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한국] 골프만큼 남을 속이기 쉬운 경기는 없다. 그리고 골프만큼 속인 사실이 드러났을 때 심한 경멸을 받는 경기도 없다.
골프의 발상지인 스코틀랜드에서 ‘법은 악인이 존재한다는 전제아래 만들어지지만 골프의 룰은 고의로 부정을 범하는 플레이어가 없다는 전제아래 만들어졌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골프를 ‘신사의 운동’으로 즐기는 그들로서는 이 말이 설득력을 가질지 모르지만 현대의 골퍼들에게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그만큼 ‘俗人골퍼’들은 기회만 생기면 남의 눈을 속이고 스스로를 속이기도 한다. 적당주의 혹은 무지, 남에게 너무 가혹하게 하지 못하는 문화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라운드 하는 4명 모두 공범이 되어 룰을 어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스포츠의 묘미는 룰에서 생긴다. 룰이 복잡하고 까다로울수록 경기의 재미가 더해지고 싫증도 덜 느끼게 된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골프의 룰은 완벽하게 숙지한 사람을 찾기 어려울 만큼 까다롭고 복잡하다. 제3자가 볼 때 본인의 잘못이 전혀 없는 것 같은데도 벌타가 주어질 정도로 지나치게 융통성이 없는 면이 적지 않지만 골퍼들은 ‘잘못된 룰’을 룰로서 지키고 이를 어겼을 때 가해지는 벌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는 복잡하고 까다롭기 이를 데 없는 골프의 룰이 결국 골프의 묘미를 더해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골프를 고상한 신사들의 운동이라는 전통을 계속 유지할 수 있으려면 이런 룰이 꼭 필요하다는데 동의하기 때문일 것이다.

‘구성(球聖)’으로 불리는 불세출의 아마골퍼 바비 존스나 프로골퍼 톰 카이트, 여성프로골퍼 베스 다니엘 등은 마커나 관객 그 누구도 보지 못했음에도 “어드레스 후 볼이 조금 움직였다.”며 스스로 신고, 자진해서 벌타를 받았다. 골프를 철저하게 신사의 운동으로 인식한 행동이다. 이들에게 골프는 바로 선(善)이다.
제3자가 벌타를 주는 경우도 있었다. 일본의 한 오픈경기에서 무명의 프로가 자기도 동반자도 몰랐는데 TV를 보던 사람이 나중에 17홀 그린에서 그의 볼이 어드레스 후에 움직였다고 경기본부에 알려왔다. 주최 측은 나중에 VCR로 확인한 뒤 이 선수에게 2 벌타를 부과했다.

골프 룰을 철저히 지킨다는 것은 골프의 참된 묘미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룰을 몰래 어기는데서 이상한 쾌감을 얻는 골퍼가 없지 않다. 골프는 악마가 인간을 타락시키기 위해 생각해낸 악마의 게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정의 유혹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솜사탕 같은 목소리로 ‘화이트 크리스마스’등의 노래를 불러 1950~1960년대 미국은 물론 세계여성들의 마음을 녹여주었던 유명한 가수 팻 분이 한 무대에서 노래하기 전에 스피치를 했다. 그는 지독한 골프광이었다고 한다.
“빨리 노래하고 골프장에 가고 싶어 못 견딜 지경입니다. 그런데 작년 가을 나는 골프장에서 굉장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사용하면 18홀 라운드에서 최소 10타쯤 스코어를 줄일 수 있더군요, 그것이 무슨 신무기냐고요?”
팻 분은 관객의 궁금증을 잔뜩 키운 뒤 입을 열었다.
“그것은 고무지우개입니다.”

원래 스코어카드 기입용 연필에는 지우개가 붙어있지 않아 한번 쓰고 나서 고치면 흔적이 남는다. 그러나 지우개로 스코어를 지워 고치면 깨끗하니 누구나 파 이븐도 언더파도 칠 수 있다는 조크다.
골프장의 스코어카드 기입용 연필에 지우개가 붙어있지 않다는 것은 스코어를 고치는 부정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보다 오히려 그런 부정을 저지를 소지가 너무 크므로 아예 스코어를 고치지 못하도록 한 조치일 것이 틀림없다.

골프는 ‘신과 함께 플레이하는 게임’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는 성인의 경우이고 우리 속인에게 골프라는 공치기놀이는 ‘마귀와 함께 하는 게임’ 같다.
‘진화론’으로 유명한 영국의 찰스 다아윈의 손자로 캠브리지대 법과대학을 나와 변호사생활을 하면서 골프를 더 즐기고 급기야 변호사생활을 청산하고 신문에 골프칼럼을 쓸 정도의 골프광이었던 버나드 다윈은 이런 명언을 남겼다.
“골프만큼 플레이어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 것이 없다. 그것도 골프에서는 최선과 최악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프로골퍼 데이브 힐은 “골프는 이 세상에서 플레이하기에 가장 어렵고 속이기에 가장 쉬운 게임이다.”고 말했다.
골프사 연구가 밀튼 그로스는 “골프는 사람을 변하게 한다. 정직한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박애주의자를 사기꾼으로, 용감한 사람을 겁쟁이로, 모든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고 골프의 특성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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