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사용하면서 오류가 발생하는 등 문제가 생기면 리부팅(rebooting)을 하거나 리셋(reset)을 한다.

리부팅은 컴퓨터의 전원을 끄지 않은 상태에서 시스템의 동작을 정지시키고 다시 시동하는 작업으로, 오류로 시스템이 정지하거나 환경이 변경되었을 때 실행하는 방법이다.

리셋은 장치의 일부 또는 시스템 전체를 미리 정해진 원상태로 되돌리는 것으로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켜서 원상태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다.

골프 근육의 기억력은 길어야 3일이라고 한다.

1940~1950년대 미국 골프를 주름잡은 벤 호건이 남긴 명언인 “하루 연습 안하면 내가 알고, 이틀 연습 안하면 갤러리가 안다. 사흘 연습 안하면 세상 모두가 안다.”라는 금언 역시 골프 근육의 망각을 전제로 한 것이다.

상당수 골퍼들이 어느 순간 아무 이유도 없이 골프와 관련된 메모리가 송두리째 지워진 듯한 황당한 상황을 경험했을 것이다. 머리가 하얘지는 순간은 그야말로 느닷없이 찾아온다. 밤새 심혈을 기우려 작업을 해서 컴퓨터에 담아두었는데 이튿날 다시 열어보니 흔적 없이 사라진 것처럼 황당하고 허탈해진다. 


‘골프란 아침에 깨달았다가 저녁이면 까맣게 잊는 운동’이라는 말이 있지만 골프의 깨우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란 불가능하다.

연습이 일과인 톱 클래스의 프로골퍼도 어처구니없이 컷오프 당하듯 안정된 싱글 골퍼들도 90대를 넘나들고 수십 년 보기플레이어를 자부하는 골퍼도 어느 순간 100돌이로 추락하는 게 골프다.

연습장에서 느닷없이 찾아오는 난조로 탄식하며 자학하는 사람들을 자주 목도한다.

그동안 잘 맞던 클럽이 어느 날 갑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며 단숨에 이를 치료해 옛날로 돌아가겠다는 심사로 거친 숨을 몰아쉰다. 한두 시간 문제가 되는 한 클럽을 쥐고 뿌리를 뽑겠다고 씨름한다.

결과는 물으나 마나다. 매달릴수록 더 꼬이고 흐트러진다. 심리적 초조감과 낭패감이 더해져 난조의 도를 더해갈 뿐이다.

이럴 때 나는 “제대로 안 맞을 땐 그 클럽하고 씨름하지 마시고 잘 맞는 클럽으로 연습하세요.”하고 충고한다.

갑자기 잘 맞던 드라이브샷에 이상이 생겼다고 당장 고치겠다며 한꺼번에 서너 박스를 두들겨대지만 대부분은 악순환이 되풀이되거나 악화되기 일쑤다.

이때 필요한 것이 컴퓨터 사용하면서 즐겨 쓰는 리부팅이나 리셋이다.

독서를 하다가도 집중이 안 되고 머리에 들어오지 않으면 일단 책을 덮고 머리를 가볍게 하면 효과가 있듯 골프에서도 뭔가가 심하게 꼬였다 싶으면 잠시 그 챕터를 덮어둘 필요가 있다.

리부팅이나 리셋으로 오류가 생긴 컴퓨터가 정상으로 돌아오듯 골프 클럽도 오늘 안 맞다가도 내일 잡으면 다시 감각이 되살아나며 정상으로 돌아온다. 안 맞는 클럽으로 계속 씨름하면 할수록 사소한 이상이 고질병이 되기 쉽다. 스스로 징크스를 만드는 격이다 다름없다.

연습에 꾸준한 사람이라면 웬만한 문제는 리부팅이나 리셋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그래도 문제가 지속된다면 컴퓨터 프로그램 자체를 다시 깔 듯 스윙 교정 또는 클럽 교체를 생각해볼 일이다.

대통령과 최순실이 뒤얽힌 요지경을 보며 리부팅이나 리셋, 프로그램 교체가 필요한 곳이 한두 곳이 아님을 절감한다. 방민준(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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