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경과 박성현, 전인지.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직립보행(直立步行)이 오늘의 인류를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이듯 사람의 걸음걸이는 개인의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지문과 홍채, 얼굴 모양, 정맥 등의 신체적 특징을 찾아내는 생체인식 기술이 인간 개체의 특징을 거의 오차 없이 감별해내 전자결제나 보안시설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시대다.
최근에는 신체적 특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음성이나 걸음걸이, 글 쓰는 습관, 마우스 이동이나 스크린 터치 등 행동적인 특징까지 구별해 개체 인식 정확도를 더욱 높이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걷기의 역사』라는 매력적인 책을 쓴 조지프 A. 아마토는 ‘걷기는 곧 말하기’라고 단정한다. 말하기가 인간 개체의 특징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듯 걸음걸이는 자기 나름의 방언과 관용구를 지닌 언어라는 것이다.
몸매와 눈빛, 얼굴 표정, 팔 다리의 움직임, 엉덩이와 어깨의 움직임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나타나는 걸음걸이는 그 사람의 지위와 신분, 현재의 신체적 감성적 상태는 물론 앞으로 그에게 닥칠 운명의 정보까지 보여준다는 것이다.

우리말에 걸음걸이를 표현하는 의태어(擬態語)가 유난히 풍부한 것은 그만큼 걸음걸이가 인간의 개체적 특징을 구분 짓는 중요한 행동임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비틀비틀. 흐느적흐느적, 비실비실, 비척비척, 휘청휘청, 휘적휘적, 기우뚱기우뚱, 건들건들, 흔들흔들, 아장아장, 어정어정, 어기적어기적, 성큼성큼, 살금살금, 타박타박, 터벅터벅, 뚜벅뚜벅, 사뿐사뿐, 살랑살랑 등은 걷는 주인공의 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중심을 못 잡고 건들거리는 걸음. 꼿꼿한 자세로 흔들림이 없는 걸음, 자신감 넘치는 걸음, 의기소침한 걸음, 쫓기는 걸음, 생활의 무게에 짓눌린 걸음, 깃털처럼 가벼운 걸음, 쑥스러운 걸음, 당당한 걸음, 불안에 찬 걸음, 희망과 기대에 찬 걸음 등을 그대로 드러낸다.

놀라운 것은 걸음걸이 주인공의 미래가 대부분 걸음걸이가 시사하는 대로 흘러간다는 사실이다.

골프와 인연을 맺은 지 30여년, 골프 중계방송을 통해 수많은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면서 선수들의 걸음걸이가 선수들의 골프여정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박세리, 양희영, 이미림, 장하나, 안젤라 스탠포드, 리제트 샐러스, 아리야 주타누간, 펑산산, 안선주 등은 긴 여정에 어울리는 묵직한 걸음걸이로 골퍼의 길을 걸어왔거나 걸어가고 있는 것 같다.
리디아 고, 유소연, 이보미, 김하늘은 부담 없는 가벼운 걸음걸이로 골프 자체를 즐기는 스타일로 보인다.
박인비, 전인지, 박성현, 김효주, 전미정 등은 굳이 드러낼 게 뭐 있느냐는 담담한 자세로 자신의 생체·감성 리듬을 놓치지 않고 여정을 다져가고 있는 듯하다.

김세영, 신지애, 김인경, 스테이시 루이스, 모건 프레슬, 브룩 핸더슨, 미아자토 아이, 미아자토 미카 등은 의도적으로 당당해지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역력하고 허미정, 최나연, 청 야니 등은 훌륭한 기량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기량에 의문을 갖는 자신감 없는 플레이로 눈앞의 승리를 놓치거나 긴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위와 같은 선수들의 분류는 순전히 내 눈에 비친 선수들의 걸음걸이와 성적을 연결시켜 유추한 것으로 절대적일 수 없다. 

그러나 선수들의 걸음걸이를 유심히 관찰해보면 선수 개개인의 걸음걸이와 경기 스타일, 성적들이 매우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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