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의 터키 여자 프로배구 리그에서 활약하는 김연경선수(28). 사진출처=김연경의 인스타그램
[골프한국] 세계 최고 수준의 터키 여자 프로배구 리그에서 활약하는 김연경선수(28)는 경이(驚異) 자체다. 그의 경기를 보고 있노라면 스포츠가 안겨주는 최고의 열락(悅樂)에 다다르게 된다. 아니 스포츠를 초월한 전혀 다른 경지를 경험하게 된다.

김연경은 단순히 탁월한 배구선수, 보기 드문 스포츠우먼이 아니다. 그가 활약하는 무대가 배구일 뿐 그가 뿜어내는 아우라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김연경은 지난 18일 열린 터키컵 결승에서 바크프방크 팀을 누르고 소속팀 페네르바체에 우승컵을 안겨주었다.

192cm의 탁월한 신체조건, 시원시원한 외모,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 팀 동료들과 일체가 되어 격려하고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그의 열정은 보는 이를 감동케 하기에 충분하다. 코트 위에서 자신의 역할을 극대화하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열정과 함께 팀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는 모습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열락이 어떤 것인가를 감동스럽게 보여준다.

그를 두고 ‘100년에 한 명 나올까말까 한 선수’라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내 생각엔 김연경 같은 선수를 다시 만날 기회는 영원히 없을 것 같다. 김연경으로 인해 터키 여자배구 리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로 도약했고 그의 인기는 터키는 물론 유럽 전체를 휩쓸고 있다.

김연경이 배구 팬은 물론 그의 경기를 한번이라도 구경한 사람들에게 쉽게 지워지지 않을 감동을 안겨주는 것은 그의 탁월한 신체조건이나 경기능력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그의 신체조건이나 경기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김연경의 진정한 우월성은 개인의 신체조건이나 경기능력 밖에 존재한다.

김연경은 스스로 최선을 다하지만 자신이 만들어낸 최선의 결과를 결코 내세우지 않고 팀의 몫으로 돌릴 줄 안다. 자신의 존재의미가 팀에 있다는 사실을 행동으로 실천한다.
자신 혹은 팀의 다른 선수의 공격이 성공했을 때, 상대팀의 공격을 막지 못해 실점했을 때 김연경이 펼치는 퍼포먼스는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웅변처럼 보여준다.

공격에 성공한 선수에 다가가 포옹하고 주변 선수들과 신체적 접촉을 하며 고함을 지르는 모습에서 긍정의 기운을 팀 전체로 확산하려는 그의 지도자다운 면모를 보게 된다. 공격이나 수비에 실패했을 때 역시 그는 동료선수들과 신체적 언어적 접촉을 하며 실패한 선수를 격려하며 부정적 기운을 털어내고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터키나 유럽의 팬들이 김연경에 그토록 열광하는 것은 그의 탁월한 신체조건이나 경기력에 못지않게 팀 전체를 생각하며 플레이하는 대승적 희생적 자세가 아닐까 여겨진다.

김연경을 지켜보며 불현 듯 NBA의 살아있는 전설 마이클 조던을 떠올렸다.

지금은 나이 53세의 장년이지만 120년 농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라는 평가엔 이론의 여지가 없다. NBA에는 수많은 전설적 스타들이 명멸했지만 그를 뛰어넘는 선수는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시카고 불스 소속으로 활약할 때 TV를 통해 중계되는 그의 플레이는 세계 농구팬은 물론 농구 문외한들까지 넋을 잃게 만들었다.

신장 198cm의 천부적 신체에서 발현된 그의 탁월한 유연성과 점프력, 예측을 불허하는 움직임은 상대 선수들을 슬로비디오 속의 군상으로 굳게 했다. 
신이 내린 완벽한 몸매, 어떤 어려운 동작도 가능한 유연성, 조각처럼 잘 생긴 얼굴, 체념이나 포기를 모르는 불굴의 투혼, 팀 동료들을 배려하며 팀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줄 아는 타고난 리더십 등에서 누구도 그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의 플레이를 보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인류를 대표하는 DNA를 타임캡슐에 보존해야 한다면 바로 마이클 조던이 최적이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배구 여제(女帝)’ 김연경 역시 마이클 조던과 함께 타임캡슐에 DNA를 보존해야 할 대표적 인류의 자산임을 절감한다.

김연경 선수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왜 우리나라엔 저런 선수를 닮은 지도자가 없을까 자문해봤다. 자신의 타고난 신체조건과 소질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려 팀이 승리하는데 주역를 맡는 한편 공격이 성공했을 땐 뜨거운 환호로 해당선수를 격려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득점에 실패했을 때도 해당선수를 찾아가 어깨를 감싸며 용기를 주고 코트의 선수들과 손을 부딪치며 투혼을 불태우는 김연경을 닮은 지도자는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는다.

마이클 조던이나 김연경까지 갈 것도 없다. 보통의 스포츠 스타를 닮은 지도자도 찾기 어려운 게 우리의 현실이다. 정해진 경기규칙을 지키고, 규칙을 위반했을 때 가해지는 벌칙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경기가 끝난 뒤 승패를 떠나 우의를 다질 줄 아는 스포츠 선수들이야말로 정치 지도자들이 본받아야 할 모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심판이 없는 골프는 정치 지도자들이 익혀야 할 최고 덕목의 스포츠가 되어야 마땅하다.

골프 경기에선 참가자 스스로가 심판관이다. 부정을 저지르고 싶은 유혹이 굴뚝같지만 그 유혹에 넘어가는 순간 동반자로부터 모멸의 대상으로 추락하고 만다. 감독관이 없어도 스스로 정해질 룰을 철저하게 지키며 상대방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배려하며 경기하는 자세야말로 정치 지도자들이 갖춰야 할 덕목일 텐데 골프가 더 큰 부정을 주고받는 무대로 인식되는 현실에 가슴이 답답하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저작권자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