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과 노박 조코비치.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고 있는 2018 호주오픈에서 한국 테니스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써가고 있는 정현(22)이 화제의 중심에 우뚝 섰다. 어지러운 정치소식, 평창 동계올림픽을 둘러싼 난장(亂場), 전국을 꽁꽁 얼린 혹한 소식도 정현이 만들어내는 핫 뉴스에 밀리는 분위기다.

세계랭킹 58위인 정현은 지난 22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16강전에서 한때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세르비아의 노박 조코비치(32, 세계랭킹 14위)를 제압하며 한국 테니스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 8강전에 진출했다. 이어 24일 열린 8강전에서도 미국의 테니스 샌드그렌(26, 세계랭킹 97위)를 3대0으로 누르고 4강전에 진출하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그가 내딛는 걸음걸음이 한국 테니스의 새 역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미샤 즈베레프(독일, 32위), 다닐 메드베데바(러시아, 53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 4위) 등 자신보다 세계랭킹이 높은 선수들을 연파하며 파란의 주인공이 된 정현은 노바크 조코비치, 테니스 샌드그렌을 딛고 4강에 진출하면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26일 열릴 4강전 승패와 관련 없이 이미 그는 한국 테니스를 뛰어넘어 한국 스포츠의 새로운 영웅으로 거듭 났다. 한국 테니스의 전설 이형택의 메이저대회 16강 진출 기록을 뛰어넘은 것도 대단하지만 멋진 매너와 재치 넘치는 인터뷰 자세로 스포츠스타의 새로운 유형을 제시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현이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한 결정적 계기는 16강전에서 노박 조코비치를 물리친 뒤 보인 그의 언행이었다.

대스타의 품격을 지닌 노박 조코비치의 배려의 매너, 이에 화답하는 정현의 겸손함과 재치, 그리고 관중의 웃음과 환호를 자아내게 하는 영어 인터뷰가 그를 다시 보게 했다.

경기 직후 스탠드에 있는 가족, 스폰서, 매니저, 코칭스태프를 향해 한국식 큰절을 하고 중계 카메라 렌즈에 자신을 지도해준 삼성증권 테니스단의 전 감독을 위한 퍼포먼스로 “캡틴 보고 있나”라는 문구를 적는 행동도 경기를 지켜본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어진 코트 인터뷰에서 인터뷰진행자의 영어 질문에 유창한 영어로, 거침없이 재치있게 대답해 팬들로부터 웃음과 갈채를 이끌어냈다. 
그는 “오늘 승리가 아시아 테니스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오늘은 내 꿈이 이뤄진 날이고 내 나라를 위한 승리라고 생각한다. 오늘 승리로 인해 한국에서 테니스 붐이 더 일어났으면 한다”라고 재치있게 답하는가 하면 조코비치를 이긴 소감을 묻자 “조코비치는 어릴 때부터 나의 우상이었다. 조코비치가 하는대로 따라 했을 뿐”이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그는 “조코비치가 작년의 부상 때문에 아직 정상 컨디션이 아닌 것 같다. 이렇게 큰 대회에서 존경하는 선수와 경기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며 승리해서 더 값진 경험을 했다"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정현에게 패한 조코비치의 공식 인터뷰 내용은 진정한 스포츠스타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가를 보여주었다.
그는 “정현에게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전하고 싶다. 정말 놀라운 플레이를 보여줬다"며 ”그는 의문의 여지없이 오늘 승리할 자격이 충분했다“며 정현의 인상적인 플레이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취재진들이 그에게 팔꿈치 부상과 관련된 질문을 쏟아내자 그는 “프로 선수라면 어느 정도의 통증은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며 “나의 부상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마땅히 인정받아야 할 정현의 승리에 누를 끼칠 수 있다”고 말해 대스타다운 풍모를 보였다.

흔히들 골프를 신사의 스포츠라고 한다. 심판이 없고 스스로 경기규칙을 지켜야 하는 것을 두고 나온 말이다. 이는 다른 시각에서 보면 골프는 속임수가 끼어들기 쉬운 스포츠란 뜻이기도 하다.

현실적으로는 골프보다는 테니스가 더 신사의 스포츠에 가깝다. 선수는 물론 관객의 복장도 일정한 수준을 유지해야 하고 무엇보다 귀족들이 즐기는 스포츠였다. 지금도 서구에선 골프는 보통사람들이 하는 스포츠고 테니스야말로 품격 있는 귀족스포츠로 인식되고 있다.
정현과 조코비치가 보인 스포츠맨십은 모든 스포츠에 통한다. 골프라고 예외일 수 없다.

경기 룰을 지키며 최선을 다하는 자세, 승자의 오만이나 패자의 비굴함 없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 그러면서도 팬들을 즐겁게 할 줄 아는 재치와 유머, 그리고 자신의 뜻을 전달할 수 있는 언어 구사능력 등은 스포츠맨이라면 갖추어야 할 필요충분조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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