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한국] 40대의 중년 남자가 열심히 골프 연습을 하고 있었다. 스윙 자체는 교과서와는 동떨어진 것이었으나 연습에 몰두하는 모습은 매우 진지했다.

마침 연습을 끝내고 골프백을 챙겨 자리를 뜨던 비슷한 또래의 한 사내가 중년 남자의 스윙을 보곤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지켜보았다. 중년 남자는 백스윙 할 때 왼팔이 심하게 굽어 있었고 팔로우 스윙을 할 때도 왼팔을 목표방향으로 내던지지 못했다. 백스윙 때 팔꿈치는 거의 90도 가까이 꺾여 있었다. 객관적으로 봐서 기괴함에 가까운 스윙이었다.

이런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 사내는 걸음을 옮기려다 멈춰 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엄청 열심이신데 그렇게 왼팔을 구부려서는 절대 골프가 늘지 않습니다. 가능한 한 왼팔을 쭉 펴는 습관을 익히도록 하시면 골프가 달라질 겁니다.”
그러면서 왼팔을 들어 편 상태에서 백스윙을 하고 다운스윙을 거쳐 편 상태로 앞으로 내던지는 자세를 해보였다.
그러자 중년 남자는 불쾌감을 용케 참으며 반응을 보였다.
“저라고 왜 팔을 펴고 싶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말하는 중년 남자는 애써 짜증스러움을 감추는 기색이 역연했다.

지나던 사내는 이런 묘한 감정 변화를 읽지 못하고 말을 이었다.
“알고 계시니까 더 신경 쓰셔야죠. 기계적으로 볼만 쳐내서는 골프가 변하지 않습니다.”
인내심이 한계에 이른 중년 남자가 타석으로 돌아가며 입을 열었다.
“교통사고를 당해 팔을 펼 수 없어 어쩔 수 없습니다.”
“어이쿠, 실례했습니다. 전 그것도 모르고….”
타석으로 되돌아가는 중년 남자를 향해 사내는 허리를 굽혔다. 
“그런데도 그렇게 스윙을 하실 수 있다니 대단하십니다.”
그는 꾸벅 인사를 하곤 골프백을 챙겨 총총히 사라졌다.
한 친구가 골프연습장에서 직접 목격했다며 전해준 에피소드다.

골프연습장이나 골프코스에서 유난히 남의 잘못된 스윙을 보고는 못 참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친구 사이나 가족 또는 선후배 사이에는 서로 지적을 하고 시범을 보이는 경우는 자연스럽고 이해가 된다.
그러나 낯선 사람에게 잘못된 스윙이나 습관을 지적하며 가르치려 드는 경우 불쾌감을 주기 쉽다. 이런 행동은 간단한 팁이나 지적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고맙기 그지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불쾌감을 넘어 시비를 일으킬 수도 있다. 

‘먼 옛날 프로메테우스가 사람을 만들면서 자루 두 개를 어깨에 매달도록 했다. 자루 하나에는 타인의 결점을 넣어 사람의 앞쪽에 걸었고, 다른 하나에는 자신의 결점을 넣어 뒤쪽에 매달았다. 그 결과 사람들은 남들의 결점이 든 자루는 잘 보지만, 자신의 결점이 든 자루는 보지 못하게 되었다.’는 『이솝우화』의 일화나, ‘왜 너희는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느냐.’(『마태복음』7장3절)고 일갈한 예수의 말씀, ‘남의 허물 보기는 쉽지만 제 허물은 보기 어렵다. 남의 허물은 쭉지처럼 까불어 흩어버리면서 제 허물은 투전꾼이 주사위 눈 속이듯 감춘다.’ (『법구경』 중에서)는 붓다의 말씀을 보면 남의 허물이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예부터 버리기 힘든 인간의 성정이란 생각이 든다.

실제로 남 가르치기 좋아하는 ‘나그네 코치들’ 중엔 남의 잘못을 지적은 하면서도 자신은 제대로 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엉망인 경우가 적지 않다. 자신은 제대로 구현할 수 없지만 논리적으로 이해한 원리를 전해주는 것이니 선의로 받아들일 수도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구력이 오래 된 사람일수록 남의 스윙에 참견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은 나이 들어 제대로 못하지만 왕년에 싱글골퍼로 날릴 때 배우고 익힌 지식을 전해주고 싶은 선의에서 기인한 것이지만 당장 자신은 구현하지 못하는 것을 남에게 하라고 하니 거부감을 일으키기 십상이다. 

상대의 수준이 어떠하든 지적을 고맙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고 개선하려는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골퍼들은 정말 자기보다 고수가 아니면 가르침을 수용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으니 입이 근질거리는 ‘나그네 코치’들은 조심할지어다. 그러나 솔직히 자신의 단점을 털어놓고 정중히 지도를 자청하는 사람들에겐 성의를 베풀 줄 아는 도량 역시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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