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한국] LPGA투어가 다시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드는 느낌이다. 

1차 춘추전국시대를 미국이 주도하던 세계 여자골프계에 한국 또는 한국계 선수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일어난 2010년대 이후의 지각변동을 일컫는다면 이번 2차 춘추전국시대는 태극낭자들의 성공적인 LPGA 진입에 자극받은 아시아와 유럽의 골프 변방국들의 거센 도전으로 촉발되었다. 

2차 춘추전국시대 도화선에 불을 붙인 주인공은 태국의 아리야 주타누간이다. 아리아 주타누간은 데뷔 2년차에 3연승에 이어 메이저대회인 리코 브리티시여자오픈과 캐나디언퍼시픽 여자오픈 우승 등 5승을 거두며 한국선수를 제치고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의 왕좌를 노리는 위치에 오르면서 태극낭자들이 주도하던 LPGA투어를 뒤흔들고 있다. 

이미 2~3년 전부터 이들 아시아와 유럽의 골프 변방국 선수들은 LPGA투어에 뛰어들었지만 뚜렷한 활약을 펼치지 못하다 아리야 주타누간의 성공에 자극받아 선두그룹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지난 1~4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케임브리지의 휘슬 베어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투어 매뉴라이프 클래식은 근래 보기 드문 지구촌 여자골프대회였다. 얼핏 월드컵 골프대회를 떠올릴 정도로 참가국가나 참가선수들이 다양했다. 

보통 LPGA투어는 미국선수들과 한국 일본 중국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소수의 유럽선수와 동남아 선수들이 양념 격으로 참가했는데 이번엔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의 기세가 드세었고 유럽의 골프 변방국에서도 소수정예의 선수들이 참가했다. 

이 대회에 참가한 한국 또는 한국계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매뉴라이프 클래식은 아리야 주타누간의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라운드 내내 이미향, 김효주, 최운정, 전인지, 허미정, 류소연을 비롯해 한국계인 리디아 고, 이민지 등이 아리야 주타누간을 견제하며 성공적으로 선두경쟁을 펼쳐나갔다. 

우승자가 한국선수냐 한국계 교포선수냐가 관심이 대상이었다. 

그러나 우승컵은 독일의 캐롤리네 마손(27)이 차지했다. 태극낭자들이 아리야 주타누간을 견제하다 마손에게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안긴 셈이었다. 

사실 객관적인 데이터를 놓고 보면 마손은 태극낭자들의 적수가 못되었다. 2010년 유럽여자골프투어(LET)에 등단한 마손은 2012년 LET 남아프리카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것이 고작이다. 유럽지역에서 열리는 LPGA투어를 제외하곤 LPGA투어도 거의 참가한 경력이 없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마손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임했는지 게임이 잘 풀렸다. 아무도 신경을 기울이지도 않아 그는 부담없이 자기 플레이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한국 골프팬들의 눈엔 이번 대회의 화제는 캐롤리네 마손의 우승이 아니라 태국 선수들의 할거(割據)였다. 

우리 귀에 익은 주타누간 남매와 포나농 파트룸 외에도 논타야 스리사왕, P.K. 콩크라판 등이 태극낭자들과 어깨를 다투며 선두경쟁을 벌였다. 숫적인 면에서 한국 또는 한국계 선수 다음으로 선두그룹에 많이 포진해있었다. 

아리야 주타누간이 짧은 기간 안에 ‘태국의 박세리’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증거다. 

앞으로 태극낭자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태국낭자’들이 될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태국낭자들의 등장으로 제2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태국낭자들이 지각변동의 선두에 섰다는 의미다.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등이 태국의 뒤를 따르고 있고 스웨덴, 노르웨이, 스페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출신의 골프선수들이 호시탐탐 LPGA를 노리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주니어시절 주타누간 남매를 맥 못추게 했던 양자령(21·미국이름 줄리양)이 10언더파로 공동 22위에 올라 서서히 옛 기량을 회복하며 LPGA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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