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키 파울러(미국)가 2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PGA 내셔널 골프장(파70)에서 열린 PGA 투어 혼다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사진은 2015년 프레지던츠컵에서의 모습이다. ⓒ골프한국
[골프한국] 리키 파울러(29)는 PGA투어의 '앙팡 테리블(Enfent terrible)'인가.
2~3년 전까지만 해도 리키 파울러를 보는 미국 골프전문지들의 시각은 프로 골프선수로서의 가능성과 함께 부정적인 면이 적지 않았다.

최고의 기량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타이거 우즈 같은 정통파 선수에 경도되어온 골프 저널리스트들은 이단아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리키 파울러에 대해선 자존심 상할 표현들을 쓰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PGA투어에서 거품이 가장 많은 선수’라든지 ‘PGA투어의 미운 오리새끼’ ‘제2의 존 댈리’라는 수식어가 심심찮게 그를 따라다녔다. 이는 그의 타고난 패션 감각과 젊은 남녀 골프팬들이 그에게 쏟는 열광을 부러워하는 동료선수들의 시샘이 저널리스트에게 투영된 영향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이 때문인지 지난 27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 PGA내셔널 골프클럼 챔피언코스에서 막을 내린 혼다클래식에서 리키 파울러는 공동2위 모건 호프먼과 게리 우드랜드를 4타 차이로 제치고 완벽한 우승을 했음에도 골프전문지들은 대부분 담담하게 그의 우승 소식을 전했다.

일부 언론은 그가 마지막 라운드 17, 18번 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한 것을 두고 ‘우승자 답지 않은 플레이어였다’고 폄하하기도 했다. 스포츠 전문매체인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올해가 리키 파울러에게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해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했으나 이 역시 그가 아직 상위 클래스의 선수가 아니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냉정한 시각으로 봐서 혼다 클래식에서의 그의 우승이 저평가될 이유는 없다.

물론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 2위 제이슨 데이, 3위 로리 매킬로이, 4위 마쓰야마 히데키, 6위 조던 스피스 등 상위랭커들이 불참했지만 게리 우드랜드, 조나단 베가스, 마르틴 카이머, 폴 케이시, 아담 스코트, 그래엄 맥도웰, 세르히오 가르시아, 제이슨 더프너, 루이 우스투이젠, 지미 워커, 루크 도널드, 잭 존슨, 이시카와 료, 이언 풀터, 부 위클리, 어니 엘스, 저스틴 토마스, 리티프 구센, 포드릭 해링턴 등 언제라도 우승 가능한 선수들이 참가한데다 코스의 난이도도 높아 그의 우승을 높이 평가하기에 충분했다.

175cm, 68kg의 다소 왜소한 신체조건에도 불구하고 비거리나 파워에서 다른 선수에 뒤지지 않았고 놀라운 위기관리 능력도 보였다.

오클라호마 주립대를 나와 2009년 PGA투어에 뛰어든 그는 1950년대의 전설적 영화배우 제임스 딘을 연상케 하는 반항아다운 외모와 행동, 독특한 디자인과 색상의 모자와 의상으로 삽시간에 여성팬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고교시절 험로 주행 모터사이클(Dirt bike riding)에 빠져 심한 부상을 당할 정도로 터프한 취향의 그는 골프에만 집중하는 골퍼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PGA투어에서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띄엄띄엄 우승을 할 정도로 성적은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그가 참가하는 대회마다 정상급 선수보다 많은 팬들이 그를 따라다닐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2011년에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국제대회 첫 우승을 맛본 그는 2012년 웰스파고 챔피언십 우승으로 PGA투어 첫 승을 신고했다.
이후 3년여를 무승으로 보내고 2015년 도이체방크 챔피언십과 더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2015년 유럽피언 투어 에버딘에셋 매니지먼트 스코티시오픈, 2016년 아부다비 HSBC 골프챔피언십 우승으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 그는 17개월 만에 PGA투어 4승째를 신고, 세계랭킹 9위에 오름으로써 타이거 우즈가 없는 밀림의 새로운 지배자 군(群)으로 진입했다.

묵묵히 골프만 잘 치는 정통파들 속에서 긴 속눈썹 뒤에 도발적 반항적으로 이글거리는 눈을 숨긴 리키 파울러의 굴기(屈起)는 PGA투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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