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한국] 남녀노소 구별 없이, 걸을 수만 있다면 평생 즐길 수 있는 골프에서 최고의 덕목은 과연 무엇일까?

타고난 신체조건, 제대로 익힌 스윙, 꾸준한 연습, 골프를 즐길 줄 아는 마음가짐 등이 언뜻 떠오르지만 최고의 덕목에 올려놓기엔 무언가 아쉽다. 구력 30년에 이르러 노장 소리를 듣는 이즈음 스스로 수긍할 수 있다면 그게 최고의 덕목일 수 있겠는데 최근, 아니 오늘 오전 바로 그것과 만났다.

며칠 전 동네 나들이를 하면서 길가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일을 보고는 차는 놓아둔 채 집으로 걸어오다 주머니에서 철렁거리는 자동차 키를 알아채곤 차를 두고 온 것을 깨달았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긴 했는데 버튼을 1층이 아닌 지하1층을 누르곤 쓰레기통을 자동차 트렁크에 실었다. 운전석에 올라타 시동을 걸고는 어디 가려고 내려왔지 생각하고서야 아차 했다.

오늘 아침 골프연습장에 갔는데 연배가 한참 위인 지인이 부르더니 백스윙 자세를 봐달라고 했다. 귀에 굳은살이 배기도록 들려준 지침이었지만 다시 간단히 설명해주니 “아 그렇지!”하며 굳은 얼굴이 풀렸다.
내 자리로 돌아오면서 ‘만약 필드에서 저런 현상이 일어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가 하얘지는 현상을 맞거나 자신이 왜 무너지는 줄도 모르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나이와 함께 진행되는 건망증이나 가벼운 치매증상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일상생활에 약간의 불편을 주기는 하지만 결정적 피해를 주지 않기에 자신을 돌아보는 신호로 여겨왔다.
그러나 이런 증상이 필드에서 일어난다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골프치매 자가진단법이 나돌 정도이니 많은 골퍼들이 건망증이니 가벼운 치매증상을 갖고 있음이 틀림없는 것 같다.

골프치매 초기 증세로는 ▲그늘집에 모자를 놓고 나온다 ▲화장실의 남녀 구별을 실수한다 ▲라커 번호를 까먹는다 ▲타순을 잊는다 ▲타수를 기억하지 못한다 ▲파3홀에서 드라이버를 잡는다 ▲다른 사람의 가방에서 클럽을 꺼낸다 등이 꼽힌다.
중기 증세로는 ▲회원이면서 비회원 란에 이름을 쓰고 ▲그늘집에서 오리알을 달걀이라고 우기고 ▲주중에 라운드 하면서 ‘주말날씨 좋다!’고 말하고 ▲목욕하고 나서 두발용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정말 발에 바르고 ▲다른 사람 팬티를 입고 나오는가 하면 ▲분실물 보관함에 있는 명품시계를 보고 ‘가격이 얼마냐’고는 묻는 행동 등이 거론된다.
▲깃대를 들고 다음 홀로 이동하고 ▲캐디 보고 ‘여보’하고 부르고 ▲골프 치고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언니’라고 부르거나 ▲손에 공을 들고 캐디에게 공을 달라고 말하고 ▲카트를 타고 가면서 라디오 틀어달라고 하는가 하면 ▲벙커 샷을 하고 난 뒤 고무래를 들고 나오고 ▲목욕탕 안에서 그날 동반자를 보고 ‘오랜만이네’하고 인사하며 ▲다른 단체 행사장에 앉아 박수를 치는 행위 등이 말기 증세로 알려져 있다.

가볍게 웃어넘길 수도 있는 사례들이지만 정작 자신에게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거의 치명적이다. 티 박스에선 분명 목표지점을 잘 정했는데 정작 어드레스를 할 때는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거나 해저드나 벙커를 피하겠다고 생각해놓고 볼을 칠 때는 해저드나 벙커를 잊고, 오르막이니 한 클럽 더 잡아야지 생각해놓고는 다른 클럽을 뽑거나, 9번을 뽑는다는 것이 6번을 뽑는다면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특히 수수께끼를 풀 듯 접근해야 하는 그린 위에서 이런 현상은 더 자주 일어난다. 먼발치에서부터 그린의 생김새를 읽고 그린에 올라와 볼과 홀과의 거리를 걸음으로 재고, 열심히 잔디 결을 읽고, 볼이 굴러갈 경사와 휘어짐 정도 등을 나름 파악해놓고선 퍼팅을 할 땐 싹 잊어버리고 ‘바보처럼’ 볼을 때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이런 건망증 치매증상은 바로 집중력의 결여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골프코스에서 지나친 웃음과 농담이 금물이 까닭 역시 집중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내 주머니에 든 너댓 벌의 볼트와 너트가 남김없이 제 자리를 찾기 전까지는 결코 집중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골프에서 최고의 덕목은 집중력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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