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23)이 2016 KLPGA 대상 시상식 무대에 참석했을 때 모습이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골프한국] 박성현(23)에겐 유난히 20~30대의 열광적인 여성 팬이 많다. 남성을 방불케 하는 호쾌한 샷과 미소년을 연상시키는 깨끗한 외모가 젊은 여성 팬을 모으는 요소인 것 같다. 팬클럽 회원이 아니더라도 보통 골프팬들이 갖고 있는 박성현의 이미지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박성현이 1년에 한두 번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골프팬들을 놀라게 한다. 그 무대는 KLPGA 연말 시상식 또는 팬클럽 모임인데 이런 자리에서 박성현을 보고 나면 골수팬이 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이달 초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KLPGA 시상식 무대에 나타난 박성현의 모습은 TV 중계방송에서 보던 박성현이 아니었다. 머리는 예전대로 짧은 커트였지만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화려한 드레스에 감싸인 박성현은 영화배우를 방불케 하는 아우라를 발산했다. 짧은 커트머리에 바지차림의 박성현과 연결시키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중계방송에서 자주 대하는, 모자를 깊이 눌러 써 작고 앳된 얼굴을 살짝 숨긴 모습도 독특한 개성과 매력을 풍기지만 소년의 싱그러움과 여인의 향기로움이 어우러진 드레스 차림의 박성현은 같은 또래의 여성이 주변에 서기를 꺼릴만했다.

그동안 TV 중계방송을 통해 박성현을 응원해온 골프팬이나 현장의 갤러리들에겐 이런 박성현의 매력을 확인할 기회가 별로 없었을 것이다. 1년에 한두 번 있는 특별한 행사가 아니고서는 구경할 수 없는 모습인데, 그것도 극히 제한적인 사람들만 참석할 수 있는 탓에 박성현의 매력을 널리 알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고 보면 박성현는 두 가지 스토리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길고 날카로운 샷과 바지차림의 보이시(boyish)한 외모, 기록으로 입증된 승전보가 이미 알려진 ‘오픈 스토리’라면 모자의 그늘에서 드러난 선함이 넘치는 눈매, 이 눈매가 만들어내는 은근한 미소, 알려진 것과는 다른 소탈한 성격, 드레스가 어울리는 숨은 매력은 ‘비하인드 스토리’다.

경기력 면에서 박성현에게 의구심을 갖는 골프팬은 없을 것이다. 비록 올해 KLPGA 대상은 고진영(21)이 차지했지만 다승왕(7승), 상금왕(13억3천만원), 최저타수상(69.64), 베스트플레이어 트로피, 인기상 등 5관왕을 차지해 국내 1인자임을 입증했다. 지난해 7개 LPGA투어 대회에 참가해 68만4천달러의 상금을 획득, 비회원으로서 상금순위 40위 이내에 들어 내년부터 LPGA에서 활약한다. LPGA투어 대회 우승이나 Q스쿨을 거치지 않고 비회원으로서 40위 이내 상금을 쌓아 LPGA투어에 입성한 예는 박성현이 처음이다.

최근 세계여자 골프랭킹에서도 박인비를 11위로 밀어내고 10위로 올라 박성현에게 LPGA투어는 레드 카펫이 깔린 길이나 진배없어 보인다.

그러나 박성현의 비하인드 스토리 중엔 극복하고 버려야 할 요소도 없지 않다. 어릴 때부터 몸에 밴 쇼트커트 머리와 바지차림,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이나 생소함, 경기를 하지 않을 땐 동료들과 소탈하게 즐겁게 어울리면서도 경기에 들어서면 자신도 모르게 표정의 질감이 건조해지는 것 등은 골프팬의 인기를 받아야 생존할 수 있는 골프선수로서 고집해야 할 요소는 아니다.

익숙한 쇼트커트에 바지차림도 편하겠지만 때때로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변신으로 여성적인 아름다움과 친근미를 드러내는 것도 그를 사랑하고 아끼는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LPGA투어의 유소연, 장하나, 김세영, 전인지 등이나, JLPGA투어의 이보미, 김하늘 같은 선수들이 단시일 내에 많은 팬을 거느리고 미디어로부터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낯설고 물선 외국이라는 이질감, 능숙하지 않은 영어 소통의 두려움을 떨치고 ‘이제부터 LPGA투어가 내 보금자리이고 나의 무대다.’라는 자신감을 가진다면 LPGA투어 1승과 신인상 수상이라는 목표를 초과달성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동안 박성현은 LPGA투어의 방문객 또는 초청객이었지만 내년부터는 LPGA의 회원으로서의 자존감을 갖고 자신의 무대로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최경주가 처음 PGA투어에 뛰어들었을 때 그랬듯 이것저것 눈치 보지 말고 다양한 상황을 재미로 부딪치고 받아들인다면 박세리나 박인비 등 한국 여자골프의 선구자들이 걸어간 길을 박성현이 좇아갈 수 있을 것이다.
/골프한국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저작권자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