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투어 개막전 바하마 클래식 준우승

스테이시 루이스(미국)가 2016시즌 개막전 바하마 LPGA 클래식에서 준우승을 추가했다. 사진은 이번 대회 4라운드에서의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미국 여자골프의 대표주자이자 세계랭킹 3위 스테이시 루이스(30)가 2016 LPGA투어 시즌 개막전부터 준우승의 징크스 덫에 걸렸다.

루이스는 1일(한국시간) 막 내린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에서 김효주(21)에 2타 뒤져 김세영(23), 스웨덴의 안나 노르드크비스트(28)와 함께 공동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우승을 사냥하겠다!”는 표현으로 우승 특히 한국선수 타도를 향한 절치부심의 속내를 드러냈던 스테이시 루이스는 사실 언론의 표현처럼 ‘준우승 전문’은 아니다. 2008년 LPGA투어에 데뷔해 메이저 우승 2회를 포함해 통산 11승을 올렸고 톱10에 들어간 것만도 90회로 이 부문 1위다. 톱10 90회 중에 2위가 19회이니 톱10의 20% 정도다.

그럼에도 그녀에게 ‘준우승 징크스’란 꼬리표가 붙은 것은 그의 우승을 가로막은 선수의 상당수가 한국선수들이어서 국내 언론들이 이런 표현을 즐겨 사용한 탓이 크다. 한국선수에게 약한 모습이 좀 두드러져 보였지만 한국선수만이 그의 우승을 좌절시킨 것은 결코 아니다.

그녀의 마지막 우승인 2014년 월마트 아칸소챔피언십 이후 우승 문턱에서 2위에 머문 대회가 9번이나 되었는데 한국선수에 막혀 우승을 놓친 경우는 다섯 차례(리디아 고를 포함하면 여섯 차례)니 유독 한국선수가 그녀의 우승을 막았다는 인식은 사실과 다르다.

2014년 열린 요코하마 타이어 LPGA 클래식에서는 허미정(27)에 뒤져 2위를 차지했고 푸본 타이완 챔피언십에선 박인비(28)가 앞을 막았다. 2015년 2월에는 태국에서 열린 혼다 LPGA 타일랜드 대회에서 양희영(26)에 밀려 공동 2위를, 3월 열린 JTBC 파운더스컵 대회에서도 김효주(21)에게 우승을 내주고 2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4월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는 3차 연장까지 이어진 접전 끝에 브리트니 린시컴(31)에게 우승을 내줬고 8월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에서는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9)에게, 10월 사임 다비 말레이시아에서는 미국의 제시카 코르다(22)에 밀렸다. 11월 블루베이 LPGA 대회에서는 김세영(23)에 막혀 공동 2위에 머물렀다.

1993년 벳시 킹 이후 처음으로 2014년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왕, 평균 최저타를 친 선수에게 수여하는 베어즈 트로피를 동시에 차지했던 스테이시 루이스가 한국선수만 만나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방송이나 신문 등의 입맛에 맞는 보도관행 탓이 없지 않아 보인다.

우승을 다투는 상대가 한국선수라는 상황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스테이시 루이스 자체를 들여다보면 그녀는 징크스에 발목 잡힌 게 아니라 징크스와 당당히 대결하며 골프선수로서, 인간으로서 최선의 길을 걷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척추가 옆으로 휘는 척추측만증을 앓아온 그녀는 8세 때부터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연습할 때마다 척추보정기를 착용해야 할 정도였다. 고등학생 때 척추에 철심을 넣는 수술을 받았으나 아칸사스대 골프팀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척추보정기를 착용, 불리한 신체조건에도 불구하고 골프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뜨거운가를 짐작할 수 있다.

2014년 JTBC 파운더스 클래식 대회 마지막 라운드 18번 홀에서 보인 그녀의 행동이 한국 골프팬들의 입방아에 오르면서 유독 자신의 우승을 가로막는 한국선수들에 대해 까칠하게 대하고 매너도 별로인 것처럼 알려져 있으나 그와 동반 라운드를 경험한 한국선수들의 말을 빌리면 그녀는 예의 바르고 훌륭한 품성을 지닌 선수다.

17번 홀이 끝난 뒤 스테이시 루이스는 김효주에 1타가 뒤져 18번 홀에서 반드시 버디를 잡아야 연장전에 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효주는 18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을 홀 옆 3m에 떨어뜨려 버디기회를 만들었고 루이스의 두 번째 샷은 홀 뒤 6m까지 지나갔다. 루이스의 버디 퍼트는 홀을 1.5m 지나쳐 김효주의 우승이 확실시 되었다.

이 경우 우승이 확정된 선수에게 마지막 퍼트를 양보하고 먼저 홀 아웃 하는 게 예의인데 이때 루이스는 김효주에게 손짓으로 먼저 퍼트하라고 했다는 것으로 국내 언론에 알려졌다.
결과는 김효주의 버디 퍼팅 성공, 스테이시 루이스의 3 퍼트로 끝났지만 국내 언론에 알려진 것과는 현장 상황이 달랐다는 지적도 나왔다.
버디 퍼팅이 너무 세어 루이스가 ‘어이없다’는 제스처를 했는데 김효주가 자신더러 먼저 퍼트하라는 것으로 알고 셋업하는 바람에 루이스가 먼저 홀 아웃 할 기회를 놓치고 기다려주었다는 것이다. 루이스 입장에서 보면 나름 김효주를 위한 배려를 한 셈이다.

물론 ‘동양에서 온 겁 없는 소녀들’을 꺾고 그렇게 갈망하는 우승을 거둬야겠다는 쟁투심이 없을 리 없겠지만 스테이시 루이스의 골프매너와 품성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착한 심성을 타고 나 어린 시절 장애를 극복하고 골프선수가 된 자신을 뒤돌아보며 어린이들의 재활을 위해 수입의 70% 정도를 기부하는 스테이시 루이스가 무조건 태극낭자들을 눈엣가시처럼 볼 까닭이 어디 있겠는가.

중계화면에서 가끔 보는 짜증이나 불만을 드러낸 표정은 동반자가 아닌 신중하지 못하고 실수를 한 자신에 대한 채찍이거나 분노일 것이다.
매스컴이 전하는 뉴스나 화면에 비친 상황으로만 선수를 판단하고 비판할 것이 아니라 진실의 실체를 알아보려는 태도를 갖는 것이 진정한 골프팬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저작권자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