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에서 KLPGA 투어 선수들이 LPGA 투어 선수들과 자존심 대결에서 승리했다. 사진제공=KLPGA.
[골프한국] 경주 블루원 디아너스CC에서 열린 ‘ING생명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은 지구촌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별난 대항전이다. 

골프 대항전이라면 미국과 유럽대륙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2년마다 벌이는 라이더컵, 라이더컵의 여성판인 솔하임컵, 미국대표팀과 유럽선수를 제외한 세계 대표팀이 벌이는 프레지던츠컵, 세계 8개국 대표선수들이 벌이는 인터내셔널 크라운컵, JLPGA KLPGA LET(유럽여자프로투어) ALPGA(아시아여자프로투어) 등 4개 투어의 대표선수 각 9명이 출전해 벌이는 더 퀸즈, 한일 여자프로선수 대항전 등 모두 지역이나 국가 대항전이다.

그런데 이 대회는 같은 한국선수끼리 활동무대가 LPGA투어인가, KLPGA인가에 따라 13명씩 편을 갈라 경쟁을 벌인다. 한국선수들이 LPGA투어에서 주류로 자리 잡고 KLPGA투어 선수들 역시 LPGA투어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급성장하자 만들어진 이벤트성 대회인데도 출범 3년차 대회로는 골프팬들의 관심도가 매우 높아 흥행에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통 대항전은 편을 갈라 대결을 펼치는 구도 탓에 골프팬들은 물론 일반인들의 관심도 높아 경기열기가 뜨겁기 마련이지만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은 한국선수들끼리 펼치는 경기인데도 갈수록 열기가 뜨거워지고 기업들의 호응도도 높다. 그만큼 이 대회가 팬들의 관심을 끌 재미요소가 풍부하다는 뜻이다.

우선 LPGA팀과 KLPGA팀의 대결구도에 팽팽한 긴장감이 있다. LPGA팀은 프로축구로 말하면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는 선수로서, 또는 선배로서 자존심이 걸려 있고 KLPGA팀은 ‘한때는 한솥밥을 먹었는데 차이나면 얼마나 나겠느냐’는 자세로 도전욕에 불탄다. LPGA 진출을 염두에 둔 선수로서는 자신의 기량을 시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평균 나이 26.6세와 22.8세의 차이에서 알 수 있듯 경험과 젊음, 노련미와 패기의 대결구도도 볼 만하다.
일반대회처럼 거액의 우승상금이 걸려 있지 않기에 참가선수들로서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경기 자체를 즐기며 팬들과의 교감에도 적극적일 수 있다. 팀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적당한 부담도 있지만 축제 같은 분위기다.
 
골프팬들의 입장에선 선수들보다 더 흥미진진하다. LPGA 선수들이 한 수 위인 것은 분명하지만 무섭게 성장하는 KLPGA 선수들과의 대결에서 과연 제 기량을 펼칠 수 있을까, 장거리 이동에 따른 시차극복과 새로운 환경 적응은 어떻게 할까, ‘이겨야 본전’이라는 심리적 압박감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KLPGA 선수들로서는 객관적 기량 차이를 순순히 수긍할까, ‘큰물에서 온 언니들’에게 어떤 멋진 카운트펀치를 날릴 것인가, ‘져도 본전’이라는 편한 마음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당장 LPGA에 가도 통할 것인가 등도 관전 포인트다.
여기에 상황에 따라 골프만이 갖는 의외성, 돌발적 변수가 어떤 식으로 나타날 것인가도 흥밋거리다.

26일 경주시 블루원 디아너스CC에서 3일간의 열전을 마감한 이 대회는 이런 골프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전례 없이 풍성한 재미와 화제를 쏟아냈다.

첫날 포볼 매치플레이에선 LPGA팀이 3.5대 2.5대(승리 1점, 무승부 0.5점, 패배 0점)로 앞섰으나 둘째 날 포섬 매치플레이에서 KLPGA팀이 4.5대 1.5로 LPGA팀을 압도했다. 마지막 3일째 싱글 매치플레이에서 KLPGA팀이 5승2무5패로 LPGA팀과 6대6을 동점을 기록, 합계 13대 11로 LPGA팀을 누르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KLPGA팀으로선 지난 1회 대회(10대 14)와 지난해 2회 대회(11대 13)의 패배를 3년 만에 통쾌하게 설욕한 셈이다.

LPGA와 KLPGA의 스타급 선수들이 총출동한 대회여서 골프팬들은 처음부터 팀의 승패보다는 선수 개개인의 경기에 관심이 많았다. 골프의 속성이 그러하듯 이번 대회에서도 파란과 이변이 속출했다. 

LPGA팀의 이정은5(29)는 KLPGA팀 오지현(21)과의 대결에서 6홀까지 5홀을 뒤지다 대역전극을 벌여 2&1으로 승리했고, KLPGA의 이승현(26)은 LPGA의 베테랑 최나연(30)을 3&2로 물리쳤다. LPGA의 ‘올해의 선수’공동수상자 유소연(27)은 KLPGA의 배선우(23)에게 3&2로 무릎을 꿇었고 내년에 LPGA에 가는 고진영(22)은 역전의 여왕 김세영(25)을 3&2로 꺾었다. 관록의 이미림(27)과 양희영(29)은 KLPGA의 김지영(21)과 슈퍼루키 최혜진(18)의 거센 도전을 3&2로 물리치고 체면을 지켰다. 김지현2(26)와 김지현(26)이 LPGA의 허미정(28)과 신지은(25)을 각각 3&2, 7&6으로 꺾은 것도 이변이다. 
관심을 모았던 KLPGA 전관왕 이정은6(21)와 김효주(22)의 경기에선 김효주가, 전인지(23)와 김민선(22)의 대결에선 전인지가 1홀 차로 승리했다.
사흘 동안 3승을 챙긴 배선우와 대역전극을 펼친 이정은5의 MVP 수상은 당연했다.

사흘간 대회 중계방송을 지켜보며 두 번의 대회를 대수롭지 않게 스쳐 보냈던 게 후회스러울 정도로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정규 프로대회보다 더 흥미진진했다.
아마도 한국인의 유별난 경쟁의식, 선후배끼리의 선의의 도전과 방어 분위기, 그러면서도 밑바탕에 흐르는 끈끈한 유대감, 스타선수들이 스타가 될 수밖에 없는 일거수일투족, 위기에서도 집중도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모습, 동반자나 골프팬 미디어를 대하는 자세 등이 한데 어우러져 풍부한 관전거리를 제공해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3년 만에 ING생명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은 명품 대항전으로 자리를 잡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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