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2017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 타이거 우즈.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타이거 우즈가 돌아왔다. 스스로 정글의 지배자 자리를 내놓고 떠났던 그가 다시 정글에 모습을 드러냈다. 구경꾼이 아니라 정글의 황제를 노리는 탈환자의 모습으로.

그동안 여러 차례 진퇴를 되풀이했지만 이번엔 배수의 진을 치고 쉽사리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확인시켰다.

1~4일 서인도제도의 소국 바하마의 알바니GC에서 열린 히어로 월드챌린지 대회에서 타이거 우즈는 왕년의 골프 황제의 위용을 드러내며 포효했다.

맹수들이 우글대는 정글로 돌아오지 못하고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던 퇴출당한 사자의 비참한 모습이 아니었다. 여전히 황제자리 탈환은 숙제로 남아있지만 그의 포효에 정글이 술렁거리고 있으니 적어도 정글로의 귀환은 성공한 셈이다.

타이거 우즈 재단 주최로 당대의 골프스타 18명을 초청해 여는 특급 이벤트대회에서 우즈는 최종 합계 8언더파로 공동 9위에 이름을 올렸다. 1백만 달러의 보너스가 얹힌 우승은 리키 파울러(28)에게 돌아갔고 그 밑으로 찰리 호프먼, 토미 플리트우드, 조던 스피스, 마츠야마 히데키, 패트릭 리드, 저스틴 로즈, 프란체스코 몰리나리가 우즈 앞에 섰다.

공동 9위인 우즈, 매트 쿠차 뒤로 캐빈 키스너, 알렉스 노렌, 다니엘 버그, 더스틴 존슨, 캐빈 채플, 헨릭 스텐슨이 뒤를 이었고 브룩스 켑카가 맨 끝에 이름을 올렸다.

18명의 골프스타들과 벌이는 대회에서 딱 중간에 위치한 것만으로도 그의 귀환이 성공적이지만 경기 내용을 들여다보면 골프전문가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2016년 이 대회에서 우즈는 공동 15위에 만족해야 했었다.

4개 라운드 증 3라운드를 빼곤 모두 60대 타수를 기록한 것이 예사롭지 않다. 1, 2라운드를 무난하게 출발한 우즈는 라운드에서 진흙탕에 빠진 맹수처럼 허둥댔지만 다시 4라운드에서 이글과 줄 버디를 만들어내며 순위를 끌어올렸다.
지난 9개월간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그로선 기대 이상이었다. 잦은 출전 경험을 필요로 하는 어프로치나 퍼팅에서 실수가 있었지만 전반적인 샷의 품질은 젊은 선수들에 뒤지지 않았다.  

타이거 우즈의 ‘황제의 귀환’시도는 2012년부터 단속적으로 이어졌다.
2012년 3월 PGA투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대회에 참가해 2년6개월만에 우승하면서 황제의 귀환을 성사시켰다. 다시 1년 뒤 같은 대회에서 우승하면 세계랭킹 1위까지 탈환하는데 성공, 화려한 황제 즉위식을 가졌다.
2013년 월드 골프챔피언십 브리지시톤 인비테이녀널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그는 다시 쇠락의 길을 밟았다. 

아무도 넘볼 수 없었던 정글의 황제였던 그였지만 타고난 성향 때문에 왕위를 지키는 일이 아닌 다른데 정신을 팔다 스스로 추락, 정글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의 과격한 스윙에 따른 온갖 부상도 영향이 컸다. 지금까지 한 수술만도 10여 차례에 이를 정도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글로의 귀환 의사를 밝히고 의지도 보였지만 귀환은 요원해 보였다.
벼르고 별러 올 2월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 출전했으나 77-72타로 컷 오프 당하고 이어 유러피언 투어 오메가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에 참가했으나 첫 라운드에서 77타를 치고 허리통증을 호소하며 기권했다. 이후 실전 라운드는 경험하지 못하고 수술과 재활에 전념했다.

영예로운 퇴위도 못하고 무기력한 왕년의 황제로서 초라하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나 했던 그가 다시 정글에 나타나 포효했고 정글은 술렁대기 시작했다. 정상적인 궤도에 진입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번엔 잠깐 모습을 드러내기 위한 등장이 아닌 것 같다. 왕년의 당당하고 위엄 있는 모습이 재현되는 듯하다.
그의 경기를 지켜본 골프전문가들은 그에게서 확실한 부활의 신호를 발견하며 놀라움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에게 열광했던 세계의 골프팬들은 다시 그에게 존경의 시선을 쏟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신호는 타이거 우즈 스스로 라운드를 마친 뒤 신체 통증을 느끼지 않으면서 왕년의 기량이 재생되는 것을 확인하는 기쁨을 맛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전혀 새로운 세상을 맛보았다”고 털어놨다.

PGA투어 통산 79승을 거둔 우즈는 PGA투어 사상 최고기록인 샘 스니드의 82승을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한 선수로 지목받아 왔다. 우즈의 승리행진이 중단된 것도 기량 퇴보라기보다는 무질서한 사생활과 부상 탓이 컸기에 그가 다시 한눈팔지 않고 골프에 집중한다면 샘 스니드의 기록을 깰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우즈가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정글이 술렁거리는데 천부의 골프 DNA에 마지막 불꽃을 피운다면 정말 볼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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