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
[골프한국] 프로골퍼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LPGA투어 멤버십을 반납하고 KLPGA투어 복귀를 선언한 장하나(25)의 결단은 그의 팬은 물론 대다수 골프팬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그렇게 인기 많고 잘 나가는 선수가 왜 갑자기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는 LPGA 멤버십을 자진 반납하고 국내 투어로 돌아오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언뜻 자동차 레이스가 연상됐다. 선두권을 유지하며 트랙을 잘 달리던 선수가 차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중도에 레이스를 중단하고 트랙 밖으로 빠져나와 차를 버리고 트랙을 떠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장하나의 케이스는 비슷한 유례를 찾기 어렵다.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LPGA투어에 뿌리를 내리지 못해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경우는 많았지만 LPGA투어에 진출한 이듬해부터 승리를 거둬 통산 4승을 올리며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와 퍼포먼스로 많은 팬을 거느린 선수가 극히 개인적인 사유(?)로 돌연 LPGA투어를 포기하고 돌아온 경우는 없었다.

부푼 꿈을 안고 LPGA투어에 뛰어들었지만 뿌리를 못 내리고 돌아온 사례는 많다. 가깝게는 LPGA투어의 여왕을 꿈꾸었던 백규정(22)이 있고 안시현(32), 이지영(31), 김송희(28) 등이 촉망받는 신인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나 단 한 번의 승수도 보태지 못하고 결국 짐을 쌌다.

LPGA투어에서 잘 나가는 중에 JLPGA투어로 노선을 바꾼 신지애(29)의 경우는 좀 다르다.

KLPGA투어는 물론 LPGA투어, JLPGA투어, LET에서 꾸준히 승수를 쌓아온 신지애는 LPGA투어에서 더 버틸 수 있었지만 골프선수로서의 롱런을 위해 일본행을 선택했다. 그리고 JLPGA투어에서도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려 골프선수로서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다. 아마 자신도 이 JLPGA투어로의 방향전환이 ‘신의 한수’였음을 실감할 것이다. 

지난 23일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KLPGA투어 복귀를 밝힌 장하나의 사연을 알고 나니 골프선수로서 그동안 장하나와 그 가족들이 겪었을 희로애락이 점철된 애환이 주마등처럼 펼쳐지는 듯했다.

골프인생 17년, 프로 데뷔 8년, LPGA투어 생활 2년 반 등 골프가 인생의 전부였던 장하나가 골프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25세의 나이에 깨달았다는 것은 놀랍다.

LPGA투어 생활 2년 반 동안 4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하던 장하나가 ‘세계 랭킹 1위’의 목표를 놓아버리고 KLPGA투어 복귀를 결정한 사연과 그 결정을 과감하게 실행으로 옮긴 결단력은 결코 범상치 않다.

외동딸인 그녀를 위해 그동안 헌신해온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가족을 위해 자신의 욕망을 누르고 가족 곁에 머무르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일은 차원이 다르다. 장하나가 내린 결단이 더욱 값진 이유다.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장하나를 뒷바라지해온 노령의 아버지, 혼자 집에 남아 자식 걱정을 하며 외로움과 우울증에 시달려온 어머니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고 그는 골프도 좋지만 가족이 최우선이라는 귀중한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장하나 스스로도 골프를 하고 우승을 하면 기뻤지만 경기를 끝내고 가족이 없는 숙소에 돌아와 맞이하는 공허함을 이겨낼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동안은 골프가 전부인 자신만의 길을 달려온 장하나가 진정한 행복은 나만의 성취가 아닌 가족과 함께하는 것임을 깨달았다는 것은 역시 장하나답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긴 것 또한 장하나답다.

자신과 가족의 행복의 기준과 척도를 새로이 볼 줄 알고 그 깨달음과 마음의 결정을 과감히 실천에 옮긴 장하나의 모습은 어릴 적부터 부모의 전적인 후원을 받으며 오로지 프로골퍼로서의 성공을 향한 길만을 달려온 많은 선수들에게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는 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골프팬이 무엇을 원하는 줄 알고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줄 줄 아는 장하나가 한결 성숙해진 모습으로 KLPGA로 돌아온다는 것은 동료선수는 물론 골프팬들로서는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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