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2017 호주여자오픈 우승

올해부터 LPGA 투어에서 우승을 다투게 될 장하나와 박성현. 장하나 사진=골프한국. 박성현 사진제공=KEB하나은행
[골프한국] 첫 단추를 잘못 꿰면 옷을 바르게 입을 수 없듯 인간사도 첫 단추를 잘못 꿰면 기대와 동떨어진 길을 헤매게 된다.  특히 새로운 시즌을 맞는 골프선수들에게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느냐는 한 시즌 골프농사의 성패는 물론 이어지는 시즌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 짓는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세계의 골프 강자들이 집결한 LPGA투어의 경우 시즌 초반의 서너 경기를 보면 어떤 선수가 도약의 길을 가고, 어떤 선수가 등락을 거듭하고, 어떤 선수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개막전인 퓨어실크 바하마 LPGA클래식과 두 번째 대회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단 두 개 대회 결과를 보고 선수들의 올해 활약을 가늠한다는 것은 성급하고 위험하다.
그러나 스윙의 변화, 경기에 임하는 자세 등을 유심히 살펴보면 선수들이 2개월 이상의 비시즌을 어떻게 보냈는지 짐작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성적을 전망할 수 있다.

지난해 한국 선수들은 정말 첫 단추를 환상적으로 끼웠다. 김효주가 개막전인 퓨어실크 바하마클래식에서 마수걸이 우승을 거두고 이어 장하나가 코츠골프 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거둔 뒤 여세를 몰아 HSBC 위민스챔피언십, 푸본 타이완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태극낭자의 순항을 리드했다.  
리디아 고와 아리야 주타누간의 후반 맹활약으로 태극낭자들의 질주는 멈칫했지만 9승을 합작해 LPGA투어에 진출한 국가 중 최다 우승국의 영예는 지켰다.

올 시즌의 경우 태극낭자들의 출발은 미약한 듯 했다. 한국의 대표선수 상당수가 개막전인 퓨어실크 바하마 LPGA클래식에 참가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리더보드만을 놓고 보면 미국선수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우승자 브리타니 린시컴을 비롯, 렉시 톰슨, 스테이시 루이스, 저리나 필러, 넬리 코다 등 미국선수들이 5위까지 휩쓸었다. 미국선수들의 대분발이 느껴질 정도였다. 태국의 포나농 파트룸이 공동 5위에, 한국의 김효주가 공동 9위에 올랐을 뿐이었다.
다른 한국선수들로는 이일희 공동 24위, 최운정 공동 31위, 김세영 공동 42위, 양희영 이정은 공동 47위로 LPGA투어 대세답지 못했다.

그러나 19일 호주 애들레이드의 더 로열 애들레이드 골프클럽에서 막 내린 시즌 두 번째 대회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장하나(25)가 극적인 대역전 우승을 차지하면서 제대로 끼우지 못했던 태극낭자의 첫 단추를 멋지게 꿰는데 성공했다.
단독 선두 리젯 샐러스(미국)에 4타 뒤진 공동 7위로 최종 라운드를 맞은 장하나는 후반 들어 이민지, 아리야 주타누간, 노무라 하루, 사라 제인 스미스(호주) 등 선두권 경쟁자들이 혼전을 벌이며 머뭇거리는 사이 연속버디와 17번 홀의 이글로 단번에 단독선두로 올라서 최종합계 10언더파 282타를 기록, 2위 난나 코에츠 매드슨(덴마크)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LPGA 투어 통산 4승째다.

두 대회의 성적표를 보면 아리야 주타누간과 노무라 하루는 실전감각이 살아나면 언제든지 우승할 수 있는 선수임을 입증했다. 태국의 포나농 파트룸, 제시카 코다의 동생 넬리 코다, 아리야 주타누간의 언니 모리야 주타누간의 활약도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골프클럽에서부터 캐디, 스윙코치까지 바꾼 리디아 고는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 있는 듯 했고 미셸 위는 퍼팅 자세를 바꾸면서 재기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2016년 세계 여자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자 최혜진(18)이 두 번째 대회에 초청되어 공동 7위로 선전, 차세대 유망주로 눈도장을 찍었다.
앞선 두 대회가 LPGA투어 전초전 격이라면 전인지, 박인비, 유소연 등 한국의 대표주자들을 비롯해 세계의 강자들이 대부분 참가하는 혼다 LPGA타일랜드 대회(2월 24~26일)는 LPGA투어의 메인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의 기대주 박성현(23)이 여태 첫 단추를 꿸 기회를 맞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찌감치 미국으로 건너가 적응훈련을 받아온 박성현은 데뷔 일정을 미뤄오다 혼다 LPGA타일랜드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었으나 매니지먼트사의 실수로 이 마저 무산, 3월초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HSBC 위민스챔피언스 대회에서야 첫 단추를 꿰게 됐다.
매니지먼트사의 실수인지, 아직 준비가 될 된 탓인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다른 선수들은 실전을 통해 비시즌 동안 훈련한 내용을 점검 확인하고 모든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한창 워밍업을 하고 있는데 박성현이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점은 불리한 조건임에 틀림없다. 
외국어 습득을 비롯해 환경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공백기간이 길어지면 질수록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그의 팬들은 박성현이 하루라도 빨리 LPGA투어 무대에 올라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칠 것을 고대하고 있다.
너무 이것저것 재지 말고 실전에 뛰어들어 몸으로 부딪치며 전투력과 적응력을 키우는 기회를 갖는 우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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