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연이 LPGA 투어 아칸소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제공=Gabe Roux
[골프한국] 기러기, 청둥오리, 고니, 두루미 등 철새들은 한번 비행을 시작하면 수천 km를 쉬지 않고 날아간다.

날개 길이가 가장 길다는 앨바트로스는 먹이를 찾아 대서양 태평양을 횡단하고 제비갈매기는 남극과 북극을 오가며 산다. 겨울철 금강 하구 둑이나 서산 천수만 일대, 철원 비무장지대, 낙동강 을숙도를 찾는 가창오리, 고니, 청둥오리, 독수리 등은 시베리아에서 4~5천km를 날아온다.

철새들이 이렇게 먼 거리를 날아갈 수 있는 비결은 내부의 에너지와 외부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철새들은 장거리 비행 전에 연료로 쓸 지방을 체내에 축적한다. 어떤 새는 몸무게의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지방을 축적하는데 이 지방은 장거리비행에 필요한 날개 짓을 하는데 연료가 되는 셈이다.
무게가 늘어나면 비행이 힘들 것 같은데 기류를 타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고 한다.
아무리 날개근육이 발달해도 수천 km를 날개 짓만으로 비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처음 비상할 때 에너지를 조금 쓰고 일단 상승 기류를 타고 나면 기류에 몸을 맡기고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하며 비행하는 것이다.

철새들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사선 형태나 V자 형태로 편대를 지어 비행하는데 이 또한 에너지 절약을 위한 것이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에서 이동하는 철새들을 따라다니며 실험해본 결과 V자 편대로 비행하는 철새들이 홀로 날아가는 새들에 비해 적게는 10% 이상, 많게는 30% 가까이 에너지를 덜 소모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대형의 뒤에 따라가는 새들일수록 날개 짓의 횟수나 심장 박동 수가 줄어 힘이 덜 드는데, 이 역시 대형의 앞에서 날아가는 새들이 일으키는 상승기류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비나 잠자리 등 연약한 곤충들도 상승기류를 타고 수천 km를 이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이언스 지는 얼마 전 영국 로섬스테드 연구소 과학자들이 나방과 나비들의 장거리 이동에 관한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연구진은 공중에서 이동하는 곤충을 1㎞까지 추적할 수 있는 특수 레이더를 이용해 연구했는데 나방과 나비들이 체내 나침반을 이용해 자신들을 빠르게 먼 지역으로 실어다 줄 바람줄기를 찾아내 이 바람을 타고 이동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정원을 가로질러 가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 나방이나 나비들이 초고속 바람 속에서도 날개가 찢어지지 않고 먼 길을 날아갈 수 있는 것은 “바람 고속도로 한복판에서는 바람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많은 곤충들이 이처럼 복잡한 방법을 이용해 유럽내륙에서 월동지인 지중해 지역으로 날아가며 여름철에 돌아갈 때 역시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면서 이는 곤충 세계에서 대대로 이어져 온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얼마 전 우연히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지상 2000천m 상공을 비행하는 경비행기에서 포집망을 휘둘러 그 속에 잡힌 것들을 확인한 결과 나비, 나방, 잠자리, 메뚜기 등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는데 나중에 로섬스테드 연구소 연구결과를 접하고는 이해가 되었다.

미국 미시간대 연구진의 연구에서도 미국과 캐나다에 서식하는 황제나비가 가을이면 멕시코로 이동해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에 다시 북미로 되돌아오는 왕복 6,000km의 비행을 하는데 나침반 기능을 하는 눈과 시계기능을 하는 더듬이가 정확하게 고속 기류를 찾아내 이동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일본에 서식하는 왕나비도 가을이 되면 1,500~2,500km를 비행해 대만, 홍콩까지 날아가 알을 낳고 알은 이듬해 봄에 부화해 일본으로 돌아오는데 역시 고속 기류를 이용한 이동으로 밝혀졌다.

생체리듬, 멘탈리듬에 큰 영향을 받는 골프선수들은 기류 즉 흐름을 탄다는 의미에서 대륙을 이동하는 철새나 나비들과 흡사하다.
동물의 세계에서 기류를 안다는 것은 미묘한 공기의 흐름을 감지하고 이용한다는 의미다. 골프의 세계에서도 자신의 생체리듬, 멘탈리듬을 주변 상황의 리듬과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원하는 목표에 다다를 수 있다.

대회 때마다 참가하는 선수들을 보면 어떤 기를 느끼게 된다.
뭔가 일을 낼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우승은 갈망하지만 의지가 보이지 않고 체념이 느껴지는 선수가 있다. 자신감과 긍정의 마인드를 발산하는 선수, 쑥스러워 하고 드러나길 두려워하는 선수, 기회가 왔을 때 확실히 잡아챌 각오가 된 선수, 좋은 기회가 왔는데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선수, 경기를 즐기는 선수, 경기에 끌려 다니며 고통스러워하는 선수 등 선수들마다 다양한 분위기와 기운을 느낄 수 있다.
크게 대별하면 이기는 기운과 지는 기운이다. 기류에 비유하면 상승기류와 하강기류인 셈이다.

26일(한국시간) 미국 아칸소주 로저스의 피너클CC에서 막을 내린 LPGA투어 월마트 NW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유소연(27)은 기류를 탈 줄 아는 한 마리 나비였다.

2011년 US여자오픈을 시작으로 LPGA 투어에서 우승을 맛보기 시작한 유소연은 올 시즌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 이어 이번에도 우승함으로써 그가 얼마나 상승기류를 잘 탈 줄 아는 선수인가를 증명해보였다. 시즌 2승, 통산 5승에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도 아리야 주타누간과 리디아 고를 제치고 1위를 꿰찼다.

유소연은 1라운드에서 6언더파를 쳐 순조롭게 상승기류를 타더니 2라운드에선 10언더파라는 생애 최저타 타이기록을 세우며 1위로 치고 나갔다. 그리고 3라운드에서 숨을 고르며 2언더파를 쳐 합계 18언더파로 공동 2위(양희영, 모리야 주타누간)와 2타 차 우승을 확정지었다 
1라운드에서 8언더파로 급상승한 박성현(23)이 2라운드에서 2오버파로 뒤쳐져 3라운드에서 3타를 줄이는데 그쳐 우승 후보에서 공동19위로 추락한 것은 유소연에 비하면 성공적으로 기류를 탔다고 볼 수 없다.

기류를 탈 줄 안다는 것은 스스로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고 기류를 타고, 좋은 기류를 타면서도 난기류에 대비하고, 난기류를 만나면 평소 비축해둔 에너지와 지혜로 위기 순간을 극복할 줄 안다는 의미가 아닐까.
철새들이 장거리 비행을 할 수 있는 것은 힘찬 날개와 함께 내부와 외부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줄 알기 때문이듯 골프선수들 역시 기초체력, 기량과 함께 상황에 맞춰 자신에게서 발산하는 기운을 긍정적 역동적으로 강화시키는 훈련과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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