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과 안신애.
[골프한국]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이 각광받는 시대다.
음악이나 영상, 광고에서는 물론 관광 상품에 이르기까지 스토리텔링이 직간접적으로 스며들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작가의 의도에 따라 치밀한 장치 속에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문학작품과는 차원이 다르지만 유무형의 상품에 흥미를 일으키거나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접목시켜 뇌리에서 쉬 지워지지 않는 잔상(殘像)을 남긴다는 긍정적 효과 때문에 스토리텔링은 마케팅 분야에선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의 장점은 반드시 진실이어야 할 필요가 없이 그럴싸한 요건을 구비하기만 하면 스토리를 접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마음속에 흔적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이라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역사적 기록이나 유물이 없다 해도 민간에 전승되는 이야기나 상품에 얽힌 에피소드를 원용해 밋밋한 상품을 매력 있는 상품으로 포장할 수 있다.

스포츠 분야도 어느 새 스토리텔링의 경연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종목은 달라도 각 구단들은 팬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솔깃한 이야깃거리나 팬들을 위한 이벤트를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소속 선수들 각자가 스토리텔링의 풍부한 자원이다. 기량, 외모, 세리머니, 독특한 버릇, 경기장 밖에서의 활동, 가족생활 등이 모두 스토리텔링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상당수 팬들은 특정 팀의 승패와 관계없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스토리를 지닌 선수를 좋아하는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골프야말로 스토리텔링의 노다지나 다름없는 분야다. 팀이 아닌 개인의 기량을 겨루는 스포츠라 스토리텔링의 자원이 풍부하다. 골프만 잘 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의 스포츠팬들은 승패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승패도 중요하지만 승패를 떠나 경기하는 과정과 경기를 벗어난 생활까지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다. 밥과 국, 몇 가지 밑반찬으로 손님을 끌 수 없듯이 골프기량만으로 팬을 모을 수 없다.
현대골프에서 골프선수의 성공 여부는 기량과 함께 얼마나 매력적인 스토리를 풍부하게 지니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골프선수가 되었으니 골프를 잘 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냥 잘 치는 것만으로는 특별한 스토리가 되지 않는다.
스윙에 남다른 개성이나 특징이 있거나 코스 공략방법이 과감하거나 정밀하거나, 어떤 특정한 샷이 독보적이든가 해야 팬의 입장에선 스토리로 다가온다. 그냥 좋은 스코어를 내는 게 아니라 매력 있는, 멋진, 놀라운 샷을 창조해내야 팬들의 시선과 마음을 잡을 수 있다.

걸음걸이나 얼굴 표정, 개성 넘치는 패션과 화장, 그만의 세리머니, 미디어와의 인터뷰 때 자세와 내용, 캐디나 동료들과의 관계, 팬들과의 소통 등은 훌륭한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요소들이다.
경기를 잘 마치고 홀 아웃 해서 스코어카드를 제출하러 걸어가는 중에 팬들의 악수요청이나 환호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고 무표정하게 지나치는 선수와, 일일이 팬들과 손바닥을 부딪치고 사인까지 해주는 선수의 스토리가 같을 수 없다.
어린 아이와 함께 온 가족 갤러리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인한 모자나 볼을 아이에게 선물하는 선수와 모자나 팸플릿을 내밀며 사인을 바라는 아이들을 외면하는 선수의 인기는 하늘과 땅 차이다.

골프선수들의 스토리는 골프코스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회생활, 가족생활, 취미생활, 봉사활동, 기부행위, SNS 활동 등도 선수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귀중한 요소들이다.
딸의 졸업식 참여를 위해 US오픈에 불참한 필 미켈슨, 장애 여동생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조던 스피스, 개성 있는 패션과 표정으로 여성 팬을 홀리는 리키 파울러, 호쾌한 장타를 날리는 버바 왓슨 등이 스토리가 있는 대표적 선수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타이거 우즈는 골프사에 남을 위대한 족적을 남겼음에도 여성 편력과 약물 중독, 잦은 부상 등으로 부정적 스토리가 쌓여 팬들로부터 멀어지는 케이스다.

리디아 고나 유소연은 요란하진 않지만 경기를 풀어나가는 자세, 골프 외적인 것에 대한 강한 호기심, 다양한 취미활동, 팬들과의 긴밀한 교류 등으로 좋은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고 장하나, 김세영, 박인비, 김인경, 미셸 위, 크리스티나 김 등도 나름의 자신만의 매력과 개성을 뽐내며 팬들에게 스토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일본에서 활약 중인 이보미, 김하늘은 상냥한 미소와 팬에 대한 깊은 배려로 상상을 초월한 인기를 누리고 있고 올해 JLPGA투어에 참가하기 시작한 안신애는 성적 부진에도 아랑곳없이 시선을 끄는 패션과 미모로 일본 골프팬들에게 스토리가 있는 골퍼로 부상하고 있다.

선수들이 유의해야 할 것은 스토리가 풍부한 선수는 프로골퍼로 성공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선수에 비해 매우 높다는 점이다.
하나하나 쌓여가는 스토리에 팬들이 관심을 보이고 사랑을 보내면 이에 보답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할 수밖에 없어 자연스럽게 선순환의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영원한 아마추어로 ‘구성(球聖)’으로 추앙받는 바비 존스, 통산 82승이라는 불멸의 기록을 남긴 샘 스니드를 비롯, 월터 헤이건, 밴 호건, 아놀드 파머, 잭 니클라우스, 게리 플레이어, 닉 팔도 등 세계적 골프영웅들이 얼마나 풍부하고 매력적인 스토리를 지녔는지는 보면 쉬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 기량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골퍼들도 이제는 스스로에게 ‘나는 과연 팬들이 관심을 가질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골퍼인가?’자문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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