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 '골프계의 악동' 존 댈리.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타이거 우즈(41)와 존 댈리(51).
20세기와 21세기에서 이 두 골퍼를 빼놓고 세계 골프사를 쓴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타이거 우즈는 현재 ‘상이(傷痍)골퍼’로 뒷전으로 물러나 있지만 두 세기에 걸쳐 불멸의 족적을 남겼고 존 댈리는 골프 정사(正史)에선 타이거 우즈에 밀리지만 야사(野史)에선 여전히 신화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타이거 우즈의 영웅담은 현재 PGA투어에서 뛸 수 없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살아 꿈틀거린다.

유아기 때부터 미래의 골프스타로 조명을 받아온 우즈의 등장은 세계의 골프사를 다시 쓰게 했다. 바이런 넬슨, 벤 호건, 아놀드 파머, 잭 니클라우스 등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전설적인 대선배들의 기록을 깨뜨려온 그가 전인미답의 새로운 경지를 열어 골프사상 최고의 자리에 오르리라는 것을 아무도 의심치 않았다.

그런 우즈도 20세기 초중반 세계 골프계를 평정한 샘 스니드의 벽 앞에서 골프를 계속 해야 될 것이냐 그만 둬야 할 것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

우즈가 기록한 PGA투어 통산 79승은 샘 스니드의 82승에만 뒤질 뿐 그 외 대선배들의 기록을 뛰어넘은 것이다. 그의 잦은 부상 소식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골프팬들은 샘 스니드를 뛰어넘는 그의 새로운 기록 달성은 시간문제일 뿐으로 여겼었다.

그러나 최근 전해지는 소식들을 모아보면 그의 재기는 극히 회의적으로 보인다.

잦은 염문에 뒤이은 끊이지 않는 부상과 수술 소식은 그의 골프인생 자체가 종지부로 향해 가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 정도다. 그는 수없이 “곧 필드로 복귀하겠다.”고 밝혔지만 1,000일이 넘도록 필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네 번째 허리 수술을 받은 우즈는 여전히 필드를 꿈꾸며 재활에 몰두하고 있지만 주변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우즈가 갖고 있는 기량에 대해선 의문을 갖지 않지만 그의 건강상태에 대해선 장담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오랫동안 그를 지도해온 골프 교습가 행크 헤이니(62)의 발언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는 PGA투어 인터넷 라디오 쇼에 출연해 “우즈가 복귀와 재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즈가 필드로 돌아온다면 우승 가능성은 있다.“며 그 이유로 의심할 수 없는 기량을 내세웠다.
이런 뉴스들을 종합해보면 그의 복귀 열망과 기량에 대해선 의심하지 않지만 그의 건강상태는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읽을 수 있다.

‘필드의 악동’ ‘그린의 풍운아’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 존 댈리는 사실 타이거 우즈에 비해 골프사에서의 위치는 뒤지지만 사적 스토리는 풍부하기 그지없다.

1991년 아칸소대학을 졸업하자마자 PGA투어에 뛰어든 존 댈리는 데뷔 때부터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엄청난 장타(1991년부터 2002년까지 PGA투어 장타 1위)에다 구속을 싫어하는 자유분방함, 마음의 쏠림에 자신을 맡기는 행동거지들이 팬들의 반감을 사기는커녕 광팬을 끌어 모으는 역할을 했다.
180cm의 키에 110kg의 댈리는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부드러운 오버스윙과, 독특한 패션, 자신의 마음 움직임에 끌려 다니는 별난 기행으로 팬들과 뉴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

존 댈리는 그의 골프인생을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자신을 모델로 흥미진진한 전기를 쓰기에 충분한 다채로운 골프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엔 존 댈리는 영락없이 미국의 비트문학의 대표작가인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On the road)’의 주인공 샐 파라다이스나 딘 모리아티이거나, '마이 웨이(My Way)'라는 명곡으로 자신의 일생을 담아낸 프랭크 시나트라와 같은 반열의 인물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평소 술을 즐기며 기타를 치고 서정시를 쓰는 골퍼를 상상할 수 있는가.
존 댈리는 그랬다. 그는 스스로 음유시인을 자처했다. 경기가 없는 날은 고성능 RV(Recreation Vehicle)을 몰고 광야를 해매거나 자선행사에 참석했다. 기부도 많이 해왔다.

필드 위에서의 기행은 별나다. 알록달록한 바지, 불량기 풍기는 모자에 손에는 여송연까지 떠날 줄 모른다.
얼마나 기분파인지 볼이 잘 날아가면 천진난만하게 미소를 흘리며 팬들과 함께 환호하지만 실수로 벙커나 워터해저드로 볼이 날아가면 채를 집어던지거나 연속해서 볼을 워터해저드로 날리는가 하면 아예 대회장에서 이탈하기도 한다.

2011년 호주에서 열린 원아시아투어 호주오픈에서 댈리는 티샷이 벙커로 날아갔는데 실수로 근처 연습장에서 날아온 볼을 자신의 볼인 줄 알고 쳤다. 2 벌타를 받은 댈리는 다음 홀에서 무려 7개의 볼을 워터 해저드로 날려 보내곤 “더 이상 칠 볼이 없다”며 대회장을 떠난 일화는 유명하다.
대회가 열리는 기간에도 주변 나이트클럽에 불쑥 나타나 환호하는 팬들에게 맥주를 돌리며 자신도 대취해 다음날 티업 시간을 못 대는 일화도 남겼다.

대회 중 아내로부터 이혼소송을 당하고 네 번이나 이혼했다. 도박에도 심하게 빠졌다. 그동안 도박으로만 5천만 달러 이상을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기행과 일탈로 댈리는 PGA 사무국으로부터 6차례 근신(출전정지)를 받는가 하면 20여차례 경고를 받았으나 그는 변하지 않았다.
PGA투어 카드가 없이도 전 세계 15개 내외의 각종 투어에 초청받아 연간 600만 달러 이상을 벌고 있다. 그의 독특한 스윙과 장타, 자유분방함과 기행이 그를 먹여 살리는 셈이다. 

과연 골퍼로서, 한 인생으로서 타이거 우즈와 존 댈리 중 누가 더 행복할까.

타고난 골프천재로 일찌감치 골프황제로 추앙 받으며 군림해왔으나 과격한 스윙에 따른 부상으로 필드에 나서는 것조차 힘들어 그렇게 좋아하는 골프와 멀어진 우즈와 진정한 ‘제멋대로’의 삶의 리듬을 잃지 않으며 50이 넘도록 힘찬 스윙을 날리는 댈리!

누가 더 행복한지, 누가 더 깊은 인생의 맛을 느끼는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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