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6와 최혜진
[골프한국] 이정은6(21)와 최혜진(18)은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다.

우선 스포트라이트를 못 받은 무명시절을 보내다 하루아침에 유명해진 것이나 짧은 기간 안에 압축성장을 이룬 점이 비슷하다. 특출하게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지 않는다는 점, 남다른 개성이 없어 보이는 스윙에 아이돌 스타 같은 빼어난 외모를 지니지 않았다는 점도 비슷하다.

올 시즌 4승을 거두며 KLPGA투어 대상, 상금왕, 다승, 최저타수(69.80) 등 신인왕을 제외한 4관왕을 차지한 이정은6의 과거 전력은 화려하다고 볼 수 없다. 아마추어시절 3차례 우승, 고2 때 국가상비군 발탁, 2015년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 골프 여자단체전과 여자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경력이 있지만 골프천재라는 수식어는 따라붙지 않았다. 2015년 KLPGA투어에 들어와 2016년 신인상을 받았지만 우승은 없었다.

그러나 그의 2017년 시즌은 뜨거웠다. 롯데 렌터카 여자오픈, 문영퀸즈파크 챔피언십,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챔피언십 등 4승을 거두었다.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선 2라운드에서 12언더파 60타를 쳐 KLPGA투어 최소타기록을 경신했다. US여자오픈에도 출전해 공동 5위에 오르는 선전도 펼쳤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지만 스스로 골프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했다가 집안 형편을 생각해 레슨프로라도 되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골프채를 잡았다.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대신 집안에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현실적 동기 덕분인지 그의 골프는 일취월장했고 그때의 흐름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최혜진 역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골프 여자단체전 은메달 획득을 제외하면 이렇다 하게 내세울 전력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이제 겨우 18살이니 전력을 거론하는 게 무리이긴 하다.

그러나 그는 올 시즌 제철 만난 벚꽃처럼 흐드러지게 만개했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E1 채리티오픈에 참가해 공동2위에 오른데 이어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오픈에서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국내에서 치러진 US여자오픈 예선전을 거쳐 US오픈에 참가, 도널드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준우승을 하며 세계 골프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KLPGA투어 보그너 MBN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보탠 그는 프로로 전향, 적응기를 보낸 듯하다 시즌 마지막대회인 LF포인트 왕중왕전에서 막강한 선배들을 제치고 역전 우승, 프로전향 첫 승으로 2017년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들의 골프 역정을 훑어보면 올 시즌을 제외하곤 도드라지게 각광받지 않았다는 면도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다.

그러나 이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며 각인된 최대 공통점은 자연스러움이었다.
일부러 꾸며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게 자연스러움이라면 이정은6와 최혜진에게 딱 어울리는 공통점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스윙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억지스러운 구석을 찾기 힘들다. 파워를 내기 위해 일부터 과도한 동작을 하지 않는다. 스윙 리듬도 한결같다. 당연히 미스 샷도 드물다.

표정이나 제스추어도 자연스럽기 그지없다. 일부러 이쁘게 보이려 하지 않고 없는 카리스마를 억지로 보이려 하지도 않는다. 일부러 꾸며 보이지 않기에 얼굴에서 갈등이나 쑥스러움도 없다. 평화롭다. 평정심이 드러난다. 이들을 지켜보는 골프팬들을 편안하게 해준다.
리디아 고, 박인비, 김효주 등과 닮은꼴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남다른 개성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이들의 자연스러움은 물처럼 어떤 틀에 구속되어 있지 않다는 덕목이기도 하다.
틀이 없다는 점은 스스로 어떤 틀에 갇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처럼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자신을 유연하게 적응하며 자신이 갈 길을 갈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앞으로 계속 진화할 선수들이기에 어떤 습벽이 생기거나 나름의 스타일을 구축해나가겠지만 정해진 틀이나 굴레가 없기에 자신들의 신체·감성 조건에 맞는 최적의 스윙과 정신력을 터득하리라 믿는다. 바로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지혜를 터득할 수 있는 재목들이기에 밝은 미래가 기대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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