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진이 KLPGA 투어 보그너·MBN 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사람 알아보는 눈은 있는 것 같다.
국내외 가릴 것 없이 분란을 만들어내 지지도가 곤두박질치고 있지만 적어도 골프에 관한 한 꽤 수준 높은 안목을 갖고 있는 듯하다.

둘째가라면 섭섭해 할 정도의 지독한 ‘골프광’에다 세계 곳곳에 비싼 골프코스를 소유하고 있으니 당연히 골프에 대한 안목이 남다르겠지만, 지난 7월 자신 소유의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소재 트럼프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72회 US여자오픈에서 그는 골프선수를 알아보는 대단한 감별력을 과시했다.

분위기를 바꿔 추락하는 지지도를 높이려는 마음에 프랑스에서 귀국하자마자 대회 현장을 찾은 그는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이란 글자가 새겨진 골프 모자를 쓰고 미국 선수들을 격려했지만 미국 선수들이 지지부진한 바람에 그의 의도는 빗나갔다.
대신 그는 한국선수들이 대회를 휩쓰는 현장을 목격했는데 우승한 박성현 못지않게 아마추어로 준우승한 최혜진과 공동 5위에 오른 이정은6의 플레이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톱10 중 중국의 펑산산, 스페인의 카를로타 시간다를 뺀 8명이 한국선수였으니 사드 문제와 FTA 재협상 등과 겹쳐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했을 터인데도 그는 한국선수들의 높은 기량에 골프광으로서의 본능을 숨기지 않고 표현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최혜진이 공동선두에 오르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US여자오픈 현장에 와 있다. 아마추어 선수가 몇 십 년 만에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매우 흥미롭다"는 글을 올리기까지 했다.

파3 16번 홀에서 볼을 물에 빠뜨리는 바람에 우승 기회를 놓쳤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선수로서 최혜진의 잠재력을 놓치지 않았다. ‘매우 흥미롭다’는 말 속에는 앞으로의 성장을 지켜볼 만한 선수라는 뜻도 담겨 있을 것이다.
 
최혜진은 트럼프의 골프 안목을 증명이라도 해주듯 아마추어로서 마지막 참여한 KLPGA투어 보그너 MBN 여자오픈에서 쟁쟁한 프로 언니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아마추어가 프로 대회서 한 시즌 2승을 거둔 것은 1999년 당시 국가대표였던 임선욱 이후 18년만이라고 한다. 특히 돌고래가 물 위를 뛰어오르는 듯한 유연하면서도 힘찬 스윙은 그의 프로시대가 어떠할 것인가를 예언하는 것 같다.
오는 23일 생일을 지나면 만 18세가 되는 그는 프로로 전향, 오는 31일 개막하는 KLPGA투어 한화 클래식에서 프로 데뷔전을 갖는다.

내년 시즌 ‘기억에 남는 신인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는 그의 목표는 신인으로선 담대하다.

LPGA투어에서의 상금왕, 세계랭킹 1위, 박세리나 박인비처럼 세계 여자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는 일이 뜻대로 되리란 보장은 없지만 이런 목표를 향한 그의 골프여정은 앞으로 많은 화제를 만들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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