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챔피언십 우승자 최혜진. 사진=KLPGA 제공.


[골프한국] 18살 새내기 프로 최혜진이 선배언니들의 얼을 빼놓았다.

아무리 이정은6(21)와 함께 올 시즌 KLPGA에 돌풍을 몰고 온 주역 중 한 명이라 해도 이렇게까지 심하게 판을 흔들 줄은 예상 못했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오픈에서 첫 우승을 거머쥐더니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준우승, 세계 골프팬들을 놀라게 했다. KLPGA투어 보그너 MBN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보태면서 선배언니들의 경계대상으로 급부상했다.

프로로 전향한 뒤 다소 주춤하는 듯했으나 이는 무서운 질주를 위한 준비동작일 뿐이었다. 정글의 맹수가 사냥감을 정한 뒤 때를 기다리듯 그는 호흡을 가다듬고 경직된 근육을 이완시키는 기간을 보낸 것이었다. 프로 데뷔전인 메이저대회 한화클래식에서 5위,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했지만 다른 대회에서는 순위권에 들지 못해 언니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잠시였다.

시즌 마지막 이벤트 대회인 LF포인트 왕중왕전에서 막강한 선배들을 제치고 역전 우승하면서 KLPGA투어에 경계 사이렌을 울렸다. 이어 베트남에서 열린 KLPGA 2018시즌 개막전 효성 챔피언십에서 역전 우승하면서 이 사이렌이 단속적으로 계속 울릴 것임을 예고했다.

지난 8~10일 베트남 호치민의 트윈도브스GC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의 그의 우승 과정 역시 범상치 않았다.

첫날 공동 선두로 시작한 최혜진은 둘째 날 주춤했다. 셋째 날 선두 빠린다 포칸(태국)에 5타 뒤진 공동 4위로 시작한 최혜진은 그러나 그만이 해낼 수 있는 역전 드라마를 만들며 공동 2위 그룹을 2타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KLPGA 투어 사상 최초로 신인 신분으로 개막전 타이틀을 차지하며 프로 전향 후 공식투어 첫 승, 개인 통산 3승을 기록했다.
언니들은 그를 무서운 신인으로 주목했지만 이 정도로 위협적인 ‘위험인물’일 줄은 상상도 못한 분위기다.

KLPGA투어에서 최혜진의 존재는 영락없이 조용한 연못에 풀어놓은 메기다. 그냥 겁을 주는 메기가 아니라 연못을 아연 긴장케 하는 ‘괴물 메기’다.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청어를 싱싱한 상태로 공급하기 위해 어선의 수조에 천적인 메기를 집어넣은 데서 유래한 메기효과(Catfish Effect) 정도가 아니라 메기공포증(Catfish-phobia)에 가까운 것 같다.

청어는 먼 바다에서 잡히기 때문에 냉동청어가 대부분이고 싱싱한 청어는 먹기가 쉽지 않고 가격도 비쌌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 런던 수산시장에 살아있는 청어가 대량으로 공급되기 시작했는데 비결은 청어를 운반해오는 수조에 천적인 메기를 함께 넣은 것이었다. 청어들은 메기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도망 다녀 런던 수산시장에 도착할 때까지 팔팔하게 살아 있을 수 있었다.

내년 시즌 KLPGA투어라는 연못에는 최혜진 외에 올해 전관왕을 휩쓴 이정은6와 ‘지현시스터즈’라는 유난히 많은 메기들이 생존경쟁을 벌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최혜진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제 나이 18살이라 어떤 대물로 성장할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롤렉스 랭킹이 15위에서 13위로 뛰었다. 아직 LPGA투어 진출계획은 없지만 초청 케이스로 몇 대회에 참석해 경험을 쌓고 박성현처럼 많은 상금이 누적되면 세계적 스타 탄생은 의외로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거물 메기들이 우글대는 KLPGA투어, KLPGA투어가 좁다고 더 큰물을 찾는 스타 메기들이 LPGA투어에 어떤 이변을 만들어낼지 내년 시즌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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