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한국]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은 지독한 골프애호가로 소문났었다. 비거리 증대와 스코어 향상에 대한 욕구가 남달랐던 그는 주위에서 권하는 최신형 골프채를 시험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고 프로골퍼와 라운드 하며 지도 받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가 어느 날 당대 최고의 골퍼황제 잭 니클라우스를 안양CC로 초대해 라운드를 했다. 잭 니클라우스의 훌륭한 플레이를 직접 보고 배우며 그로부터 무언가 귀중한 가르침을 얻겠다는 목적이었다.

니클라우스는 정중하고 품위 있게 이병철 회장과 라운드를 했으나 라운드 중 골프와 관련한 일체의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18홀을 벗어나며 이 회장이 어렵게 니클라우스에게 입을 열었다.
“제 골프의 문제가 무엇인가요. 골프를 더 잘 할 수 있으려면 무엇을 고쳐야 하겠습니까?”
그러자 니클라우스는 아주 짧게, 그러나 웃는 얼굴로 말했다.
“헤드 업만 하지 않으면 문제없겠습니다.”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헤드 업(head up)은 영원한 화두이자 천형이다. 클럽이 볼과 접촉하는 순간 머리를 위로 드는 동작인 헤드 업은 골프 트러블의 총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뒷땅, 토핑, 슬라이스, 훅 등이 헤드 업에서 기인한다고 보면 틀림없다.

헤드 업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어드레스 때 취한 자세 그대로 클럽 페이스가 볼을 밀어내도록 놔두면 되는데 실제 상황에선 제대로 구현하기 어렵다. 우선 볼이 잘 맞아 나가는지 확인하려는 조급함 때문에 클럽이 볼과 접촉하기도 전에 상체를 펴며 머리를 목표방향으로 들어 올리게 된다. 또 볼을 더 강하게 쳐내려다 보니 몸통의 회전을 과도하게 하다 어드레스 때 취한 축을 지켜내지 못하고 허리를 펴거나 목표방향으로 머리를 돌리는 바람에 헤드 업이 일어난다.

만병의 근원이나 다름없는 헤드 업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나름의 비술(秘術)을 갖고 있지만 헤드 업은 감기나 몸살처럼 골퍼들을 괴롭힌다. 어떤 이는 왼쪽 골프화 앞 코에 ‘Don't Head Up’이라고 써놓기도 하고 어떤 이는 어드레스 때 ‘쳐천정배’라는 주문을 외우기도 한다. 머리를 쳐박고, 천천히 백스윙을 해서, 톱 스윙에서 잠시 정지했다가, 배를 목표방향으로 내밀어 파워를 내는 동작을 묶은 주문이다.

나는 초보시절 헤드 업을 막기 위해 낚싯바늘을 코에 끼우고 낚싯줄을 지면에 고정시킨 채 스윙한다는 이미지를 갖고 연습했었다. 헤드 업을 하면 낚싯바늘에 꿰인 코가 찢어질 테니 헤드 업을 하지 않겠지 하는 기대에서였는데 효과를 본 기억이 난다.
볼이 클럽 페이스에 맞아나가는 순간까지 눈을 볼에 고정시키는 것 또한 헤드 업 방지의 한 방법이다. 볼이 사라질 때까지 다운스윙 중에도 특정한 딤플에서 눈을 떼지 않는 방법도 효과가 있다.

최근 우연히 ‘백구과극(白駒過隙)’이란 고사성어를 접하곤 헤드 업 방지와 왼쪽 벽 구축 효과를 단단히 보고 있어 독자에게 전하고 싶다.
『장자(莊子)』의 ‘지북유(知北遊)’편에 실려 있는 ‘백구과극’은 ‘흰 망아지가 문틈으로 지나가는 것처럼 세월이 쏜살같이 빨리 지나간다.’는 뜻이다.

골프를 좋아한 나머지 무엇을 보거나 들으면 골프와 연결시키는 버릇이 있는데 ‘백구과극’을 접하는 순간 못된 버릇이 발동했다. 앞에 놓인 볼을 기준으로 가상의 문틈을 만들어 그 문틈 바깥에 볼이 놓인 것으로 상상했다. 그럼 볼의 지름만한 문틈 사이로 클럽이 지나갈 것인데, 볼을 쳐내야 하는 클럽은 흰 망아지인 셈이다. 흰 망아지, 즉 클럽이 이 문틈을 지나며 볼을 맞히는 그 짧은 순간을 놓치지 말고 지켜보면 헤드 업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이런 이미지를 갖고 연습을 해봤더니 의외로 효과가 탁월했다. 클럽이 문틈으로 지나는 것을 확인하려면 헤드 업을 하지 않음은 물론 상체도 목표방향으로 돌려서도 안 되므로 저절로 왼쪽에 견고한 벽을 구축하는 효과도 나타났다.

헤드 업 문제로 가슴앓이를 하는 골프 애호가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털어놓지만 어디까지나 내 경우이니 감안하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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