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칼럼 > 인기칼럼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네이버 북마크
싸이월드 공감
[방민준의 골프세상] 그릇을 짐작할 수 없는 이정은6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골프한국] KLPGA투어 선수들의 수준이 세계적이라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상금 규모로야 미국의 LPGA투어와 일본의 JLPGA투어가 앞서지만 선수들의 기량 면에선 LPGA투어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라 있다.

국내에서 톱 클래스 선수라면, JLPGA는 물론 LPGA에서도 충분히 통하는 수준이다. 실제로 두 무대에서 우리 선수들이 보여주는 활약상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여자골프의 프런티어 박세리를 비롯해 김미현, 장정, 박지은 등 이른바 박세리 1세대에 이어 2세대인 최나연, 지은희, 박희영, 유소연, 서희경, 이미림 등. 그리고 3세대 격인 전인지, 김세영, 김효주 등 폭넓은 층을 형성하고 있는 태극낭자들이 LPGA투어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JLPGA투어에서도 이보미, 신지애, 전미정, 이지희, 안선주, 김하늘 등이 지배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LPGA투어 신인왕을 차지한 전인지나 올해 신인왕을 확정 짓고 다른 타이틀까지 노리는 박성현은 한국 여자골프 수준이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음을 증명하는 산 증인들이다.

그런데 이들에 전혀 손색없는 무서운 후배가 괴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정은6(21)가 주인공이다.

성과 이름이 같은 선수가 많아 이름에 번호를 붙인 게 부자연스럽긴 하지만, 이제 국내에서 ‘이정은’ 하면 자연스럽게 이정은6(‘식스’로 읽음)를 지칭할 정도로 그의 위치는 압도적이다.

이정은은 여러 면에서 다른 스타급 선수들과 확실히 차별화된다. KLPGA투어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하며 올 한해만 4승을 쌓은 이정은은 단순히 뛰어난 골프선수의 수준을 벗어났다.
KLPGA투어 2년차이니 경력이 긴 것도 아니고 탁월한 신체조건을 갖춘 것도 아닌데도 겨우 프로 2년차에 아무도 넘볼 수 없는 탑을 쌓아가고 있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이 대회 2라운드에서 12언더파 60타를 쳐 14년간 깨지지 않던 KLPGA투어 최소타 기록을 한 타 줄인 것은 물론, 박성현을 비롯해 장하나, 고진영, 배선우, 김지현, 김해림, 김민선 등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우승하며 시즌 4승을 올렸다는 것은 전에 없던 대사건이다.

그의 특장(特長)을 들라면, 우선 스윙의 유연성이 탁월하다. 스윙이 유연하면서 거리도 있다. 이건 무슨 의미냐 하면 부상 없이 ‘롱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무리 뛰어난 기량을 갖고 있어도 부상을 초래하는 스윙을 갖고는 잠시 ‘반짝’할 수는 있지만 장수하고 대성할 수 없다.
다음으로 경기에 임하는 담담한 자세가 일품이다. 지난 샷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좋으나 나쁘나 크게 마음이 출렁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게임 자체를 즐길 줄 안다. 리디아 고와 닮은 부분이다.

또 다른 이정은의 장점은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점이다. 다른 특급 선수들과 확실히 구별되는 이정은만의 장점이자 무기다.
잘 나가는 선수들 대부분이 ‘무엇인가’에 끌려 자신의 기량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가령 유소연, 전인지는 우아함을 유지하는데 신경을 쓰고, 박성현은 자신의 이미지인 ‘남달라’ 또는 ‘닥공’에 끌려 다니는 듯하다. 김세영은 공격성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양희영, 이미림, 허미정 등은 지나치게 부드러운 나머지 필요할 때 분노하며 움켜쥐는 힘을 못 찾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정은은 특별한 이미지에 구애 받지 않는 것 같다. 앞으로 더 유명해지면 자신만의 브랜드 이미지에 신경 쓸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자유로운 듯하다.

어떤 틀이 없다는 점은 스스로 어떤 틀에 갇히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같은 이정은의 특장이 개성으로 굳어진다면 최고의 무기를 갖는 셈이다.
이정은의 장점은 물과 흡사하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자신을 유연하게 적응하며 자신이 갈 길을 간다는 의미다.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지혜를 터득할 수 있는 재목이기에 미래가 기대될 수밖에 없다.

LPGA투어에 LPGA투어에 통할 특출한 선수가 한둘이 아니지만 이정은은 최혜진, 고진영과 함께 LPGA투어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선수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골프선수로서 이정은의 미래를 쉽게 속단할 수 없지만 그는 쉽게 어떤 범주에 가둘 선수가 아니다. 그만큼 그의 발전가능성은 무한하고 어쩌면 선배들이 쌓은 탑을 내려다보는 새로운 탑을 쌓을지도 모른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17-09-26 18: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