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한국] 다시 골퍼들이 기다리던 눈부신 5월이 펼쳐졌다.

모든 골퍼들이 잔디가 푸릇푸릇 솟아나는 봄을 기다리지만 4월까지는 잔디가 채 자라지 않은데다 골퍼들이 너무 기대와 욕심을 갖고 덤벼드는 바람에 생각지도 않은 의외의 실망감과 좌절감을 맛본다.

그래서 마음을 추스르고 적당한 적응기간을 거친 뒤 맞는 5월은 골퍼들에겐 황금기간의 서막이다. 계절의 여왕, 찬란한 신록(新綠)의 계절 5월에 어김없이 속칭 '홀딱 벗고 새'의 울음이 골프코스에 울려 퍼지는 것은 실로 신비스럽기 이를 데 없다.
도시 주변의 야산이나 산책로 주변에서도 이 새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골프코스에서는 유난히 들을 기회가 많고 또렷하게 귀에 담긴다. 
 
4음절이 반복되는 이 새의 울음소리가 '홀딱 벗고 홀딱 벗고'와 비슷하게 들려 이런 별칭이 붙었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꼭 그렇게만 들리는 건 아니다. '카 카 카 코'로 들리기도 하고 '호 호 호 히'로 들리기도 하는데 앞의 3음절은 높이가 같고 마지막은 낮다. 음계 상으로 옮기면 '미 미 미 도'라고 한다. 

두견이과의 여름 철새인 이 새의 정식 이름은 검은등뻐꾸기다. 몸길이가 30cm를 조금 넘는 자그마한 새로 배에 검은색의 굵은 가로줄이 있고 머리와 가슴은 회색이며, 등과 꼬리는 어두운 회갈색이다. 뻐꾸기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눈 테두리가 뚜렷하지 않다.

'홀딱 벗고 새'란 별명이 붙은 사연은 여러 버전이 있다.

공부를 게을리 한 스님이 환생한 새라는 설과 여름에 스님이 개울에서 목욕하는 것을 보고 놀리느라 '홀딱 벗고 홀딱 벗고'라고 울었다는 데서 유래되었다는 설 등이 있다.
전자의 경우 수도하던 스님이 남편을 저 세상에 보내고 명복을 빌기 위해 절을 찾아 탑돌이를 하는 여인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겨 공부에 소홀했는데 그 스님이 죽은 뒤 새로 환생해서 전생의 게으름을 후회하며 우는 울음이라는 것이다.  

승려화가로 유명한 원성스님이란 분이 '홀딱 벗고새의 전설'이란 시를 지어 이 새가 더욱 유명해졌다.


- 홀딱 벗고 -

 마음을 가다듬어라. 
 홀딱 벗고 
 아상도 던져 버리고. 
 홀딱 벗고 
 망상도 지워 버리고 
 홀딱 벗고 
 욕심도, 성냄도, 어리석음도... 
 홀딱 벗고 
 정신 차려라. 
 홀딱 벗고 
 열심히 공부하거라. 
 홀딱 벗고 
 반드시 성불해야 해 
 홀딱 벗고 
 나처럼 되지 말고 
 홀딱 벗고 
 홀딱 벗고
 (중략)

 
'홀딱 벗고'란 흔히 상상되는 다소 외설적인 의미와는 거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아상(我相) 망상 욕심 어리석음 유혹 등 공부를 방해하는 모든 것을 남김없이 벗어던지고 공부에 몰두해 불성(佛性)을 깨닫겠다는 회한 가득한 다짐의 울음인 것이다. 

'홀딱 벗고 새'의 이런 유래를 알고 나면 이 새의 울음이 골퍼들에게 유난히 절실하게 다가온다. 골퍼야 말로 철저하게 마음을 비워야 한다. 물론 골프장을 찾을 때는 좋은 스코어를 내겠다는 욕심도 생기고 동료들 간의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욕망도 솟아오르고 내기에서도 지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러나 실제로 라운드에 들어가면 결코 이런 마음가짐이나 자세로는 만족한 플레이를 펼칠 수 없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온갖 희로애락의 감정, 욕심과 기대, 승리에 대한 강한 집착 등이 오히려 본래 갖고 있는 기량마저 발휘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대신 빈 하늘과 같은 빈 마음으로 어깨를 짓누르던 그 모든 것들은 내려놓고 나 자신을 골프코스에 내던져버리면 18홀을 끝내고 장갑을 벗을 때 뜻밖의 미소를 지을 수 있다. 

신록의 골프코스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검은등뻐꾸기의 '홀딱 벗고 홀딱 벗고' 하는 울음소리는 욕심과 기대와 망상에 사로잡힌 골퍼들에게 ‘홀딱 벗고 골프 쳐라’는 애끓는 충고의 소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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