지만 미셸 위로선 남자대회에 참가하면서 누적된 부진의 기억이 LPGA투어에로 전념돼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LPGA투어에서 승수를 쌓아갔다면 자신감을 높여 골프여제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는데 슬럼프와 부상이 뒤따랐다.

2009년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2010년 캐나다 여자오픈 우승 이후 3년 넘게 무승의 기간을 보냈다. 2014년 롯데 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 우승으로 부활하는 듯했으나 다시 슬럼프에 빠졌다. 끊임없이 스윙을 바꾸고 장기간 퍼팅 입스에서 헤어나지 못해 온갖 퍼팅자세를 전전하기도 했다.
이런 미셸 위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지난 시즌 자신에게 맞는 퍼팅 자세를 찾고 부상에서 회복되면서 그는 눈요깃거리가 아닌 경쟁력 있는 선수의 모습을 보였다. 준우승 한 번을 포함해 톱10에 8번 오르면서 부활의 조짐이 뚜렷했다. 
 
이 흐름이 올 시즌으로 이어져 푸어실크 바하마 LPGA클래식(공동 11위), 혼다 LPGA 타일랜드(11위)를 거치더니 이번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드디어 멋진 결실을 맺었다. 그의 부활이 개성미 넘치는 의상이나 골프를 즐기는 자세의 적극적 표현이 가시화한 시기와 거의 같은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3년8개월 만에 거둔 우승은 그에게 우승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가 빼어난 몸매나 화려한 복장만 내세워 시선을 끄는 선수가 아니라 골프 기량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증명한 라운드였다.
그의 빼어난 외모, 화려한 의상, 자연스런 퍼포먼스, 막힘없는 표현력 그리고 주위를 밝히는 아우라로 시상식 또한 골프팬들에게 좋은 구경거리를 제공한 예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이번 대회에서 발견한 또 다른 특징은 선두 경쟁을 벌이는 선수와 기타 선수들의 스타일 차이가 확연히 구별된다는 점이었다.

개성 넘치는 복장이나 표정, 퍼포먼스로 시선을 끌면서도 동반자나 캐디, 갤러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선수와 자기만의 틀에 갇혀 경기에만 몰두하는 선수의 차이가 유난히 드러났다.
기량은 분명 선두권 경쟁에 나서야 할 선수들이 기를 못 펴고 중하위권으로 밀렸고 비슷한 기량이라도 경기를 즐기며 개성을 발산하며 자존감을 표출하는 선수들이 선두권에 포진했다.
비슷한 기량이라면 전자의 자세를 갖춘 선수가 유리한 고지에 서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미셸 위, 신지은, 다니엘 강, 브룩 핸더슨, 넬리 코다, 고진영, 이민지, 김세영, 리디아 고 등이 이를 증명했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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