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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Two Park’의 화려한 귀환과 인상적인 데뷔…박인비 우승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골프한국] 5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코스에서 막을 내린 LPGA투어 시즌 네 번째 대회 HSBC 위민스챔피언스는 연간 치러지는 LPGA투어 중 가장 핫한 대회의 하나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시즌 개막전을 포함해 세 번째 대회를 치른 후라 선수들의 예열이 끝났고 내로라는 정상급 선수 대부분이 참가한데다 ‘대물(大物)’ 박성현(24)이 정식으로 LPGA투어에 데뷔하는 무대여서 한국 골프팬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특히 3라운드를 마친 뒤 4라운드를 위해 짜인 조 편성은 한국 골프팬들은 물론 세계 골프팬들의 흥미에 불을 붙였다. 챔피언조에 미셸 위, 리디아 고, 박성현이 배치됐고 그 바로 앞 조에는 아리야 주타누간, 박인비, 장하나가 포진했다. 그 앞 조들에는 브룩 핸더슨, 유소연, 양희영, 허미정, 펑 샨샨, 안나 노르드크비스트, 수전 페테르센, 폴라 크리머, 모건 프레슬 등 막강 선수들이 우승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한마디로 ‘별들의 전쟁’이 예고되었다.

극적인 골프 드라마를 만들어낼 조건을 이렇게 완벽하게 갖춘 대회도 찾기 힘들 것이다. 챔피언 조를 포함한 3개조는 누가 우승하더라도 멋진 드라마가 되기에 충분할 정도로 히스토리가 풍부했다.

퍼팅 자세를 바꾸면서 전혀 다른 차원의 플레이를 펼치며 여왕의 풍모를 물씬 풍기는 미셸 위, 코치 캐디 골프클럽에서부터 스윙까지 모두 바꾼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 특유의 시원스런 스윙과 장타로 보는 이를 매혹시키는 박성현, 리디아 고를 위협하며 난공불락의 성을 쌓아가는 아리야 주타누간, 리우 올림픽 금메달 획득 이후 부상 치료를 위해 8개월간 재활의 기간을 보낸 골프여제 박인비, 다이내믹한 플레이와 개성 넘치는 세리머니로 많은 팬을 거느린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우승자 장하나, 꾸준히 상위권에 포진하며 우승에 다가서고 있는 유소연, 여전히 천재 골프소녀라는 별명이 따라붙는 브룩 핸더슨 등등.

마지막 라운드가 치러진 일요일인 5일은 마침 경칩이라 골프연습장 지인들과 막걸리로 목을 축이는 기회를 가졌는데 몇 분이 “LPGA 경기 중계를 봐야하니 간단히 하고 헤어집시다.”고 말한 까닭을 알만했다. 한 지인은 “이번 경기는 한국 축구팀 월드컵 16강전, 8강전보다 더 흥미진진할 겁니다.”며 일어설 것을 재촉했다. 골프광에 국한된 경우겠지만 나 역시 동감이었다.
3라운드까지 지켜본 소감은 LPGA투어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불가피하겠다는 것이었다.

가장 눈에 번쩍 뜨인 것은 미셸 위의 변신이었다. 온갖 퍼팅 동작을 섭렵하다 드디어는 척추를 90도로 꺾는 불가사의한 동작을 취하던 미셸 위가 허리를 약간 구부린 보통 퍼팅 자세로 바꾼 뒤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소녀시절부터 남자대회에 불려 다닐 만큼 천부적 골프재능을 발휘했던 미셸 위는 2005년 LPGA투어에 뛰어든 뒤 지금껏 US여자오픈(2014)을 포함해 4승에 그치고 중하위권을 맴돌거나 컷 탈락을 하며 훤칠한 키(184cm)와 전광석화 같은 스윙으로 눈요기감으로 버텨가는 듯 했으나 이번 대회를 통해 완전히 ‘변태(變態)’에 성공했음을 보여주었다.
3라운드까지 그의 플레이는 정말이지 경이로웠다. 스윙이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페어웨이 안착률이 높아졌고 어프로치와 퍼팅이 섬세했다. 특히 퍼팅은 그린 읽는 능력에서부터 거리감, 터치감이 놀라웠다. 나비의 우화(羽化)를 보는 듯했다.
아쉽게도 마지막 라운드에서 모처럼 경험하는 압박감 탓인지 2타 차 선두를 지키지 못하고 박인비에 5타 뒤진 공동 4위에 머물렀지만 미셸 위는 기량이나 외모, 패션에서 LPGA투어의 상징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견되었다.

한결같은 스윙과 요지부동의 평정심으로 대표되는 박인비의 추락은 상상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그의 귀환이 실패할 것이란 가정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렇더라도 리우 올림픽 이후 허리 통증과 손가락 부상으로 긴 재활기간을 보낸 뒤 8개월만의 첫 복귀전인 혼다 LPGA 타일랜드 대회에서 공동 25위에 머문 그가 두 번째 복귀전에서 우승을 거머쥐리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1, 2라운드를 각각 5언더파로 넘기는 것을 보며 재활기간의 각고가 예사롭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었으나 3 라운드를 1언더파로 지난 뒤 마지막 라운드에서 그가 펼친 경기는 인간의 그것이 아닌 듯 했다.
여전한 4분의3 스윙에도 불구하고 비거리가 늘어나고 정확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특히 어프로치와 퍼팅에서의 집중력은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길고 까탈스런 라인의 퍼팅에 성공하는 모습은 퍼팅여신의 강림을 보는 듯했다.

그러고도 별다른 액션 없이 엷은 미소가 잠깐 스치는 덤덤한 표정을 짓는 박인비의 얼굴은 영락없이 돌부처였다. 우승에 쐐기 퍼팅이 되었던 17번 홀에서의 길고 긴 퍼팅을 성공시키고 나서 기쁨이 배어나는 함박웃음을 애써 억누르는 모습에는 장갑을 벗을 때까지 결코 평정심을 잃지 않겠다는 결의가 깔려 있었다.
연장전 직전까지 추격한 아리아 주타누간의 플레이는 훌륭했고 큰 실수도 없었지만 박인비의 평정심과 고도의 집중력이 빛을 발한 라운드였다.

미셸 위의 우화(羽化)와 함께 세계 골프팬들에게 지워지지 않을 깊은 인상을 각인시킨 선수는 ‘남달라’의 주인공 박성현이었다.
일찌감치 미국으로 건너가 남다른 담금질을 해온 박성현은 매니지먼트사의 실수로 전 대회인 혼다 LPGA 타일랜드 출전이 물거품이 되어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지 않을까 우려되었으나 데뷔전에서 공동 3위라는 기대밖의 성적을 냄으로써 LPGA투어에서의 첫 우승은 시간문제일 뿐임을 증명했다.

KLPGA투어를 지배했던 그의 장타와 날카로운 아이언 샷, 둘러가지 않고 정면대응을 불사하는 그의 승부사 기질은 공식 첫 데뷔전에서 ‘박성현스타일 골프’라는 특허를 탄생시켰다. 4라운드 내내 선두권에서 그가 펼친 플레이는 아무도 흉내 내기 어려울 것이다. 길게 치기로 소문난 아리아 주타누간조차 박성현의 공격 스타일엔 못 미쳤다.
보이시한 외모와 간결하나 힘찬 스윙, 자신의 장점을 과시하지 않고 담담히 넘기는 담박한 경기자세 등은 골프팬들에게 전인지, 장하나, 김세영과 다른 차원의 매력과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17-03-06 06:5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