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투어 커리어빌더 챌린지 우승

존 람이 커리어빌더 챌린지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프랑스와 스페인을 경계 짓는 피레네 산맥 남서쪽에 위치한 바스크지방은 스페인 중앙정부의 눈엣가시 같은 지역이다. 목축과 농업, 삼림업, 광업이 발달해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 자립이 가능했던 바스크인들은 1930년대 이래 분리 독립을 주장하며 ‘바스크 분리주의 운동’을 줄기차게 펼쳤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격렬한 테러활동도 서슴치 않는 바스크 분리주의자들의 저항에 지방자치정부를 인정하는 자치법령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 지역은 피레네산맥의 풍부한 삼림자원과 목초지를 자원으로 전통적으로 목축과 농업이 발달했고 철광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공업화가 뒤따랐다. 전통적으로 바스크 지방 주민들은 목동이거나 포도를 재배하는 농민들이 주류를 이뤘는데 빌바오와 산세바스티안을 중심으로 도시화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주민 상당수가 프랑스와 미국으로 이민 가는 바람에 분리주의 바람도 시들해졌다.

2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PGA 웨스트 스타디움코스에서 막을 내린 PGA투어 커리어빌더 챌린지 대회에서 연장 혈투 끝에 우승을 차지한 스페인의 존 람(Jon Rham·23)이 바로 바스크인이다. 스페인 발음으로는 욘 람이다.

지난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이후 이번이 PGA투어 두 번째 우승이다. 2016년 PGA투어 자격을 얻어 2017년부터 활동을 시작, 이제 2승을 거두었는데도 세계랭킹이 3위, 페덱스 랭킹 2위에 올라있는 게 범상치 않다.

사실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우승하기 전까지 세계 골프팬들에게 존 람은 낯선 이름이었다. 간간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 궁금증을 자아냈으나 어쩌다 생기는 무명의 반란쯤으로 넘겼다.

하긴 그는 다른 골프선수들처럼 어릴 때부터 골프와 인연을 맺은 것은 아니다. 바스크지방의 중심도시 빌바오의 북쪽 대서양에 면한 해안소도시 바리카(Barrika)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다양한 스포츠에서 소질을 발휘했다. 빌바오 축구클럽의 열렬한 후원자인 그는 축구, 카누, 핸드볼과 비슷한 하이알라이, 중국무술 쿵푸 등을 즐겼다. 평소 스페인의 전설적 골프스타인 세베 바예스테로스(2011년 작고)를 흠모해온 그는 아리조나 주립대에 들어가 골프에 입문, 곧바로 천재성을 발휘했다. 2015, 2016년 우수 대학골프선수에게 수여하는 벤 호건 상을 연거푸 수상했고 2016년 잭 니클라우스 상을 받았다.     

일반 골프팬들에겐 그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선수처럼 비칠지 모르지만 PGA투어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알아주는 떡잎이었다.

PGA투어 본격 활동 2년차에 거둔 그의 성적은 더스틴 존슨, 조던 스피스, 저스틴 토마스 등 세계 골프의 강자들을 위협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PGA투어 데뷔 이후 38개 대회에 참가, 34번 컷을 통과했고 우승 2회, 2위 4회, 3위 3회, 톱10 17회라는 눈부신 성적을 냈다. 유럽투어에서도 2승을 보탰다.

스페인 검객의 계보를 이을 후계자로서 손색이 없다.
스페인 골프의 맥은 치치 로드리게스 - 세베 바예스테로스 - 호세 마리아 올라자발 - 세르히오 가르시아로 이어지고 있는데 존 람이 그 뒤를 이을 선수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검객 세리머니로 인기를 끌었던 치치 로드리게스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소를 돌보다 7살 때 골프장에서 볼을 줍는 일로 골프와 인연을 맺어 PGA투어와 챔피언스투어에서 24승을 올렸고 세베 바예스테로스는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 3승, 마스터스 2승을 비롯해 유럽을 중심으로 한 각국 투어에서 무려 77승을 거두었다. 호세 마리아 올라자발은 1994년 1999년 마스터스를 차지한 것을 비롯 PGA투어에서 6승, 유럽투어에서 21승을 올렸다. 세르히오 가르시아(38)는 지난해 마스터스 우승을 포함해 PGA투어 9승에 각종 국제대회에서 20여승을 올린 현존하는 골프 정글의 포식자 중 한 사람이다. 

2016년 프로 전향 이후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존 람이 이들 선배 스페인 검객의 전통을 어떻게 이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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