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투어 캠비아 포틀랜드 클래식 우승

LPGA 투어 포틀랜드 클래식 우승을 확정한 스테이시 루이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지난 1~4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컬럼비아 에지워터CC에서 열린 LPGA투어 캠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은 한국의 골프팬으로선 모처럼 편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는 보기 드문 대회였다.

한국 골프팬의 입장에선 한국선수의 6연승이 기대되기도 했고 정상의 기량을 뽐내면서도 지난해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이후 준우승만 4차례에 머문 전인지(23)의 우승 갈증 해소를 바랬다.

다른 한편으로 올 시즌 치러진 LPGA투어 23개 대회 중 13개에서 우승, 56%를 넘는 승률을 보이고 있는 한국선수들이 너무 우승을 독식하는 게 아닌가 하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한국 팬들 사이에서도 LPGA투어의 흥행을 위해서라도 미국 선수가 우승할 때가 되었다는 인식이 감돌았다.

미국선수들 사이에서도 더 이상 한국선수들이 LPGA투어를 지배하는 현 상황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애국심(?)이 꿈틀거렸다.

그 영향으로 한국선수 못지않게 연습량을 늘리며 이미 3개의 메이저 타이틀(ANA인스퍼레이션, US여자오픈, 리코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차지한 한국선수들이 마지막 남은 에비앙 챔피언십마저 차지하는 것은 저지해야 한다는 강력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5개 메이저 대회 중 나머지 하나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으로, 재미동포 다니엘 강이 차지했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 2주 전에 열린 캠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은 LPGA투어 토종선수들이 태극낭자들에 대항하기 위해 펼친 마지노선 같은 긴장감을 주었다.

무엇보다 렉시 톰슨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철의 여인’ 스테이시 루이스(32)가 마지막 라운드에서 4타차 선두로 나서면서 ‘저지 한국선수 6연승’의 분위기가 코스를 뜨겁게 달구었다. 

스테이시 루이스가 누구인가. 한때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최강자로 군림했던 그는 통산 11승의 베테랑으로, 지난 2014년 6월 아칸소 챔피언십 우승 이후 한국 선수들에 막혀 무려 8번이나 준우승에 머문 아픔을 안고 있는 선수다.

그와 함께 챔피언조에서 우승 경쟁을 벌인 전인지 역시 에비앙 챔피언십 이후 준우승만 4번을 해 우승컵의 입맞춤이 절실했지만 승리의 여신은 스테이시 루이스 편이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스테이시 루이스는 전에 없이 강인한 면모를 보였다. 전인지가 타수를 좁혀 추격하는데도 그는 페이스를 잃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전인지의 추격에 제풀에 무너질 수도 있었을 텐데 루이스는 마지막 홀까지 냉정함을 잃지 않고 1타 차 우승을 했다. 3년여만의 감격적인 우승이다. 

무엇이 스테이시 루이스에게 마지막 홀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을 주었을까.

나는 텍사스 주 휴스턴 일대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에서 답을 찾고 싶다.

스테이시 루이스는 허리케인으로 휴스턴 일대가 큰 재해를 입자 대회에 참가하면서 상금 전액을 복구 지원기금으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휴스턴과 인연이 깊다. 오하이오주 톨리도에서 태어났지만 휴스턴 교외 우들랜드에서 성장했고 고등학교도 이곳에서 나왔다. 지난해 휴스턴대학 여자 골프코치인 제러드 채드월과 결혼해 지금도 휴스턴에 살고 있다. 

스테이시 루이스가 마음에서 우러난 기부 결정을 하고 난 뒤 캠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참가한 의미도 단순한 우승이 아닌 많은 기부를 할 수 있는 선전(善戰)으로 승화되지 않았을까.

전인지에 한 타 차이로 쫓기면서도 초조해하지 않고 자신의 리듬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상금을 받아 기부하겠다는 숭고한 뜻을 좇는데 집중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는 우승 상금 19만 5천달러(약 2억 2천만원)를 휴스턴의 복구 기금으로 쾌척했다.

그가 우승하자 스폰서인 KPMG가 우승 상금과 같은 금액을, 다른 후원사인 정유회사 마라톤도 10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다.

스테이시 루이스의 숭고한 동기와 결심이 아름다운 결실을 맺었기에 한국선수 6연승 실패의 아쉬움은 쉬 증발해버리고 그의 승리를 빛나게 한 전인지의 선전도 돋보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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