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야 주타누간, 펑샨샨, 리디아 고. ⓒ골프한국
[골프한국] 파동(波動 ; undulation, fluctuation, wave)은 우주의 호흡이다.

소리와 빛, 원자구성 입자 등의 운동은 모두 파동성을 보인다. 쉽게 말해 우주 만물이 파동 속에 존재한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바람이 넘실거리고 물결이 출렁이듯, 우리 몸의 맥박과 호흡이 일정한 주기를 보이듯, 4계절이 순환하듯 모든 물질과 현상은 다양한 형태의 파동을 그리며 생멸한다. 때때로 주변 상황에 따라 회절(回折)과 간섭(干涉)으로 파동이 부분적으로 변형될 뿐이다.

중국의 펑샨샨(27)이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태국의 아리야 주타누간(20)이 리디아 고(19)가 누리던 골프여왕의 옥좌를 넘보고 있다. 리디아 고는 물론 틴에이저의 기수 브룩 핸더스(19)은 상승기류를 놓쳐 당황하고 있는 모습이다.

펑샨샨은 지난달 30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사임 다비 LPGA 말레이시아를 제패한 데 이어 일본에서 열린 LPGA투어 토토 재팬클래식에서 우승하며 리우 올림픽 동메달 획득 이후 가파른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지난 5월 요코하마 타이어 클래식에서 LPGA 투어 첫 우승컵을 안은 뒤 킹스밀 챔피언십, 볼빅 챔피언십까지 3개 대회 연속 우승에 이어 브리티시 여자오픈과 캐나다 여자오픈마저 챙긴 아리야 주타누간은 리디아 고와 세계 1인자 자리를 놓고 박빙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리디아 고가 '아시안 스윙'의 5차례 대회에서 부진의 늪을 헤맨 반면 아리야 주타누간은 상위권을 유지하며 새로운 여왕의 등극을 바라보고 있다.

현재까지의 성적만 놓고 보면 리디아 고는 세계랭킹 1위만 지키고 있을 뿐, 상금 순위, 올해의 선수 포인트, 두둑한 상금이 주어지는 CME글로브 포인트에서 아리야 주타누간에게 1위 자리를 내 주었다.

평균타수 부문에선 리디아 고가 69.611타로 선두지만 2위 전인지(22)가 69.632타로 추격 중이고 뒤에 장하나(69.848타), 펑샨샨(69.922타), 아리야 주타누간(69.923타) 등이 뒤쫓고 있다.

남은 대회는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과 CME글로브 투어챔피언십 등 단 2개. 리디아 고는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불참을 밝혀 CME글로브 투어챔피언십에서 주타누간을 압도하는 성적을 내야 1위 탈환이 가능한데 최근 캐디를 교체한 그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처럼 대비되는 선수들의 등락을 지켜보면 리디아 고나 브룩스 헨더슨이 조락(早落)의 길로 들어서고 펑샨샨이나 아리야 주타누간이 전성기를 맞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골프라고 파동의 법칙에서 예외일 수 없다. 한 대회에서도 라운드별 부침이 있고 같은 시즌 안에서도 부침을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골프선수로 활동하는 기간은 짧아야 10~20년으로 긴 호흡을 필요로 한다. 한 시즌의 부침은 긴 선수생활을 놓고 보면 출렁이는 물결에 지나지 않는다. 등반가들의 삶이 수많은 산을 오르내림으로 점철되듯, 골프선수들의 삶 역시 많은 시즌의 오르내림으로 엮어진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아리야 주타누간이나 펑샨샨은 산을 오르는 중이고, 리디아 고는 하산하며 다음 산의 등반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초조함이 드러나는 리디아 고의 경기 모습을 보며 파동의 철리를 깨달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까닭 없이 성적이 부진하자 캐디까지 갈아치운 그로서는 자칫 파동의 한 부분을 전체로 받아들이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기에 하는 노파심이다. 어디 리디아 고에게만 국한되는 일이랴.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저작권자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