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리나 매슈(스코틀랜드)가 19일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그레인지 골프클럽 웨스트코스에서 열린 LPGA 투어 호주여자오픈 2라운드에서 공동 선두에 나섰다. 사진은 2014년10월17일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의 모습이다. ⓒ골프한국
[골프한국] 지난 18~21일 호주에서 열린 LPGA투어 시즌 세 번째 대회 ISPS 한다 오주여자오픈을 지켜보는 한국 골프팬들의 관심은 당연히 한국선수 또는 한국계선수가 우승을 이어갈 수 있을까에 모아졌다. 한국선수들의 층이 워낙 두텁고 실력도 상향평준화 된데다 특히 1~2년차 선수들의 기세가 등등해 LPGA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장식할 사건이 터질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

우승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신들린 퍼팅으로 7타나 줄인 일본의 노무라 하루(23)에게 돌아갔다. 리디아 고(18)와 캐리 웹(41) 신지은(24) 등이 분전했지만 노무라의 퍼터를 떠난 볼은 미사일 센서가 달린 듯 멀고도 험한 그린을 굴러 홀컵을 찾아갔다. 그런데 노무라 하루 또한 한국계임이 분명하니 LPGA투어가 시즌 초반 한국인 또는 한국계에 점령당하는 상황은 이어졌다고 봐도 될 것이다.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문민경이란 한국이름도 있는 노무라는 한국에서 중·고교를 다녀 일본말보다 한국말을 더 유창하게 할 정도이고 골프도 외할머니의 권유로 시작했다. 국적은 일본이지만 지난해 KLPGA투어 한화금융클래식에서 우승한 적도 있고 한화의 후원도 받고 있다.

필자 개인으로서는 한국인 또는 한국계의 우승 여부보다는 이번 대회에 출전한 ‘살아있는 전설’들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40~50대의 나이에도 아랑곳없이 딸과 같은 나이의 선수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우승경쟁을 벌이는 ‘전설들’의 모습은 위대했고 경외스럽기까지 했다.

이번 대회 참가자 중 최고령 선수는 영국의 로라 데이비스(52). 1988년에 LPGA투어에 진출한 로라 데이비스는 골프선수로는 부적합해 보이는 체형에도 불구하고 LPGA투어에서 무려 20승을 올렸고 유럽여자골프투어(LET) 등의 승수는 30승이 넘는다. 대회에 따라 기복은 있지만 여전히 장타를 날리며 전 세계 대회를 누빈다. 필요한 점수(27점)에 2점이 모자라 LPG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명예의 전당 헌액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만 46세의 카트리나 매슈(스코틀랜드) 역시 LPGA투어와 LET에 현역선수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선수다. 1995년에 LPGA투어에 데뷔한 그녀는 긴 선수생활에 비해 LPGA투어 우승은 4승밖에 안되지만 2009년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 여자오픈에 우승하는 등 노익장을 자랑하고 있다. 연약해 뵈는 체격에도 안정된 플레이로 참가하는 대회마다 상위권을 오르내린다. 이번에도 1, 2라운드에서 선두권으로 나서며 우승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골프에서 나이는 결코 장벽이 아니다.”는 그녀의 말을 스스로 실천해나가고 있다.

노장은 죽지 않았다는 것을 전범처럼 보여준 선수는 캐리 웹(41)이었다. 20세 전후로 차이 나는 젊은 선수들과 우승 경쟁을 벌이는 캐리 웹은 여전히 ‘전성기’에 있었다. 그로 말하면 당장 은퇴해도 자랑스러울 위대한 업적을 쌓았다. LPGA투어 통산 승수가 무려 41승에 달하고 유럽여자투어, 호주투어, 일본투어까지 포함하면 50승을 훌쩍 넘는다. 이런 찬란한 업적 덕분에 일찌감치 최연소로 LPG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여전히 참가하는 대회마다 우승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에비앙 챔피언십에선 김효주에게 역전패했고 이번에도 리디아 고, 다니엘 강, 노무라 하루 등과 우승경쟁을 벌이다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이 대회에서만 다섯 번이나 우승한 캐리 웹이 여섯 번째 우승을 향해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은 젊은 선수들에게선 발견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선수로서뿐만 아니라 조국 호주의 유망한 후배를 발굴해 지원하는 데에도 적극 나서, 호주 국적의 한국교포 이민지(21) 오수현(19) 등도 그로부터 장학금을 받았던 선수들이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진 않았지만 미국의 줄리 잉스터(55) 역시 살아있는 전설이다. LPGA투어 통산 31승의 줄리 잉스터는 오래 전에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고도 딸 같은 나이의 선수들과 어울려 좋은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골프를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을 직업이자 취미로 선택한 골프선수로서 자신의 육체와 정신이 허락하는 한 골프선수로서의 생활을 지속하려는 이들이야말로 골프팬들이 경배해야 할 대상이 아닐까.

박세리(39)는 이미 올해 중에 은퇴하겠다고 밝혔으니 어쩔 수 없지만 후배 선수 중에서 40대가 넘어서도 현역선수로서 전성기를 구가하는 ‘현역 전설’이 나타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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