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한국] 지인들 중엔 골프에 지극정성을 들이는 분이 많은 편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연습도 열심히 하고 라운드 약속이 정해지면 2주 전부터 철저히 대비한다. 술을 자제하고 몸에 무리가 가는 운동을 피하고 부부관계도 삼가는 등 생체리듬 감성리듬 조절에 정성을 쏟는다. 라운드 당일에는 일찍 일어나 워밍업을 하고 여유 있게 골프장에 도착해 출발선에서 출발 총소리를 기다리는 육상선수처럼 만반의 태세를 갖춘다.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적 특징은 정작 만족한 라운드를 경험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다. 만족은 못하더라도 괜찮은 라운드를 했다는 느낌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주변에서도 불가사의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진작 싱글이 되고 가끔 이븐파나 언더파도 쳐야 마땅할 사람처럼 보이는데 80대 중후반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쉽게 90대로 추락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왜일까?
이런 스타일의 지인들과 많은 라운드를 하며 유심히 관찰한 결과 나름대로 그 이유를 찾아냈다.

이들은 한결같이 기도하는 자세로 골프를 한다는 사실이었다. 첫 홀 티샷을 앞둔 모습은 그렇게 진지할 수가 없다. 마음의 평정을 유지해야 된다며 허튼 농담도 하지 않는다.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스트레칭이나 빈 스윙에도 열심이다. 출발선에 선 자동차경주 선수처럼 얼굴엔 긴장감마저 돈다. 가끔 하느님, 부처님을 입에 올리며 멋진 라운드를 기원하는 경우도 봤다.
라운드 내내 이들이 보이는 자세는 진지하고 집중도가 높고 신중하며 지나치게 심각하기도 하다. 그늘집에서도 술을 입에 대지 않고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다.
이들이 마지막 홀에서 장갑을 벗으며 하는 코멘트 역시 공통적이다.
“혹시나 했더니 오늘도 역시로군.”
 
이들의 구력이나 연습량, 골프에 임하는 자세로는 응당 기대에 부응하는 보상을 받아야 마땅해 보이는데 결과는 그 반대다. 좋은 느낌으로 라운드를 시작하지만 상승기류를 타다 느닷없이 추락하고 절호의 기회를 맞고도 허무하게 무너지는가 하면 예기치 않은 실수로 나락으로 곤두박질친다.

지나치게 기도하는 자세로 골프에 임하기 때문이다. 기도하는 자세란, 일념으로 무언가를 갈구하며 그것이 이뤄지도록 한눈팔지 않고 몸과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는 것이다.
기도한다는 것은 좋은 의미임에 틀림없지만 지나치게 집착하게 된다는 것이 문제다.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어야 한다는 조바심, 간절한 갈구(渴求)는 마음을 긴장시키고 몸을 경직시키게 돼있다. 이렇게 되면 골프가 필요로 하는 물 흐르는 듯한 자연스런 동작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지나치게 집중, 집착하는 바람에 원하는 샷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엉뚱한 실수를 저지르고 마는 것이다.

골프에서 자연스런 샷이란 숨 쉬듯, 걸음 걷듯 하는 상태에서 나와야 마땅한데 잔뜩 벼르고 작정하고 갈구하니 긴장하고 경직된 몸과 마음이 뜻대로 작동할 수 없다.
지네 같은 다족류의 절지동물이 그 많은 다리를 의식을 갖고 움직인다고 상상해보자. 지네는 적게는 15쌍, 많게는 170여쌍의 다리를 가진 것도 있는데 그 많은 다리를 순서대로 의식하며 움직인다면 한 발짝도 떼어놓기 힘들 것이다. 지네들은 아무 의식 없이 기계적으로 스스로 움직일 뿐이다. 

골프의 이상적인 스윙 역시 수많은 연습으로 숨 쉬듯, 걸음 걷듯 나와야 제격이다.

좋은 스코어를 기록했던 때를 반추해보자. ‘오늘은 컨디션도 별로이니 욕심 내려놓고 겸허하게 즐기자’혹은 ‘경쟁하러 나오긴 했지만 경쟁에서 이긴들 무슨 의미가 있나? 내가 만족하는 라운드를 해보자’‘오늘은 내가 동반자에게 도움을 주는 라운드를 해보자’‘어제 늦게까지 술을 마셨으니 평소 실력의 70%만 나오면 만족이다’등의 자세로 라운드에 임했을 때 의외의 좋은 스코어를 기록한 기억이 날 것이다.

때로는 긴장을 풀고 라운드 전이나 라운드 중에도 적당한 음주도 하며 소풍 나온 기분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골프를 하면 예상하지 않는 보상을 받는다.
기도하는 자세는 좋은 것이지만 골프에서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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