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훈(22)이 6일(한국시간) 끝난 PGA 투어 피닉스오픈에서 6위를 기록했다. 사진제공=KPGA
[골프한국] 4일 동안 연인원 65만 명의 갤러리들이 운집한 PGA투어 웨이스트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은 안병훈(26)에겐 PGA투어에 자신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각인시킬 절호의 무대였다.

광적인 갤러리들의 함성과 소요가 휘몰아치는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TPC스코츠데일 골프코스에서 나흘간 펼쳐진 피닉스오픈은 4라운드 전반까지만 해도 안병훈을 위한 완벽한 무대가 되는 듯했다. 일부러 기획한다 해도 이보다 더 극적인 무대를 만들어낼 수 없겠다 싶었다.

첫 날 5언더파로 선두 일본의 마츠야마 히데키(25)에 한 타 뒤진 공동 2위로 선두권에 포진한 안병훈은 2라운드에서 다시 5언더파를 몰아쳐 마츠야마 히데키와 공동 선두에 올랐고 3라운드에선 드디어 중간 합계 16언더파로 2위 마틴 레어드에 한 타 앞선 단독선수로 우뚝 섰다.

마지막 4 라운드를 맞은 안병훈은 전반까지 3타 차이 간격을 벌리며 순항하는 듯 했다. 그러나 후반 들어 허무하게 타수를 잃으며 떼 지어 따라붙는 추격자들에게 길을 비켜주고 최종합계 14언더파로 6위로 밀려났다.
4라운드 전반을 끝낼 때만 해도 안병훈은 PGA투어 사상 최강의 일본선수로 인정받고 있는 마츠야마 히데키와 대적할 수 있는 한국 최강의 대항마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일본에 마츠야마 히데키가 있다면 한국에는 안병훈이 있다’는 헤드라인이 골프전문지를 장식하리라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안병훈은 대망의 PGA투어 첫 우승을 눈앞에 두고 추격자들이 자신을 밟고 추월하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곰곰이 안병훈의 패인이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기량 면에서 4라운드 전반까지 안병훈은 TPC 스코츠데일 골프코스에 집결한 골프스타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마츠야마 히데키를 비롯해 웹 심슨, 루이 우스투이젠, 리키 파울러, 마틴 레어드, 조던 스피스, 맷 쿠차, 잭 존슨, 필 미켈슨 등 내로라는 PGA투어 스타들을 아래에 두고 리더보드 맨 꼭대기를 지키나갔던 그는 결코 PGA투어 경험이 일천한 선수 같지 않았다.

186cm에 96kg의 당당한 체구는 마츠야마 히데키(180cm, 82kg)를 압도했다.

드라이브샷 정확도(안 38.39%, 마츠야마 68.72%), 그린 적중률(안 70.83%, 마츠야마 77.78%)에선 확실히 히데키에게 밀린다. 샌드세이브 확률(안 80.00%, 마츠야마 68.75%)은 안병훈이 앞서고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안 311야드, 마츠야마 305야드)도 통계상으로는 안병훈이 멀리 치는 것으로 나와 있지만 마츠야마 히데키도 작정하고 드라이브샷을 날릴 땐 350야드를 훌쩍 넘어 안병훈이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안병훈은 정교한 어프로치샷과 실수가 별로 없는 벙커 샷, 침착한 퍼팅으로 자신의 리듬대로 경기를 펼쳤다.

후반 들어 사정이 돌변했다. 두 홀 연속 보기를 범하면서 지금껏 견고하게 유지해온 자신의 리듬을 잃은 안병훈은 추격자들이 자신을 추월해 리더보드 상단으로 치닫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의 추격자들은 그의 앞에서 경기를 했지만 뒤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입장인 안병훈의 마음은 요동치는 모습이 역력했다. 추격자들에게 쫓기는 선두주자의 중압감을 견뎌내지 못하는 듯 했다.
3타 차이로 앞서 가다 한 타 한 타 줄여오는 추격자들의 거친 숨소리, 이를 지켜보는 갤러리들의 웅성거림에 안병훈은 낯빛이 변하고 샷이 흔들렸다. 앞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불안한 선두주자의 조바심과 압박감이 결국 그의 경기 리듬을 무너뜨린 셈이었다.

우승은 4차전까지 연장전 끝에 웹 심슨을 물리친 마츠야마 히데키가 차지하고 안병훈은 3타를 잃고 6위에 내려앉았다.
 
2009년 US 아마추어 선수권대회에 우승할 정도의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었고 2015년 유러피언투어 BMW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지난해 PGA투어에 무대를 옮겨 6월 취리히클래식 대회 2위에 오른 경력이 있지만 기라성 같은 PGA투어 스타들의 집요한 추격에 스스로 무너지고 만 것이다. 한마디로 안병훈은 마지막 라운드 후반전에서 자신에게 졌다. 스스로 중압감에 짓눌려 평정심을 잃고 평소의 경기리듬을 놓쳤다.

비록 PGA투어 첫 우승컵을 놓친 것은 아쉽지만 머지않아 안병훈이 PGA투어 최강자 중 한 명으로 부상한 마츠야마 히데키와 대적할 수 있는 한국의 대표골퍼로 거듭 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시켜주었다는 점에서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의 뼈아픈 경험은 그에게 귀한 교훈을 안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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