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타일의 골프를 하고 있습니까? 그림제공=방민준
[골프한국] 에드 퍼골(Ed Furgol)은 어린 시절 사고로 왼팔을 크게 다쳐 평생 왼팔을 45도 이상 펼 수 없었다. 골프를 잘 하려면 왼팔이 곧고 부드러워야 하는 것은 당연한데 그는 왼팔을 곧게 펼 수 없는 치명적인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숱한 비웃음을 사면서도 골프선수가 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온갖 수모와 경멸을 받으며 자기에게 맞는 나름대로의 효과적인 스윙을 개발하는데 골몰한 끝에 그는 1945년 US오픈에서 우승했고 그해 미국 PGA에 의해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었다. 1955년 월드컵에서는 개인 타이틀을 차지하는 활약을 보이면서 미국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데 큰 공을 세웠다.

“불편한 왼팔로 어떻게 그렇게 골프를 잘 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그는 늘 빙긋이 웃으며 대답했다.
“골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스포츠입니다. 어떻게 즐기며 노력하느냐가 문제일 뿐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교과서와는 거리가 먼 스윙을 가진 아마추어 골퍼가 의외로 많다. 연습장에 가 보면 모두가 나름대로 스윙을 개선하겠다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지만 “맞아! 저런 스윙을 배워야 돼.”하고 탄성을 지를 만한 스윙을 하는 사람은 10명에 한두 명 찾기도 어렵다.
그럼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가 엉터리란 말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모두가 자신의 교과서를 갖고 있다. 골프를 생업으로 삼은 사람들은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이상적인 스윙을 익히려고 목숨을 걸다시피 하지만 생업을 따로 하면서 취미로 골프를 즐기는 아마추어는 그럴 수 없다.

프로가 익혀야 할 스윙이 따로 있고 아마추어가 익혀야 할 스윙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아마추어들 역시 프로가 익힌 스윙, 익히려고 하는 스윙을 전범으로 삼아 없는 짬을 내 땀을 흘린다. 아마추어들이 스윙을 익히는 기간은 거의 무기한이다. 프로들은 익힌 감이 사라지지 않도록 대회가 없는 기간 내내 하루에 서너 시간 이상 골프채를 휘두르고 아마추어들은 퇴근 후, 또는 토요일이나 일요일 연습장을 찾아 손에 잡힐 듯 말 듯 하는 골프의 감을 움켜쥐기 위해 땀을 흘린다. 

산꼭대기에 바위를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의 형벌을 물려받은 듯 이상적으로 여기는 스윙을 익히기 위해 밀려드는 절망과 후회를 견디며 골프채를 잡는다. 그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과 열정을 쏟으며 자기 딴에는 이상적인 스윙을 익힌다고 매달렸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스윙은 당초 의도와는 다른 괴물로 변해버리기 일쑤다.
아쉽게도 이미 굳어버린 스윙을 개조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주위에서 몸이 말을 제대로 안 듣는 나이에도 스윙을 뜯어고치겠다고 덤벼드는 경우를 많이 보았지만 성공한 예는 보지 못했다.

구력 10년이 넘고 나이가 40줄을 넘었다면 그가 터득한 스윙의 DNA는 그의 신체조건, 리듬, 성격 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정작 구력이 오랜 아마추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상적인 스윙을 익히려는 노력이 아니라 자신의 것으로 굳어진 스윙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나의 것’을 더욱 일정하고 정밀하게 구현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신체조건이 불리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스윙 비법을 터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리 탁월한 레슨프로라도 자신이 터득하거나 배우지 못한 스윙을 가르칠 수는 없다. 주변에서 엉성한 폼이나 스윙을 갖고도 얼마든지 골프를 즐기는 경우를 목격한다. 그래서 골프는 평등한 것이다.

나이 60을 넘기면서 골프의 묘미를 깨달은 K씨는 보다 획기적인 스코어 향상을 위해 기본부터 재점검하기로 하고 특별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처음 골프를 배울 때 엉터리로 배워 스윙이 제멋대로인 것이 늘 마음에 걸렸던 그는 “너무 뜯어고치면 위험하다”는 레슨프로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몇 달간 스코어에 신경 쓰지 않을 테니 잘못된 스윙을 완전히 뜯어고쳐 달라”고 요구했다.
두 달간 특별레슨을 받은 K는 새로 익힌 스윙의 실전훈련에 들어갔다. 확실히 스윙은 전보다 부드럽고 아름다웠다. 주변에서도 새 스윙이 굳어지면 좋은 샷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혹독한 구조조정의 결과는 결코 나타나지 않았다.
거의 1년을 스윙 개조에 매달렸던 K씨는 결국 스윙 개조를 포기하고 옛날의 ‘괴이하고 어설픈 스윙’으로 되돌아갔다. 천대했던 자신의 스윙 역시 쉽게 복원되지는 않았지만 누가 뭐래도 나한테 익숙한 스윙이 최고라는 믿음은 더욱 굳어졌다.

‘멋진 스윙’과 ‘나에게 맞는 스윙’은 다르다.
만인이 인정하는 멋진 스윙이라 해도 내가 터득할 수 없는 스윙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내 신체조건에 맞고 내가 쉽게 익힐 수 있는 스윙이야말로 나의 스윙이다.
내가 터득할 수 없는 스윙을 기준으로 삼으면 평생 스윙을 고치다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대신 내 신체조건과 습관에 맞는 스윙을 익힐 수 있다면 얼마든지 골프를 즐길 수 있다. 모두에게 통하는 골프의 철칙이란 없다. 나에게 맞는 스윙을 터득하면 그게 바로 나의 골프 철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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